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과 인력 ‘수도권 쏠림현상’ 심화된다
동물병원 56.9% 집중 및 매출 격차도 2배…디지털 협진과 원격진료 대안될까
최근 메디컬에서는 인구 감소와 지방 의료 인프라의 급속한 약화로 필수의료 공백이 확대되면서 지방의료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진료 접근성은 저하되고, 응급·전문 진료와 의료 인력은 수도권에만 집중돼 지역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이 같은 흐름은 수의계도 예외는 아니다. 지방의 상당수 지역은 동물병원 수가 부족해 기본 진료조차 제때 받기 어렵고, 특히 야간·응급 진료 인프라가 거의 없다. 신규 개원과 전문의료센터 역시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수의사 인력도 편중되고 있다. 이러한 지역 격차를 방치할 경우 동물의료 역시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지방 인구 감소로 경영 기반 취약
지방 인구는 빠르게 줄고 있다. 지역 경제와 산업 기반이 약해지고 상권이 축소되면서 필수 서비스 업종의 유지 자체가 어려워졌고, 동물병원 역시 이 영향을 그대로 받고 있다.
대한수의사회가 발표한 2025년 6월 기준 자료에 따르면, 전국 동물병원 5,474곳 중 56.9%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2024년 새로 개원한 동물병원 288개 가운데 서울 45개, 경기 83개, 인천 11개로 신규 개원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렸다.
반면 강원·전남·경북 등 많은 비수도권 지역은 인구 대비 동물병원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전문 진료 인프라 격차 및 의료 불균형
지역 간 동물병원 분포 차이는 곧 의료 수준의 격차로 이어진다. 수도권은 전문 진료 인프라가 확장되는 반면, 지방의 상당수 동물병원은 1인 원장 중심에 머물러 있다.
고가 영상장비는 인구가 밀집된 지역에서만 경제성이 확보되기 때문에 지방 병원에서는 도입이 쉽지 않고, 이로 인해 정밀 진단을 위해 장거리 이동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역 격차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국세통계포털 2023년 개인사업자 동물병원 매출 자료를 보면, 서울 지역 평균 매출은 4.9억 원, 전남은 2.2억 원으로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서울·경기·6대 광역시는 대부분 상위권을 차지하는 반면, 전남·전북·경남·경북·제주 등은 매출 평균 3억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의료 인프라와 진료 범위의 차이로 인한 격차라고 볼 수 있다.
국립대 동물병원 간에도 지역 편차는 극명하다. 수의미래연구소 자료(2023)에 따르면, 경북대 동물병원의 매출(13억 1천만 원)과 서울대 동물병원의 매출(77억 2천만 원)은 5배 이상 격차를 보인다.
진료건수 역시 서울대는 연 2만 1,441건, 경북대는 4,183건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지방 대학의 임상 교육이 취약해지면 결국 지역 동물병원 전문성에도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반려동물 산업 조사체계 진단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실제 동물병원 방문 횟수에서도 수도권 보호자는 연 6.0회, 비수도권은 4.8회, 농어촌은 4.6회로 조사돼 이용 편차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접근성이 낮은 지역일수록 초기 진단·정기 검진 기회가 줄어들고, 이는 곧 치료 지연으로 이어진다.
수의사 인력의 도시 쏠림 가속
수의사 인력의 도시 쏠림은 지역 격차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대형·전문 동물병원의 대부분이 수도권에 몰려 있고, 근무환경·급여 수준·수련 기회 역시 도심에 집중되다 보니 수의사들의 선택은 자연스럽게 도시로 향한다.
특히 공공수의 분야에서는 인력 공백이 심각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 가축 방역관 인원 1,953명 가운데 823명(42%)이 공석이다. 이 중 309명은 대체복무 중인 공중방역수의사여서 실제 현장 인력은 정원의 3분의 1도 채우지 못한다.
축산 농가가 밀집한 전북에도 필요한 방역관 205명 중 95명만 배치돼 있을 정도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젊은 수의사들의 지역 근무 기피로 신규 채용 자체가 어렵다”며 “지역 방역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방 격차 완화 해법은
동물의료 접근성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민간 병원 확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방의 전문의료 인프라 부족과 수의사 인력 편중을 고려할 때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완충할 수 있는 구조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 대안으로 디지털 기반 협진과 원격진료 시스템 도입이 거론된다. 지역의 영상 자료를 수도권 전문의가 판독하거나 농어촌·도서지역 보호자가 원격 상담을 통해 1차 진료 방향을 안내받는 방식은 규제 정비가 이루어질 경우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모델이다.
일부에서는 지방 개원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수도권의 포화 경쟁과 높은 임대료 부담에 비해 지방은 투자 대비 수익률이 높고, 진료 공백이 존재하는 지역에서는 확실한 수요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개별적 개원은 지역 전체의 진료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며, 정책적 대응과 병행될 때야 비로소 의미를 가질 것이다.
지방 동물병원의 감소와 의료 질 격차는 결국 반려동물의 생명권과 지역사회의 동물복지 수준을 결정하는 문제다. 인의에서 서울 서초구와 경북 영덕군의 기대수명이 13년 차이를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 것처럼 지역 간 의료 인프라의 격차는 결과적으로 생명 안전망의 격차로 이어진다. 이러한 흐름은 수의료라고 예외일 수 없다.
반려동물 양육이 삶의 중요한 일부가 된 지금, 전국 어디서나 균형 있는 동물의료 서비스가 가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