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과 전문 트레이너 협진 ‘필수 시대’
불필요한 시행착오 줄여…통합관리 체계 새로운 표준으로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동물병원이 맡아야 할 역할도 과거와는 크게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공간을 넘어, 반려동물과 보호자의 삶 전반을 관리하는 ‘종합 케어 플랫폼’으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대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는 키워드가 바로 ‘행동문제’이며, 최근 수의계와 반려동물 산업 전반에서 주목받고 있는 해법이 동물병원과 트레이너의 협진이다.
행동문제 더 이상 ‘교육만의 영역’ 아냐
공격성, 분리불안, 과도한 짖음, 파괴 행동 등 반려동물의 문제행동은 보호자에게 큰 스트레스를 안기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실제로 문제행동은 파양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며, 동물병원 내 상담에서도 점차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행동문제를 단순히 ‘훈련이 부족해서 생긴 문제’로 접근하는 방식은 한계가 분명하다. 행동은 결과이자 증상일 뿐, 그 이면에는 신체적 통증, 신경학적 이상, 호르몬 문제, 환경 스트레스, 보호자와의 관계 구조 등 복합적인 원인이 얽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복합 요인을 정확히 구분하지 못한 채 교육만 반복할 경우, 문제는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협진이 강조되는 배경 역시 여기에 있다.
병원·전문 트레이너 협진이 주목받는 이유
최근 동물병원과 행동 전문가 간 협진이 강조되는 배경 역시 이러한 ‘복합성’에 있다. 행동문제 뒤에 의학적 원인이 숨어 있는 사례는 임상 현장에서 적지 않게 확인된다.
공격성 증가의 이면에 만성 통증이나 내분비 질환이 존재하거나, 분리불안이 불안장애 기질과 호르몬 불균형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갑작스러운 파괴 행동이나 과도한 짖음 역시 위장 질환이나 관절 통증 등 신체적 불편감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전문 트레이너와 협진 방식을 진행하고 있는 이우장(하이 반려동물 행동 클리닉) 원장은 “행동문제는 유전, 건강, 환경, 학습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며 “심각성에 따라 수의사의 치료와 트레이너의 코칭이 함께 이뤄질 때 가장 큰 시너지가 난다”고 설명한다.
단순 훈련이나 단일 개입으로 해결하려 할 경우 오히려 시행착오를 반복하게 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우장 원장은 “어떤 행동문제는 반드시 수의사가 먼저 봐야 하고, 어떤 경우는 트레이너의 개입이 핵심이 되며, 또 어떤 경우는 둘 다 함께 보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며 “협진의 가장 큰 장점은 이런 판단 과정에서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한다.
협진, 병원과 보호자 모두에게 이점
행동문제 상담은 단발성 진료에 그치지 않고 장기 관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보호자와의 신뢰 형성, 재방문율 측면에서도 병원 운영에 전략적 가치가 크다. 동시에 전문 트레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상담 품질을 높이고, 수의사의 업무 부담을 분산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최근 인력 부족과 번아웃 문제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우장 원장은 협진이 발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역할의 경계’를 꼽는다. 그는 “서로의 전문 영역을 존중하고, 보호자에게 전달되는 메시지가 일관되도록 충분한 소통 구조를 갖추는 것이 협진의 질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의학적 근거 없는 행동 교육이나, 행동 분석이 결여된 약물 치료는 모두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병원·전문 트레이너 협진 성공 사례 ‘도킹어바웃’
병원과 트레이너의 협진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도킹어바웃’의 고지안(도킹어바웃)대표·반려견 행동심리 전문가는 “행동문제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 결과이자 증상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진짜 어려움은 행동 자체가 아니라 그 원인을 이해하지 못한 채 같은 대응이 반복되면서 만들어지는 악순환 구조라는 것이다. 특히 요즘 보호자들은 너무 많은 정보를 접하다 보니, 반려견의 기질이나 환경에 맞지 않는 방법을 무분별하게 적용해 관계를 더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고지안 대표는 반려견의 행동문제가 단순한 훈련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행동 문제 뒤에 의학적 혹은 심리적 요인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는 것이다. 반려동물이 보이는 공격성 증가의 이면에는 통증, 내분비 이상, 신경학적 문제가 존재하는 사례가 적지 않고, 분리불안 역시 보호자의 대처 방식뿐 아니라 불안장애 기질과 호르몬 불균형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갑작스러운 파괴 행동이나 짖음, 낑낑거림 역시 위장 질환이나 관절 통증 등 신체적 불편감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실제로 교육만으로는 전혀 안정되지 않던 반려견이 병원에서 통증 관리와 약물 보조를 병행하자 비로소 학습 효과가 나타난 사례도 적지 않다. 반대로 의료적 처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는 생활 구조와 보호자 대응 방식을 바꾸는 트레이너의 개입이 필수적이다. 결국 행동문제는 의학과 교육, 환경이 얽힌 복합 문제이며, 어느 한쪽만으로는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고 대표의 설명이다.
행동, 고치는 게 아니라 관계 설계하는 일
행동문제는 반려동물이나 보호자의 ‘잘못’이 아니라, 신체·환경·관계 구조가 어긋나며 만들어진 결과에 가깝다. 결국 협진이 지향하는 목표는 문제 행동의 제거가 아니라, 반려동물과 보호자가 안정적인 관계를 회복하도록 돕는 데 있다.
반려동물의 수명이 길어지고 가족화가 본격화된 지금, 동물병원과 트레이너, 행동 전문가가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는 통합 관리 체계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협진은 ‘특별한 서비스’가 아니라, 반려가족 모두를 위한 필수 인프라로 진화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