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서 드러난 수의계 관리 사각지대 

인체용의약품 유통부터 불법 거래까지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 우려

2025-11-24     박진아 기자

국회 국정감사에서 반려동물 산업의 제도적 미비와 관리 사각지대가 잇따라 드러났다. 
안전용품 품질관리부터 인체용 의약품의 동물병원 유통, 반려동물 동반시설의 위생 기준까지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제도와 행정이 급성장하는 산업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반려동물의 안전과 국민 위생, 의약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체용 의약품 84% 타 시·도 거래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위원회)은 “동물병원에 판매된 인체용 의약품의 84%가 약국 소재지와 다른 시·도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동물병원에 판매된 인체용 의약품은 300만 개 이상으로, 그 중 약 84%가 타 지역 병원에 공급됐다. 2020년 3,413개소이던 거래 병원 수는 2024년 5,603개소로 64.2% 증가했고, 이 중 85.7%가 타 시·도 병원이었다. 

이는 의약품 유통이 지역 단위 관리망을 벗어나 변질·불법 조제·오남용의 위험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서영석 의원은 “판매부터 처방, 사용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기록·점검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물용의약품 불법 거래 5년 새 43배 ↑
강명구 의원(국민의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은 “불법 수입·판매 동물용 의약품이 급증하며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 불법거래 적발 건수는 1,986건에 달했지만, 고발·수사 의뢰는 54건(2.7%)에 불과했다. 
2020년 32건이던 적발 건수는 2024년 1,379건으로 약 43배 급증했으나 고발 비율은 같은 기간 68.7%에서 0.6%로 급감했다. 
이는 불법 유통은 급속히 확산되는 반면 단속 체계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강명구 의원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불법 의약품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소비자와 반려동물이 떠안게 된다”며 “관계기관이 협력해 통관 기준을 강화하고, 불법 유통을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사고 집계 기관별 차이 17배 
윤준병 의원(더불어민주당,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은 “반려동물 안전용품의 관리 주체와 품질 인증 제도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최근 3년간 반려동물 안전사고는 377건(2022년 25건, 2023년 154건, 2024년 198건)에 불과한 반면, 소방청 통계에서는 같은 기간 개물림 사고만 6,447건으로 17배 차이를 보였다. 

이는 농식품부 통계가 행정 보고 건수에 한정돼 있어 현장의 실제 사고 규모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부처 간 집계 기준이 달라 피해 실태를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KOTITI가 일본의 국가표준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국내 리드줄 17개 제품 중 9개(52.9%)가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준병 의원은 “제품 절반 이상이 불량인데도 국내에는 아직 품질 기준조차 없다”며, 반려동물용품에 대한 법정 품질기준과 안전 인증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반려동물 동반 음식점 여전히 불법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위원회)은 “반려동물과 외식하려는 수요가 급증하는데도 제도는 여전히 낡은 틀에 묶여 있다”고 지적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반려동물 출입으로 인한 식품위생법 위반 건수는 2020년 5건에서 2024년 84건으로 17배 증가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외식하려는 사회적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음에도 제도 때문에 여전히 불법의 틀에 갇혀 있음을 보여준다.

현행 식품위생법은 식음료 섭취 공간과 반려동물 출입 공간을 완전히 분리하도록 규정해 일반 음식점 내 반려동물 출입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이에 식약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반려동물 동반 음식점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2025년 4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남인순 의원은 “현실에 맞는 법제화와 위생·안전 기준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