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창작과 표현은 강렬한 정신적 에너지의 소모로 이어진다. 끊임없는 일탈과 소통의 불편함을 산출하기도 한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네 발 달린 친구들이 예술가의 영혼을 위로한다면 그 얼마나 다행인 일일까?
이 책은 두 발 동물이기도, 네 발 동물이기도, 때로는 무발 동물이기도 한 그들이 어떻게 예술가의 작품에 스며들어 후대의 사람들에게도 자신을 선보이고 있는지를 조명한다.
예술가는 혼자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예술가들은 언제나 뮤즈의 말을 듣기위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의 뮤즈가 되어준 반려동물은 예술가에게 어머니이자 연인이며 동반자이다.
명민한 예술가가 그리고 쓰고 찍으며 짚어낸 세계를 더듬는 행보에서 이들 곁의 동물 친구들과 그들의 영향력을 함께 공부하는 것 또한 의미 있다.
이 책은 예술가 중에서 특히 그림을 그렸던 화가와 그들 곁의 동물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길정현 작가는 기록에 특화된 사람이다. 멀고 가까움에 상관없이 떠났던 모든 걸음과 사유를 기록하고 나눈다. 저마다 일상을 한껏 전시하는 시대에 저자는 자신의 기록을 투명하게 전달한다. 체하지 않는 밥같은 정직함에 매료되어 그의 글을 자꾸만 찾아 읽는 사람들이 많다.
길정현 작가는 예술가와 그들 곁의 네 발, 혹은 두 발, 심지어는 무발 친구들에 대한 기록을 찾아 각각을 연결하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누가 뭘 길렀더라’가 아니라 ‘어떤 동물을 길렀는지, ‘왜 그 동물을 길렀는지’, ‘그래서 마침내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동물이 예술가에게 무엇을 대신하는 존재였는지’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