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동물메디컬센터 임상 포커스 ⑦] mmvd와 V-clamp 수술 이야기
“나이 많은 환자 TEER 수술,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박소영: 엽!! 열다섯살 6개월도 수술 돼?
엽경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만 좀 많긴 하네. 어떻길래 수술을 하라고 해.
박소영: 안되는 건 아니지?
엽경아: 뭐... 나이 때문에 안된다고 하긴 어렵지. 안되는 건 아니야. 근데 어떤데..
박소영: (말문을 막아버리며) 오케이~ 그럼 오늘 경식도 본다~ 이따 소견 상담 좀 해줘~~
엽경아: ?????
짱아가 경식도초음파(TEE)를 본다고 예약이 돼 있는 걸 봤을 때 이게 술전검사가 될 줄은 몰랐는데, 수술로 흘러간다고??? 보호자님이 겁이 엄청 많으시던데...
짱아의 기록을 보자. 짱아는 우리 병원에 중간중간 수술을 위해 종종 내원했던 2.6kg의 말티즈이다.
짱아는 열다섯살 6개월령이고, 짱아의 챠트를 열어보니
2019년 자궁축농증 수술
2021년 유선종양 수술
2022년 허리통증과 췌장염으로 입원
2023년 유선종양 수술을 또 했고,
이제 나이가 열다섯살 6개월이 되었는데 심장수술을 하라고 주치의가 나에게 의뢰를 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TEER가 고령이어도, 내재질환이 있어도, 하는게 유리하다면 적극 고려할 수 있다고 했어도, 14세에 수술한 아이가 15.5세가 되긴 했어도, 만 열다섯살 6개월을 한 적은 없는데 과연 해야하는, 해도되는 상황일까?
매번 위의 저 수술들을 할 때마다 ‘고령’이기 때문에 '마취위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왔을텐데 말이다.
짱아의 방사선은 이렇다. 오랫동안 MMVD B2 로 유지되고 있다.
콩팥에는 결석이 있고, 복부초음파에서 콩팥은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경흉부 심장초음파에서의 소견은 다음과 같다.
- 이첨판; 경미한 퇴행성 변화/ slight MVP
- LVIDDn; 1.24 1.5 1.99
- LA/AO; 1.67 1.29 1.74
- RF(Regurgitant Fraction); 37% / RV(Regurgitant volume); 0.98ml/kg
- AR; 4.0m/s
1. ACVIM MMVD stage B1->B2 w/ slight MVP
- 이전 대비 LA, LV volume overload 진행
- LAP 지표 상승: 폐수종 및 임상증상 발전 가능성에 대한 주의 필요
- MVP; chordae tendinae elongation 가능성, MV 정밀평가 위한 TEE 고려
2. TVI w/ high probability of PH
3. AR (mild or mild to moderate)
이첨판 역류량이 severe는 아니지만, 진행성이기 때문에 긴장을 좀 해야겠다.
그래서 TEE 를봤다.
zone 2의 스틸컷이다. 어때 보이는가? 잘 닫히고 괜찮은가?
anterior leaflet의 끝단이 flail 되고 있다. 늘상 만나는 심각한 수준의 아이들 보다는 좀 낫긴 한데, 퇴행성 변화로 판막의 끝단이 너덜거리고, anterior leaflet의 건삭은 조금씩 닳아서 끊어지고 있나보다. 끝단이 좌심방을 향해 있다.
anterior의 zone 2-3과 posterior의 zone 2가 좀 뒤집어지고 있다. 이것은 건삭의 일부가 끊어져 너덜거리는 것으로 예측한다. 2D에서는 역류가 심해 보이지 않았지만 3D에서는 꽤 심해 보인다.
아마 주치의 박소영의 생각은 ‘짱아는 당장 심각하진 않은데, 짱아의 나이와 짱아의 콩팥에 있는 결석들과 초음파에서 보이는 신장 실질이 이뇨제를 쓰기 시작하는 순간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게 될 것이다’라는 생각이었을게다.
박소영은 늘, 지금 이 아이의 몸에서 ‘내가 어떤 방법(대부분 수술이나 시술)을 통해 개선시켜 줄 수 있는 것’과 ‘내가 관리를 통해 최대한 천천히 진행되도록 관리하는 것’을 나눈다.
2년 2개월 전 시작한 브이클램프 수술은 박소영이 좀 지켜보더니 한 1년 전부터 적극적으로 클램프도 ‘아이의 몸 상태에서 심장을 개선시켜 줄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술자에게 이런 수술은 부담이다. 환자들의 심장 상태가 아직 severe가 아니란 이야기는 혹시 수술이 실패하면 아직 꽤 남은 환자의 시간을 내가 앗아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짱아의 수술은 난도가 높다는 판단이었다.
알박사가 ‘risk’라고 하면서 술자들에게 한번 더 주지시킨 이미지이다. 화살표들은 조심해야 하는 부분들 혹은 판막의 심한 퇴행성 변화를 의미하는 곳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에게는 정답 zone은 딱 하나다.
판막을 가로지르는 저 화살표. 저 곳밖에는 답이 없다. 힘든 수술이 될 것이었다.
내가 한 보호자와의 상담은 보수적이었다. 내 입에서 ‘수술을 추천합니다’ 가 나가기에는 환자의 나이가 꽤 많고, 현재의 역류 비율이 50%가 되지 않았으며, 잘 지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주 후 보호자는 수술을 결정했고, 수술날 아침에 내원하기로 한 짱아는 약속된 날보다 이틀 일찍 병원에 응급 내원했다.
이유는 심한 기침이었다. 기침은 심할 수밖에 없었다. 경식도 초음파에 이어서 확인한 기관, 기관지 내시경에서 짱아의 기관지는 너무 심하게 눌려 있었다.
심장이 커지면 더욱 누를테고, 기침은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기침만 해도 병원에 달려오는 짱아네는 “지금부터 계속 나빠지는 방향으로만 가게 될 것”이 수술의 결심보다 더 무서웠던 것 같다.
술자가 수술을 타이트하게 준비하고 각오를 하면 아이러니하게도 수술이 별일 없이 흘러간다. 마치 수혈 준비를 하고 수술을 하면 수혈할 일이 안 생긴달까[사진 7].
다행히 정답 zone에 안착했다.
[사진 8] P1-2 사이의 deep cleft like indentation 때문에 역류는 조금 남겠지만 술 전보다 나은 상황으로 만들고, 거기서 더 이상 진행만 안되면 충분히 괜찮다.매우 매우 걱정했지만 다행히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브이클램프를 close하는 시도도 한번으로 끝났다.
그렇다면 열 다섯살 반 짱아의 회복은 어땠을까?
수술 2시간 후의 짱아, 정말 대단하다!!!!! [사진 9] 잘 회복해서 3일차에 퇴원을 했지만 나이가 고령이어서 분명 크고 작은 문제들이 수술 2~3주 내에 지나갈 것 같았다.
항혈전제를 얼마나 처방할 지, 항생제는 어떻게 줄 지, 음수량과 식이는 어떻게 할 지 모든 것이 고민이었다.
박소영: 엽선생, 짱아꺼 TEG(thromboelestography, 혈전탄성도) 봤어? G값이 높긴한데 30분 내 lysis 가 96%야. 나 얘 혈전약 쓰는거 너무 겁나는데..ㅠㅠ 0.5mg eod로 주면 안돼?
엽경아: 흐음.. 클램프가 심장 안에 있으면 혈전을 만드는 경향이 높으니.. 우리가 이제까지 했던 애들 중 나이 많은 애들 꽤 있는데 그래도 혈전약을 1mg sid로 나갔었는데.. 괜찮을까..
박소영: 그래? 흐음.. 하지만 얜 할아버지인걸.. 나도 혈전이 무섭긴한데..
그리고 짱아는 집에 간 지 하루만에 ‘낑낑댐’과 ‘식욕부진’으로 내원했다.
crp가 150까지 올라 있었다. 이럴땐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찾은 원인은 수술부위랑 조금 떨어진 부위의 지방층염이었다. 유독 통증호소를 하는, 발적을 동반한 병변을 찾아냈다.
스테로이드를 이틀 주고, crp도 감소하고 통증도 잡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빈혈이 문제였다. HCT가 44%에서 18%까지 내려갔다. 혈전약 때문일까 싶어 0.5 mg eod에서 수술 1주 후에 중단을 해버렸다. 그리고 지금은 안정적이다.
통원 하면서도 당분간은 몇 가지 문제들이 지나갈거라 예상하지만 짱아는 힘든 수술을 잘 버티고, 누구보다 빠르게 회복도 잘 했고, 지금도 잘 회복하고 있다.
퇴원하는 날 청진에서 슉슉이 아니라 럽덥이 들렸다. 열다섯살 반을 했으니 박소영이 이젠 열여섯살을 의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숫자는 나이에 불과하긴 하고, 얼마를 살더라도 에너지 있게 살 수 있게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지라 나는 그때 또 거절을 안 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