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올해의 사자성어 ‘변동불거(變動不居)’
매년 연말이 되면 전국의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해 발표한다. 올 한 해를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올해는 ‘변동불거(變動不居)’가 사자성어로 선정됐다.
‘변동불거’는 ‘세상이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면서 변한다’는 뜻으로 우리 사회는 지난해 말 초유의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대통령 탄핵과 정권교체를 겪으며 그야말로 격변의 한해를 보냈다.
이런 사회적, 정치적 파장으로 인해 연초부터 동물병원들은 최악의 경영난으로 직격탄을 맞았고, 사회와 정치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마주한 급격한 변화들은 사회적인 불확실성을 부추기며 수의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올해 초 바닥을 쳤던 동물병원 경영난을 타파하기 위해 수의사들은 끊임없이 흘러가며 변하는 ‘변동불거’처럼 어떻게든 안정을 찾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결과적으로 이런 어려움들을 이겨내고 올해도 변화와 성장을 이뤄냈다.
병원 경영은 좋지 않았고 미래도 불확실했지만 수의사들의 임상에 대한 학구열과 열의는 식을 줄 몰랐다. 이런 열기는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는 임상 추세에 맞춰 학회나 연구회의 증가로 이어졌고, 이는 다양한 형태의 세미나로 발현되며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케 했다.
임상 실력 향상에 대한 뜨거운 학구열을 반영하듯 세분화 되고 전문화된 다양한 강연들과 다양한 형태의 세미나들은 수의사들의 임상 실력을 전문화시키며 학술적으로나 임상적으로 국내 수의료 시장의 성장과 발전을 견인했다.
관련 산업 역시 고도화되면서 최첨단 장비와 시설들은 최신의 고난도 수술과 술식을 가능케 하면서 임상수의사들의 임상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며 니즈를 충족시켰다. 이는 반려동물의 생명 연장으로 이어져 보호자들이 그토록 원하는 반려동물과 함께 오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
이제는 해외에서도 한국의 수의임상을 배우기 위해 국내 동물병원을 방문하는가 하며 국내 세미나에 참여하거나 해외로 초빙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어느 해보다도 임상수의사들의 새로운 임상 술식이나 연구 결과들이 세계적인 저널에 앞다퉈 발표되며 임상 실력은 물론 학술적인 측면에서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국내 수의사들의 임상 실력이 세계를 선도하는 수준으로 성장함에 따라 말 그대로 ‘K-수의계’의 위력이 세계적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올해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 2위에는 하늘의 뜻은 일정하지 않다는 의미의 ‘천명미상(天命靡常)’이 선정됐다고 한다. 하늘은 특정한 단체나 사람을 특별히 대우하지 않고 오직 덕이 있을 때만 도와준다는 의미라는데, 그동안 수의사들의 각고의 노력들이 덕이 되어 돌아오는 듯 하다.
이런 성장 속에서도 동물병원 규모나 경영적인 측면에서 쏠림과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다만 지금의 성장이 지속 가능하려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고르게 균형 있는 발전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26년 새해는 쏠림현상이나 불균형이 더 심화되지 않고 지금까지의 성장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중심을 잘 잡아야 하는 해가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