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필 작가의 병원 밖 이야기①]
수의사도 퍼스널 브랜딩이 필요하다
간판보다 ‘이름’이 경쟁력인 시대
퍼스널 브랜딩은 특정 직업군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교수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수의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앞으로는 더욱 그러할 겁니다.
100세 시대와 인공지능의 시대는 우리가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평생 직장이 사라졌고, 노후 기간은 길어졌습니다. 한 번 취업하면 은퇴할 때까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끝났습니다. 이제는 간판이 아니라 이름이 경쟁력입니다. 병원이 아니라 ‘나’라는 이름이 선택받는 시대입니다. 바로 ‘사람 검색’의 시대입니다.
원장이든, 직원이든 예외는 없다
퍼스널 브랜딩은 병원 원장만의 과제가 아닙니다. 직원 수의사에게도 똑같이 중요합니다. 병원을 운영하는 오너든, 병원에 소속된 진료수의사든 모두 퍼스널 브랜딩이 필요합니다.
원장에게 퍼스널 브랜딩은 병원의 신뢰도이자 경쟁력입니다. “이 병원에 가면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은 결국 “이 원장이라면 믿을 수 있다”는 신뢰에서 시작됩니다. 브랜딩이 없는 병원은 쉽게 잊히지만, 브랜딩이 있는 사람은 기억에 남습니다.
직원 수의사에게 퍼스널 브랜딩은 곧 생존력입니다. 병원 간판 뒤에 숨어 있으면, 병원이 사라질 때 나도 사라집니다. 하지만 ‘나’라는 이름으로 신뢰를 쌓으면 병원이 사라져도 나는 남습니다. 이 차이가 결국 커리어를 갈라놓습니다.
‘OO수의사’로 기억되는 시대
얼마 전 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보호자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에서 이런 정보를 주고받는다고 합니다. “수의사가 여러 명 근무하는 A병원에 가면 OO수의사한테 진료 보는 게 좋다.” “OO수의사는 추천하고, OO수의사는 추천하지 않는다.”
수의사로서 실력은 기본입니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닙니다. 보호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차별화된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부드럽고 친절한 말투, 상냥한 태도, 학위, 대외 활동, 저서, 콘텐츠 같은 요소들이 모두 나를 기억하게 만드는 힘입니다. 다르게 말해, 브랜딩이 있는 수의사와 없는 수의사는 환자 유입에서부터 차이가 납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꾸준히만 하면 된다
퍼스널 브랜딩은 SNS 인플루언서가 되는 게 아닙니다. 매일 조금씩 자신을 드러내고, 매력을 꾸준히 발산하는 것, 그것이 브랜딩의 본질입니다. 나만의 시선, 나만의 언어가 곧 나의 정체성이자 브랜드입니다.
저 역시 거창하게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매일 블로그에 일상과 책에서 느낀 걸 기록했습니다. 그렇게 하나둘 쌓인 글이 책이 되고 제 이름에 신뢰와 무게를 실어줬습니다. 작은 실천이 결국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평생 현역의 시대, 이름이 곧 자산이다
이제 우리는 평생 현역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퇴직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 되는 시대입니다. 그때 가장 큰 자산은 돈도, 조직도 아닙니다. 바로 ‘이름’입니다.
이름이 브랜드가 된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도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직장이 바뀌어도, 플랫폼이 달라져도 불러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어디 소속’이 아니라 ‘그 사람 자체’로 기억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대체 불가능한 사람입니다.
직장이 흔들려도, 환경이 변해도, 브랜드가 있는 사람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앞으로의 시대는 ‘소속’이 아니라 ‘이름’이 나를 지켜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