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한국고양이혈액센터’ 본격 가동하는 김 형 준 센터장

"윤리적·지속가능한 고양이 혈액 공급 보호자와 병원 만족할 선순환 구조"

2026-02-23     김지현 기자

 

국내 고양이 의료 현장에서 혈액은 여전히 가장 취약한 인프라 중 하나이다. 빈혈, 대수술, 응급상황 시 긴급 수혈이 필요해도, 고양이 혈액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자원이다. 

이러한 구조적 공백을 바로잡기 위해 김형준(한국고양이혈액센터) 센터장은 2년 전 서울시 양천구 목동에 독립형 국내 유일의 ‘한국고양이혈액센터’를 설립했다. 
그가 목표로 삼은 것은 단순한 혈액 공급이 아니라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김형준 센터장은 2016년 국내 최초로 고양이 헌혈 프로그램을 병원 차원에서 시도한 바 있다. 혈액형 알기 캠페인, 혈액형 키트 제작 등 다양한 시도를 이어갔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많은 동물병원들이 고양이 헌혈을 시도해 왔지만 실제로 지속 운영한 곳은 거의 없었다. 전신마취가 필요하고 리스크가 크며, 보호자 관리 부담과 수익성 문제 때문에 현실적으로 운영이 어렵다는 것이 이유에서다.

기존 혈액은행 시스템의 한계도 명확했다. 과거 공혈견·공혈묘의 열악한 사육 환경 논란은 수의계 내부에서도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
김형준 센터장은 이를 ‘공정무역 커피’에 비유했다. “착취하지 않은 생산 구조, 윤리적이면서 실제로 작동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병원 내 프로그램 대신 독립 혈액센터 형태를 선택하기로 했다. 경쟁 병원에 헌혈을 의뢰해야 하는 구조적 부담을 없애고, 혈액 공급 자체에만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한국고양이혈액센터’는 2024년 오픈 이후 보호자가 있는 고양이만을 대상으로 안전하게 헌혈을 진행하고 있다.
운영의 핵심은 선순환 구조다. 헌혈에 참여한 고양이는 약 50만 원 상당의 건강검진을 무상으로 받는다. 검사 결과 이상이 있으면 헌혈은 진행하지 않는다. 
여기에 1년짜리 펫보험 가입, 사료 및 기념품 제공, 보호자가 다니는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진료 지원비까지 포함된다. 보호자에게 현금을 지급하지 않고, 병원 진료비로 환원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이 구조 덕분에 병원은 보험 가입 환자를 맞이할 수 있고, 고양이는 안전하게 헌혈에 참여하며, 보호자는 무료 건강검진과 다양한 혜택을 누린다. 
김형준 센터장은 “보호자, 고양이, 병원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물론 한계도 분명하다. 현행 법체계상 동물 혈액은 생물학적 제제로 분류돼 가공이 제한된다. 전혈만 유통 가능하고, 유통기한은 2주에 불과하다. 수요 예측이 빗나가면 폐기 손실이 발생하고, 반대로 수요가 몰리면 공급이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김형준 센터장은 “원가율이 높고 리스크는 크지만 안전 기준은 절대 낮출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동물병원 임상 현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기존에는 고양이 수혈이 최후의 선택이었지만, 공급이 안정되면서 심장수술, 고난도 수술 등에서도 적극적인 치료 옵션으로 고려할 수 있게 됐다. 
그는 “혈액 접근성이 높아지면 치료 문턱이 낮아지고, 의료 품질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고양이혈액센터는 지난해 11월부터 수도권 병원에 공급을 시작했으며, 올해 초부터는 전국 단위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대학병원과의 협력도 계획 중이다. 다만 김형준 센터장은 “외부 후원이나 선의에만 기대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자발적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고양이 혈액 문제는 단순한 공급 이슈를 넘어 동물의료의 윤리성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묻는 질문이다. 
김형준 센터장의 시도는 그 공백을 정면으로 마주한 국내 드문 사례로, 향후 고양이 의료 생태계에 새로운 기준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