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공개, 진짜 보호자와 수의사 선택 넓혔나?
진료비 공개 보조 정보 불과 “표준화 필요해” 같은 검사·다른 가격, 표준화 없는 공개의 한계…진료비 항목 정의와 범위 재논의 해야
정부가 반려동물 진료비에 대한 정보 접근성을 높이겠다며 공개 범위를 확대했다.
현재 공시된 병원 수는 약 3,950개소, 진료비 항목 역시 이전보다 대폭 늘어났다. 정책의 취지는 명확하다. 보호자가 진료비 정보를 미리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하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임상 현장과 보호자 경험에서는 이 ‘진료비 공개’가 얼마나 유효한 선택 도구로 작동하고 있을까. 숫자의 확대가 곧 선택의 확대를 의미하는지, 그리고 공개된 진료비 데이터는 과연 서로 비교 가능한 정보인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3,950개 동물병원 진료비 공개
진료비 공개 제도는 단계적으로 확대돼 왔다. 초기에는 일부 기본 항목에 국한됐던 공시 범위가 최근 들어 검사, 영상, 처치 등 다양한 항목으로 넓어졌다.
공개 병원 수도 빠르게 증가했다. 정책적으로는 선택 가능한 정보의 양을 늘렸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다만 현장에서는 다른 해석도 나온다. 공개 병원 수와 항목 수는 늘었지만, 그 정보가 실제 보호자의 병원 선택 과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진료비는 단일 항목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환축의 상태, 검사 범위, 추가 처치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공시된 숫자만으로 전체 진료 비용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준화 부재가 만드는 착시 현상
임상 현장에서 가장 많이 제기되는 문제는 ‘표준화 부재’다. 같은 명칭의 검사라도 병원마다 포함 범위와 방식이 다르다. 예를 들어 혈액검사라는 항목 하나만 보더라도 기본 패널인지 확장 패널인지, 외부 의뢰 검사인지 자체 장비 검사인지에 따라 비용과 의미가 달라진다.
그러나 현재의 진료비 공시는 이러한 차이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채 숫자만 나열하는 구조다. 이로 인해 보호자 입장에서는 서로 다른 조건의 진료비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게 되는 ‘착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공개된 진료비는 정말 서로 비교 가능한 데이터인가. 표준화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비교는 오히려 오해를 키울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호자는 공개된 진료비 실제로 참고할까
온라인 반려동물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보호자 의견을 살펴보면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 보호자는 “대략적인 비용 감을 잡는 데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평가한다. 처음 병원을 찾기 전 심리적 부담을 줄여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진료를 받아보면 공시된 항목과 상황이 다르다”, “결국 설명을 듣고 신뢰가 가는 병원을 선택하게 된다”는 의견과 “공시가 의미가 없는 것 같고, 결국 검사비와 약값이 너무 올랐다”는 이야기도 이어진다.
진료비 공시 결과를 병원 선택의 결정적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참고 자료 정도로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진료비 공개가 보호자의 선택을 대체하기보다는 선택 과정의 한 요소로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공개는 시작일 뿐 남은 과제는
현재 제도의 한계는 분명하다. 표준화 없이 공개만 이뤄질 경우 보호자에게는 불완전한 정보가 되고, 수의사에게는 설명 부담만 늘어날 수 있다.
전문가 단체와 수의사회, 정부가 함께 진료 항목의 정의와 범위를 어떻게 정리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진료비 공개가 단순한 가격 경쟁을 유도하는 수단이 아니라 진료의 구조와 가치를 이해하는 정보로 발전하려면 보완 장치가 필수적이다. 숫자 그 자체보다 그 숫자가 의미하는 바를 설명할 수 있는 체계가 요구된다.
진료비 공개, 보조 정보에 머물 것인가
진료비 공개는 분명 이전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보호자와 수의사 모두에게 완전한 선택 도구라기보다는 보조 정보에 가깝다.
표준화와 해석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진료비 공개는 선택의 자유를 넓히는 대신 착시를 키울 위험도 함께 안고 있다. 이 제도가 진짜 선택의 도구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다듬어질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