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가 선택하는 병원 “무엇이 달라야 하나”

■농촌경제연구원 ‘2024년 반려동물 관련 설문조사’로 본 동물병원 선택 기준

2025-10-24     개원

 

‘좋은 동물병원’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 한때는 집과 가까운 병원, 진료비가 저렴한 병원이 우선이었지만 이제 보호자들은 전문성과 신뢰, 접근성, 비용, 서비스 경험까지 세밀하게 따져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4년 실시한 「반려동물 산업 조사체계 진단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보호자들이 동물병원을 선택할 때 가장 중시하는 요소는 ‘수의사의 전문성과 진료 품질’(32.3%)이었다. 이어 △거주지와의 거리(24.9%) △친절도(9.2%) △진료비(8.1%) △24시 진료 여부(7.8%) △리뷰(6.5%) △시설·장비의 우수성(4.4%) △전문화된 진료과목(3.2%) △병원 규모(2.7%) △대기시간(0.9%) 순으로 나타났다. 이 설문조사 결과는 개별 동물병원이 어떤 경영 전략을 취해야 할지를 제시해 준다.

■전문성과 품질 | 최우선 고려
동물병원 선택 기준 1순위로 꼽힌 것은 ‘수의사의 전문성과 진료 품질’이었다. 
특히 고양이 보호자 집단은 35.9%로 평균보다 높았다. 고양이는 진료 난이도가 높고, 반복 내원과 정기검진이 많아 보다 높은 수준의 진료 품질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향후 고양이 전문 병원, 캣 프렌들리 클리닉 등 세분화된 진료 분야의 확산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문성이 병원 선택의 가장 큰 기준으로 자리 잡은 만큼 학술 활동, 전문의 과정, 첨단 장비 도입, 임상 증례 공개 등 구체적인 방식으로 전문성을 드러내야 한다. 진료 가능한 수준을 명확히 전달하고, 전문 역량을 알리는 병원만이 신뢰를 얻고 선택받을 수 있다.

■접근성과 비용 | 현실적 선택
‘거주지와의 거리’, 즉 접근성 역시 동물병원 선택의 주요 기준이다. 특히 수도권 보호자는 25.3%로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도시 생활에서 교통 혼잡, 출퇴근 시간, 직장·주거 간 거리 등이 병원 이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농어촌 지역은 23.0%로 다소 낮은 응답률을 보였지만 이는 접근성을 덜 중시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동물병원 밀도 부족으로 인해 선택을 할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한다. 실제로 농어촌에서는 “가까운 병원을 고른다”보다 “그나마 갈 수 있는 병원을 간다”는 인식이 강했다.  

‘진료비’를 고려한다는 비율은 평균 8.1%로 예상보다 낮다고 볼 수 있겠지만,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낮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로 보호자들은 진료비 자체보다 ‘예측 불가능성’과 ‘설명 부족’을 더 큰 불만 요인으로 꼽았다. 가격이 높을 때 보다는 진료 전 예상 견적을 충분히 안내하지 않거나, 진료 후 청구 금액이 달라질 때 신뢰가 쉽게 무너진다는 것이다.  

■친절도와 평판 | 감성적 신뢰
전문성과 기술이 병원의 ‘이성적 신뢰’를 만든다면 친절도는 ‘감성적 신뢰’를 완성한다. 친절도 선택은 특히 비수도권(10.5%)과 고양이 보호자(10.5%)에서 높았다. 지역 사회일수록 관계를 중시하고, 고양이 진료에서 특히 섬세한 접근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병원 리뷰’ 항목의 평균은 6.5%이었으나 수도권 보호자는 7.7%로 더 높았다. 온라인 정보 접근성이 높을수록 보호자들이 병원의 평판에 대해 중시함을 보여준다. 이제 ‘지인 추천’은 ‘온라인 후기’로 대체되었다. 결국 후기 관리와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동물병원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이 될 것이다. 

■24시간과 전문화 | 영향 절대적
‘24시간 진료 가능 여부’는 7.8%로 전체 평균에서는 낮지만 1인 가구(9.0%)에서는 절대적 기준으로 작용했다. 특히 고양이 보호자는 응급 대응력에 대한 선호가 높았으며, 이는 반려동물 고령화와 맞물려 향후 응급·중환자 진료 수요가 확대될 것임을 보여준다.

‘시설·장비의 우수성’(4.4%)과 ‘전문화된 진료과목’(3.2%)은 수치상으로는 상대적으로 낮으나 실제 진료 시장에서는 병원 차별화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고난도 진료에서 첨단 장비와 전문과목 운영은 보호자의 병원 재방문을 유도할 것이다. 

■규모와 대기시간 | 변수
‘병원 규모’는 2.7%, ‘대기시간’은 0.9%로 낮은 편이지만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병원 규모는 심리적 안정감과 직결되며, 대기시간은 보호자의 체감 만족도에 큰 영향을 준다. 특히 농어촌의 대기시간 고려 응답(1.6%)은 전국 평균의 두배 수준으로 인력 부족과 시설 밀도 문제를 보여준다.

이번 조사결과는 보호자 병원 선택의 기준이 전문성과 신뢰, 접근성과 비용, 경험과 차별화의 세 축으로 수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의사는 임상 역량을 객관적으로 드러내고, 보호자와의 소통을 강화하며, 비용·응급·평판까지 아우르는 통합적 경영 전략을 갖춰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