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차이가 동물병원 재방문 결정한다”

“치료 결과보다 의사 결정 과정서 신뢰 느껴”   접수대기·설명·조명까지 병원 인상 좌우…환자 경험도 수치로 관리해야

2025-10-27     박진아 기자


의료계에서는 환자경험평가(Patient Experience Survey, PX)가
제도화되어 현재 5차 조사가 실시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8월부터 상급종합·종합병원에 입원했던 환자를 대상으로 △의사·간호사 소통 △검사·투약 설명 △환경 안전·청결 △치료 참여 △환자 본인 확인 등 7개 영역을 점검 중이다. 결과는 병원 질 지표와 보상체계에 반영할 예정으로 환자 경험이 병원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물병원 역시 예외가 아니다. 보호자가 접수하며 겪은 작은 불편, 반려동물이 대기실에서 겪은 스트레스 같은 사소한 경험의 차이가 병원에 대한 전체 인식을 결정짓고, 온라인 리뷰와 구전으로 빠르게 확산된다.
‘진료만 잘하면 된다’는 사고에서 벗어나 환자 경험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병원 첫인상 결정 요소
병원 경험은 접수 카운터에서 부터 시작된다. 직원의 태도와 대기 시스템이 병원의 첫인상을 결정짓는다. 예를들어 보호자는 앱이나 카톡 채널을 통해 간편하게 예약하고, 실시간 대기 현황을 확인한다. 예약 알림과 리마인드 메시지가 자동 전송되면 불필요한 대기도 줄일 수 있다.

이성원(링크동물의료센터) 원장은 “예상 진료 시간에 따라 15분 단위로 간격을 조절해 예약을 받고 있다”며 “예약 없이 방문한 보호자에게는 진료 가능 시점을 미리 안내해 대기 불만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의 솔루션 업체 WaitWell은 “보호자와 반려동물 모두 실제 대기 시간보다 체감 시간이 더 중요하다. 15분을 넘기면 불만이 급격히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병원 환경 또한 중요하다. 많은 동물병원들이 인테리어 단계에서 환자 중심으로 동선과 진료 흐름을 고려해 공간을 설계하고, 보호자 전용 라운지와 상담 공간을 마련하는 추세다. 

조명과 음악 등도 환자 경험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미국수의학협회(AVMA) 연구에 따르면, 대기실에서 클래식 음악을 틀었을 때 개의 심박수와 보호자의 불안 점수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ISFM(국제고양이학회)은 ‘고양이친화병원 가이드라인’에서 △고양이와 개의 대기 공간 분리 △높이 있는 선반형 대기 공간 △페로몬 확산기 사용 △조명·소음 최소화를 권고한다.
실제로 영국의 한 연구는 고양이 전용 대기실을 도입한 뒤 스트레스 관련 행동이 40% 이상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김지현(VIP동물의료센터 동대문점} 원장은 “고양이 진료실은 밝기를 낮춰 환경 변화에 민감한 고양이들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치료과정·예후·비용 명확해야
진료의 질만큼 중요한 것은 설명의 질이다. 보호자가 치료 과정과 예후, 비용 구조를 얼마나 명확하게 이해하느냐가 신뢰를 좌우한다. 실제로 보호자와 수의사 갈등의 상당수는 진료비나 치료 결과보다 ‘설명의 부족’에서 비롯된다. 

영국 학술지 ‘Veterinary Record(2021)’ 연구에 따르면, 보호자들은 ‘이렇게 치료하겠습니다’ 라는 일방적 통보보다 여러 치료 옵션의 장단점과 예후, 비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 비교하며,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방식을 더 신뢰한다고 분석했다. 즉, 보호자는 결과보다 과정에서 신뢰를 느낀다.

염동억(워너비동물병원) 원장은 “진단이나 치료법을 설명할 때 보호자가 이해했는지 중간중간 확인하고, 가능한 쉬운 언어로 설명하려고 한다”며 “보호자를 치료 과정의 동반자로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CS 교육을 시행하고, 진단과 치료 선택지를 시각자료로 제시하는 SDM(Shared Decision Making) 체크리스트를 활용하면 보호자 이해도를 더 높일 수 있다. 
데이터 기반 경영이 자리 잡으면서 환자 경험도 명확한 수치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인의병원은 EMR과 CRM을 통해 진료 이력, 예약 패턴, 클레임 기록을 분석하고, 이를 핵심성과지표(KPI)로 삼아 진료 품질을 평가한다.

미국 Banfield Pet Hospital은 연간 300만 건에 달하는 진료 데이터를 분석해 보호자 만족도와 순추천지수(NPS)를 추적함으로써 멤버십 유지율을 높였다. 
국내 동물병원도 보호자의 기대와 불만 요인을 파악해 설명, 비용, 환경, 응대 태도 등 핵심 항목을 구체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진료 후 빠른 시간 내에 문자나 앱을 통해 피드백을 받아 분석하거나 재방문율 같은 지표를 활용하면 병원의 강점과 개선 과제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동물병원에서의 환자 경험은 ‘얼마나 잘 고쳤는가’라는 치료 결과보다는 보호자가 얼마나 충분히 설명 듣고 의사결정 과정에 동참했으며, 사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리받는다고 느끼는 가에 달려 있다. 

접수에서 퇴원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경험을 세밀하게 설계하고, 수치로 점검하며 개선하는 병원만이 보호자의 선택을 다시 받을 수 있다. 병원에 대한 평가는 작은 차이가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