[고려동물메디컬센터 임상 포커스] mmvd와 V-clamp 수술 이야기⑥ (上)
“그래서, 심장 수술의 적기는 과연 언제인가”
2년 전 이맘때 쯤 아마도 며칠 후면 TEE(경식도 초음파 장비)가 병원에 들어올 테고, 그럼 당장 첫 브이클램프 수술을 해야 한다는 굉장한 중압감에 미칠 지경이었을 것이다.
1년 전 오늘은 23마리의 환자가 지나간 상태였고, 계획잡고 한 TEER가 아니라 급성 건삭파열로 인해 D 단계로 직행한 뽀송이의 응급 TEER를 해내고 나서 자아도취에 빠져있다가 아픈 손가락 초코가 수술 후 판막이 찢어지는걸 경험하고 다시 절망과 슬픔과 미안함에 빠졌으며, 그 상태로 한달을 살아가고 있어서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했었다.
그때는 어설프게 고찰했었지만 지금은 꽤나 명확하게 이유가 보인다. 너무 오래된 심장병이었고, 심장이 오랜시간 크게 유지 중이었고(=판막륜이 오랫동안 큰 상태였고), 판막사이의 길이를 더한 값이 판막륜보다 작거나 같았다[그림 1]. 판막의 퇴행성 변화는 적지만, 판막륜이 너무 크다. 판막 사이의 horizontal gap이 확인된다.
[그림 2] 3D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양쪽 판막이 닫힌 상태에서도 여전히 gap(빨간색 화살표가 가리키는 검정색 틈)이 확인된다.
난 요즘 판막륜의 직경과 판막길이 합의 비율이 술 후 예후(단기, 장기 모두)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판막륜이 작으면 수술 후 장기적으로 좋은 예후를 보이는 듯 하다.
아마도 단기적으로는 판막의 가운데를 고정해 놓아도 판막에 작용하는 당겨지는 힘이 세지 않아서 판막이 찢어질 가능성이 낮아질테고, 장기적으로는 심장의 역리모델링이 잘 되기 때문일 것이다.
판막륜이 ‘아직’ 작다는 것은 심장병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말 일 것이다. 혹은 선제적으로 이뇨제를 잘 써서 심장의 크기가 커지지 않도록 유지를 잘 하고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물론 심장을 작게만 만드는 데에 치중하면 환자에게 불필요한 용량의 이뇨제가 들어갈 수 있다. 심장만 쳐다볼 것이 아니라 다른 장기도 쳐다봐야 한다).
작년 이맘때 23 케이스, 지금 47 케이스, 환자들을 겪으며 무언가 알아낼수록 물음표는 더 많아진다.
수술 실패를 통해 ‘patient selection’ 과 ‘surgical procedure’ 에 대한 학습곡선을 극복해 나갔다면 수술 성공 후 장기관리를 해나가면서 순환기의 생리와 이첨판 폐쇄부전의 병리학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었다.
심장의 시계를 뒤로 좀 돌려보면 질병이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는지 다시 뜯어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TEER 후 어떤 환자는 심장병이 거의 진행되지 않고, 다른 환자들은 천천히이긴 하지만 진행되기도 하며, 안타깝게도 수술이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몇 개월 후 다시 역류 정도가 50% 이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런 환자들을 비교해보며 우리는 최대한 수술 후 초반에 환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reverse remodeling을 시키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그림 3], [그림 4] 이 그림들은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판막형태 그림이다.
고백하건데 수술을 스무마리 넘게 해오던 때 까지도 나는 판막에 tenting area가 있는 줄 몰랐다. 판막은 평평하다고 생각했고, 판막의 가운데를 잡아놓으면 거기 무언가가 덮히면서 처음보다 유리해진다는 생각만 했다.
과연 그게 다일까? 왜 어떤 환자들은 약을 다 끊을 수 있을 정도로 좋아지고, 어떤 환자들은(물론 수술을 안 했으면 더 짧은 예후를 보였겠지만) 수술 후 역류가 줄었다가 몇 주~몇 개월 후 다시 역류가 늘고, 꽤 높은 용량의 이뇨제를 먹으면서 지내야 할까? 그럼 이건 수술이 소용이 없었다 라고 봐야하는 것일까?
그런 의문에 대해 요즘 하나하나 답이 풀리고 있다(물론 이런 말도 몇 달 후에 혹은 내년에 읽어보면 “또 오만했군” 이라고 얘기하겠지만).
정상 이첨판의 형태는 평평하지 않다. 판막륜의 zone 2 부위는 특별히 높다. 판막은 3차원적 구조이고, 말 안장 혹은 감자칩처럼 생겼다. 이것은 대단히 멋지게 "자연선택" 에 의한 진화의 결과이다.
만약 평평했다면 판막의 사이가 조금만 벌어졌어도 엄청난 역류가 생길텐데 사람도 개도 이첨판은 말 안장처럼 3차원적으로 생겨서 조금 벌어졌다고 해서 역류가 심하게 생기지도 않고, 역류가 생겼다고 해서 당장 매우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ACVIM MMVD stage B1).
실제로 stage B1 은 역류가 꽤 있지만 심장이 모양을 바꿀 필요도 없는(즉, 리모델링을 보이지 않는) 상태이다.
MMVD는 판막의 퇴행성 변화(점액종성 변화)에 의해 역류가 생기고, 그 역류량이 늘면서 판막륜은 커지고, 판막은 평평해지고, 판막이 평평해지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게’ 되는데(=같은 역류량에도 더 많은 퇴행성 변화가 생기는데) 그렇게 되면 판막은 더 녹아나가고, 없어지고, 찢어지고, 그럼 더 역류는 많아지게 되어 악순환된다.
지난달 읽었던 논문에서 나온 “MR(역류)은 MR을 낳는다”는 말은 이런 슬픈 악순환을 이야기 한 것이리라.
그러니까 너무 오랫동안 심장병을 갖고 있는 이를테면 “우리 애는 B2로 2년간 잘 유지중이야~~” 이런 환자들이 갑자기 폐수종이 오는 경우 첫 번째 폐수종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빠르게 나빠져서 D 단계로 직행하는 것을 여러번 보아왔다.
그럼 그 아이들의 가족들은 “우리 애는 첫 폐수종 오자마자 수술했으니까 잘 되겠지? 약도 다 끊을 수 있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심장의 ‘compliance’ 즉, 변형력에 달려있는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