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강형욱 훈련사를 둘러싼 논란이 수의계로 불똥이 튄 모양새다. 애초 강 훈련사의 직장 내 갑질 공방이 그의 반려견 레오에 대한 동물학대 방치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그동안 수의계 내부적으로 금기시됐던 출장 안락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문제의 발단은 오랫동안 레오의 주치의였던 모 수의사가 레오는 학대당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기사를 통해 밝히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사람들 관심이 레오가 있던 회사에서 안락사를 시행했다는 사실로 옮겨가면서 A 수의사가 레오 주치의를 마약류 반출 혐의로 고발, 출장 안락사의 불법 여부 논란에 불을 지폈다.
현재 동물의 안락사는 동물병원 내에서 진행하는 것이 대한수의사회(이하 대수회) 기본 방침이자 권고사항이다. 대수회는 ‘동물병원 방문진료(왕진) 관련 가이드라인’을 통해 동물병원 내 진료 원칙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수의사법 제17조에 따르면 ‘동물병원을 개설한 수의사가 동물진료업을 할 수 있다’고만 명시돼 있을 뿐 의료법과 달리 수의사법에는 동물병원에서만 진료해야 한다는 진료 장소에 대한 규정이 없어 사실상 방문진료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즉, 동물병원이 아닌 곳에서 진료를 한다고 해서 법에 저촉되지는 않지만 수의계 내부적으로 반려동물에서의 출장진료를 허용하지 않다 보니 수의사들 간에도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아쉽게도 앞서 대수회는 응급처치나 정부의 요청, 가축진료 등 현장에서 진료를 해야 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동물병원 내에서 동물 진료를 하도록 하는 수의사법 개정을 요구한 바 있으나 폐기됐다.
이처럼 안락사 장소 문제는 수의계 내부 정서와 법 규정이 상충하고 있어 다툼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극심한 고통으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노쇠해 죽음을 앞둔 동물은 정서적으로 안정된 친숙한 곳에서 가족들과 같이 편하게 보내주는 게 더 좋다는 보호자들의 니즈가 커지면서 출장 안락사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고 일부 수의사들도 여기에 공감하는 분위기이다.
문제는 동물병원이 아닌 곳에서 진료를 했다가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미비한 대응으로 의료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사고 발생 시 모든 책임은 해당 수의사가 져야 한다는 점, 또 감염 위험이 높을 뿐만 아니라 의료폐기물 처리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출장진료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고 강제성이 없다 보니 최근에는 장례업체와 연계해 안락사 출장을 나가는 수의사들까지 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출장진료를 하지 말라고 권고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출장진료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원칙 및 절차를 정하고, 안락사 장소와 실시 기준에 대한 법적 규정을 마련해 제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잘못된 행태에 대한 규제와 처벌도 가능할 것이다.
한때 수의사의 방문진료를 중개하는 플랫폼 서비스가 출시된 적이 있다. 이는 환자 유인 행위에 해당해 면허정지 등의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처벌 여부를 떠나 출장 진료에 대한 보호자와 수의사의 니즈가 존재함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출장진료 논란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법적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