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분양’ 더이상 고민거리 아니다

경영난 해소·올바른 분양 문화·동물 수 증가 1석 3조

2014-07-11     박천호 기자

개원가의 장기불황 때문일까, 반려동물 분양을 고민하는 원장이 늘고 있다. 그동안 반려동물병원 원장들 사이에서 분양은 ‘하면 안 될 일’ 중 하나였다. 때문에 분양을 겸업하는 동물병원 중에는 상호에 ‘병원’ 대신 ‘애견’이라고 표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 분양을 하는 병원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병원이 나서 올바른 분양문화 정착해야
반려동물 애호가들 사이서 신뢰할 만한 건강상태 등 기대 인식 커져

‘동물병원에서 운영하는 애완동물 전문 분양 사이트’, ‘건강하고 예쁜 강아지와 고양이를 동물병원에 직접 분양 합니다’, ‘본원에 직접 검진한 건강한 강아지와 고양이만 분양 합니다’, ‘애완동물의 평생 건강을 책임지는 분양 전문 동물병원’. 온라인상에서 분양과 진료를 겸업하는 병원들의 홍보문구다.

분양 겸업 동물병원 증가 전망
이렇듯 동물병원에서 분양이 증가하는 것을 두고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 중 개원가 경쟁이 최고조에 이른 현 상황에서 1인 동물병원의 특화된 진료와 서비스는 예전만큼 환자와 보호자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후죽순 생겨난 대형병원들에 밀려 신환 유치는커녕 구환 유지도 점점 힘든 상황에 분양을 통해서라도 경영난을 해소하겠다는 일부 동물병원 원장들의 의지라는 설명이다.
한 원장은 “예전에는 동물병원에서 분양을 하면 비웃거나 손가락질을 받기 일쑤였다. 심지어 몇몇 원장들은 ‘장사로 잇속을 챙기는 병원으로 순수 진료만하는 병원’이라는 뜻으로 ‘마트병원’이라고 비꼬아 부르기도 했지만 이젠 옛 말이 됐다”며 “오히려 지금은 동물병원들이 올바른 분양문화를 정착시키자는 분위기로 바뀌어 분양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동물병원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동물병원을 신규 개원한 젊은 수의사들 사이에서 분양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어서 앞으로 분양을 겸업하는 동물병원은 증가할 전망이다.
한 수의사는 “남들보다 먼저 시작한 분양으로 큰 돈을 벌었다는 A원장의 얘기가 젊은 수의사들 사이에서 마치 자신의 롤모델을 이야기 하듯이 퍼지고 있다”며 “지난 해 말 전체 반려동물병원의 10% 가량이 분양을 겸업하고 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지금은 그 보다 훨씬 많은 동물병원이 분양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 애호가들도 인식 변해
반려동물 애호가들 역시 동물병원에서의 분양을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그 이유는 분양 후 기대할 수 있는 건강상태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에 한국소비자원이 ‘반려동물 소비자 피해사례 중 84.5%가 폐사나 질병으로 그 중 구입일로부터 15일 이내가 92%’라는 충격적인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모 원장은 “개원가 환경으로 보나 동물 애호가들의 인식변화로 보나 분양은 더 이상 수의사들의 고민거리가 아닌 것 같다”며 “동물병원들이 나서 올바른 반려동물 분양 문화를 정착시키고, 지역 반려동물 수 증가에 기여한다면 병원을 운영하는 원장 입장에서나 동물의 건강을 지키고, 치료하는 수의사 입장에서나 나쁠 것은 없지 않냐”고 말했다.

지난해만 판매업 302개 증가
상황이 이렇자 그동안 애견 분양을 주도하던 펫숍 관계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달 초 한국펫샵협회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문제되는 것은 동물병원에서 영업 행위가 확대됨에 따라 앞으로 우리나라의 펫 산업에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 “각자 맡은 직업에 충실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관련 법안으로 동물판매 면허제도가 우선이라고 생각하며, 이를 적극 추진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지난 5월 16일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동물판매업 신규 등록은 523개소로 현재 총 2,454개의 판매업소가 전국에서 영업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도인 2012년 2,152개소에서 302개소 증가한 수치로 동물병원이 일정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