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이종민의 자동차 칼럼①

편식하는 국내 수입차 시장 체질개선 필요

2014-06-20     개원

지난해 수입자동차 시장이 드디어 10% 점유율을 넘어서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만들어냈지만 사실 국내의 모든 수입차 브랜드가 웃으며 새해를 맞이하진 않았다.
1980년대 말에 소수의 브랜드가 국내에 수입되기 시작하면서 국내의 수입차 시장은 그야말로 현대, 기아자동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에 가려진 불모지에서 20년이 지난 지금은 점유율이 두 자리를 넘어서는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점유율은 분명히 더욱 커질 것이다.

자동차가 더 이상은 교통수단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즐거움의 ‘도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소비자들 또한 국내 자동차업체에서 만들어내던 ‘틀에 박힌 자동차'가 아닌 진정한 자동차의 우수성을 인정한다는 긍정적인 지표라고 생각한다.  물론 국산차가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정부의 보호 정책을 업고 성장한 부분도 있으니까 하는 이야기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과 선택이 불과 몇몇의 메이커와 모델에 편향되어 있는 편식주의가 걱정스럽다.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을 자랑하고 급속도로 자동차산업이 발전되어 온 만큼 수입차 시장 또한 폐쇄적인 시장에서 문호 개방을 했는데 소비자들의 선택은 아직도 거기서 거기다.

수입차 점유율을 잘 살펴보면 1위 BMW, 2위 벤츠, 3위 폭스바겐, 4위 아우디 등 상위권의 메이커들은 죄다 독일 메이커들이다. 독일차가 좋고, 일본차가 나쁘고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수입차의 수요층이 비싼 자동차라고 인식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차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또한 1위 업체인 BMW 점유율의 1등 공신 또한 5시리즈의 528과 520모델이다. 수많은 라인업의 자동차 중 유독 2가지 모델만 엄청나게 팔렸다는 것이다.

2위 업체인 벤츠 또한 마찬가지다. BMW5 시리즈의 경쟁모델인 E클래스 모델만 판매의 주를 이루고, 다른 모델들은 점유율이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물론 어디든 1위가 있으면 꼴찌가 있지만 하위 업체들과 상위 업체들과의 격차는 상상을 초월 하는 수준이다.

개인적으로 참 아쉽다. 각 메이커 의 영업능력이나 마케팅 전략에 따라서 시장이 움직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소위 말하는 돈 있고 배운 사람들이 고작 선택하는 차가 기껏해야 3가지를 간신히 웃도니 말이다. 마치 옆집 영희네가 신형 소나타를 샀으니 우리집도 그냥 소나타를 사는 것 같은 느낌이다.

조금 더 냉정한 시각에서 보면, 물론 점유율이 높다는 건 그만큼 우수한 품질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과 같은 말이지만, 과연 최종 선택을 하는데 있어 자동차에 대한 결정을 본인이 했는지, 주위에서 하는 말에 의해서 했는지 생각해보면 정말 제품 자체가 좋다고 느껴서 구매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실제로 시승을 직접하고 꼼꼼히 따지고 선택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결정하는 요인이 제품이 아닌 다른 외부적인 요인이 많다는 말이다. 독일 브랜드들이 장점으로 내세우는 점들이 있으면 분명 일본 브랜드들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부분들도 있을 터. 독일차는 독일차라서 좋고, 일본차는 일본차 라서 좋다는 막무가내식의 과정은 바람직하지 못하고, 결국은 국내시장에 진출하는 모델들 또한 적어질 수밖에 없다.

수입업체들이 한국시장에는 출시하지 않는 모델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시는가? 물론 현지 사정이란 부분을 무시하지 못하지만 수입차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한국수입차는 아직까지도 성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양한 차종을 절대 소화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서 현지 본사에서도 좋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시장엔 출시할 엄두를 못 낸다는 것이다.

아마도 수입차는 ‘가진 자’들의 전유물이고, 실제로 그랬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보수적인 사고를 하고 대외적인 이미지 때문에 검정색 고급세단을 고집 했으리라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점유율이 두 자리 수를 넘어서고, 국산차와 수입차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현재의 시장 상황에서 왜 아직도 값싸고 좋은 수입차들보단 비싼 자동차들이 점유율이 더 높은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산차 업체에서도 솔선수범해서 다양한 차종을-이전에는 한국에선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장르, 혹은 다양한 장르-만들어내고 있는데 왜 도로위에는 아직도 온통 세단 뿐이란 말인가. 실용적인 해치백, 공간 활용이 뛰어난 왜건, 혹은 더욱 많은 메이커들의 버라이어티한 자동차들을 보고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그냥 옆집 영희네 처럼 세단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시장 상황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수입업체들 또한 믿을 수 있는 정비업체의 네트워크 확충과 영업인력이 필요하지만, 당장 눈앞의 수익보단 장기적인 투자로서 현재의 시장을 바라본다면, 지금 당장 판매는 의문스럽지만 시장을 성숙하게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모델들을 출시해서 업계가 건강해질 수 있도록 정책을 조금은 바꿔야 하지 않을까? 더 나아가 소비자들의 편식하는 선택 또한 몇 가지 차종에 국한될 것이 아니라 조금은 넓은 시각으로 남들의 의식을 벗어나서 자동차를 선택하는 것 또한 장기적으로 소비자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오토칼럼니스트 이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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