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현 원장 칼럼] 개원 필살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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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현 원장 칼럼] 개원 필살기①
  • 개원
  • [ 311호] 승인 2026.01.09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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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라는 면허, 자영업이라는 현실”

밤잠 설친 개원 전야, 
비로소 보인 선배들의 무게


개원 전날 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두려운 마음으로 병원에 첫 출근하던 날을 기억한다. 인테리어부터 입지 선정까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결정의 순간을 지나오며 새삼 깨달았다. 그동안 나를 고용했던 원장님들, 그리고 이 땅의 모든 동물병원 원장님이 얼마나 대단한 길을 걸어왔는지를 말이다.

어느 지역에 어느 정도 규모로 자리를 잡을지, 인테리어 비용은 얼마가 적정할지, 사료와 용품 재고는 어떻게 채우고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의료 장비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여기에 직원 고용과 형태, 우리 병원이 주력해야 할 진료 방향성까지. 자잘한 것부터 생존이 걸린 문제까지 매일 '결정'을 내려야 하는 원장이라는 자리에 서자, 이미 이 길을 걸어간 누군가에게 매달려 묻고 싶다는 욕망이 간절해졌다. 이것이 제가 작은 경험이나마 기록하기 시작한 이유이다.

수의사 면허, 탄탄대로가 아닌 
‘자영업'으로의 초대장

수의사가 되었을 때 우리는 기대한다. 이 어려운 공부를 마쳤으니 면허라는 이름의 탄탄대로가 열릴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마주하는 진실은 냉혹하다. 전문직이라는 화려한 이름 뒤에 숨겨진 본질은 결국 '자영업'과 맞닿아 있다.

운이 좋아 병원과 방향이 맞는다면 봉직의(페이닥터)나 지분 원장으로 남을 수도 있겠지만 봉직의의 삶도 영원한 안식처는 아니다. 내가 일으키는 매출과 보호자의 충성도에 따라 몸값이 결정되는 구조는 미용실의 디자이너와 매우 닮아 있다. 

실력과 접객 능력을 키워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면 높은 인센티브를 받겠지만, 반대로 말하면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냉정한 시장 논리 속에 있다는 뜻이다.

두 종류의 수의사, 
그들이 마주하는 살 떨리는 시작

여기 두 부류의 수의사가 있다.
첫째는 자신의 실력을 확신하는 '자신만만형'이다. 내가 병원의 핵심인데 원장이 가져가는 수익에 비해 내 월급이 적다고 느낀다. 병원 운영에 들어가는 시간, 기회비용, 리스크를 간과한 채 "재주는 내가 부리고 돈은 원장이 가져간다"는 생각에 개원을 결심한다.

둘째는 언젠가 도태될까 두려운 '불안형'이다. 연차가 쌓여도 진료 영역이 넓어지지 않고, 석·박사 학위를 딴 유능한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는 현실에 압박을 느낀다. 연봉 협상은 어려워지고 이직마저 여의치 않게 되자 떠밀리듯 개원 전선에 뛰어든다.
출발점은 다르지만 대출을 크게 일으켜 개원하는 순간 두 사람 모두 똑같이 '살 떨리는' 나날을 맞이하게 된다. 동물의 생명을 살리는 긴장감을 넘어선 '사업의 공포'가 시작되는 것이다.

알고 싶지 않았으나 알게 된 것들을 위하여
보통의 수의사라면 수억 원의 자금을 운용해 본 경험이 드물 것이다.
억 단위의 인테리어 비용, 매달 돌아오는 수백만 원의 월세, 그리고 무엇보다 어려운 '사람' 문제까지. 최저임금과 주휴수당, 노동법을 진료 지침서보다 먼저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 원장의 숙명이다.

나도 처음부터 알고 싶지는 않았지만 부딪히며 깨달을 수밖에 없었던 노하우들. 개원가에서 웃고 울며 몸소 겪은 이 이야기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잠 못 이루며 개원을 고민하는 선생님들에게 작은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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