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신력 있는 기준과 체계 갖춘 인증제도 필요

2025-09-18     개원

 

최근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면서 공신력 있는 인증제도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증제도는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준으로서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철저한 법적 요건에 따라 명확한 기준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반려동물 산업의 성장과 함께 믿고 선택할 수 있는 제품 기준에 대한 요구는 계속 제기돼 왔다. 시장에 검증되지 않은 제품들이 쏟아졌기 때문인데, 여기에다 사설 인증이 늘어나면서 충분한 법적 요건을 갖췄는지, 신뢰할 만한 기준이 적용됐는지 판단할 기준이 없어 인증제도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차원의 제도적 근거나 산업표준화법, 표시광고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른 검증 절차 등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인증이나 보증, 추천 등의 용어를 사용했다가 제품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보호자의 신뢰를 잃을 뿐만 아니라 반려업계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인증제도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많은 제품들이 쏟아지면서 실제로 일부 제품은 반려동물에 직접적인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고, 안전성이나 효능 논란 끝에 퇴출되기도 해 보호자들은 무엇을 믿고 선택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제품에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인증제도에 대한 니즈는 커지고 있다. 

의료계의 선례를 보면 인증이 얼마나 큰 힘을 갖는지 잘 알 수 있다. 협회가 부여한 인증마크 하나가 소비자의 선택을 바꾸고 제품의 가치를 높여 왔기 때문인데,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병원 유통 제품에 협회 인증 마크를 부여해 왔다. 

협회가 인증하는 제품에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권하는 제품’이라는 문구를 삽입할 수 있어 TV 광고를 비롯한 다양한 광고 매체를 통해 쉽게 접하며 소비자들은 제품의 효력과 안정성에 신뢰를 갖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제조사는 제품 차별화와 매출 확대 효과를 얻고 소비자는 믿을 만한 선택 기준을 확보했다. 협회는 인증 수수료와 교육·심사 과정에서 생긴 재원을 다시 품질 관리와 제도 운영에 돌려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이처럼 인증은 협회, 소비자, 제조사 모두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제공하는 제도적 장치인 것이다. 

수의계도 이같은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대한수의사회가 인증제도를 운영한다면 보호자는 동물병원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제품이라는 인식을 갖게 될 것이고, 병원은 다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협회에서 인증제도를 시행하려면 먼저 제품을 믿고 선택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내부 수의사는 물론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다층 심사구조를 마련하고, 심사 항목에 제품의 안정성과 효능, 표시 적합성과 품질 관리 등을 데이터 기반으로 검증하고, 유효기간과 재평가 등 사후관리까지 체계를 확립해 제품에 대한 신뢰를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증은 단순한 표기가 아니라 신뢰를 제도화하는 장치다. 수의계가 어떤 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인증은 산업의 질을 높이는 기반이 될 수도 있고, 소비자 신뢰를 흔드는 불씨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보호자들이 믿고 선택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기준과 투명한 절차를 바탕으로 한 인증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부터라도 인증제도를 어떻게 체계적으로 설계할 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