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없는 길고양이 중성화사업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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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없는 길고양이 중성화사업 중단하라”
  • 이준상 기자
  • [ 218호] 승인 2022.02.2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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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장협의회, 길고양이 중성화사업 규정 개정 촉구
“수의학적 근거 없는 TNR 보이콧까지 불사”

대한수의사회 지부장협의회(회장 이승근, 이하 협의회)가 길고양이 중성화사업(TNR) 규정의 개정을 촉구하며 “실효성 없는 길고양이 중성화사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수의학적 근거 없는 TNR 사업을 지속할 경우 보이콧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0일 협의회는 현행 길고양이 중성화사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담은 건의문을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에 공식 전달했다.

협의회는 “체중 2kg 미만 개체와 수유 개체의 중성화수술을 금지한 현행 규정은 국제기준에 맞지 않고, 수의학적인 근거도 없다”면서 해당 규정을 삭제할 것을 촉구했다.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지역별 수의사회를 통해 올해 TNR 사업 수행을 보이콧하는 방안까지 불사할 방침이다.

국내에서 20년 이상 시행돼 온 TNR 사업은 사실상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에 실패했다. TNR을 통해 길고양이 개체 수 증가를 막으려면 지역 내 중성화수술 개체 비율이 75% 이상 돼야 하는데, 서울특별시와 6대 광역시의 길고양이 중성화 비율은 평균 약 13% 이하(2020년 기준)에 그치고 있다.

협의회는 “정부가 국제적 기준에 따른 TNR 정책을 도입하지 못한 채, 길고양이 관련 민원 해소용으로 혈세를 허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1월 안전하고 효과적인 고양이 중성화사업이 시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고양이 중성화사업 실시 요령(농림축산식품부 고시)’을 개정했지만, 개체 수 조절이라는 TNR 정책의 근본적 목적과 상반되는 정책을 수립했다.

개정 고시에서는 체중 2kg 미만인 길고양이의 중성화를 금지하고 있지만, 수의학적인 근거가 없다. 2kg 미만인 고양이도 수술 후 자생능력이 있는 건강한 개체는 수의사의 판단 하에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 TNR 목적에도 부합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체중만을 기준으로 중성화 가부를 결정하는 국가나 수의사는 없다. ASPCA 가이드에 따르면, 고양이의 연령, 체중, 신체 상태를 바탕으로 수술 가능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다(ASPCA, Considerations for Community Cats at S/N Clinics Guide).

또한 개정 고시에서는 수유 중인 길고양이의 중성화수술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는 TNR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만드는 독소 조항이다.

전 세계적으로 수의학 학술서적과 관련 논문, 해외동물보호단체 TNR 가이드라인 등은 임신, 수유, 발정기, 자궁축농증 등의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개체를 대상으로 TNR을 하는 것이 개체 수 조절과 길고양이 복지 및 인간과의 공존을 위해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길고양이는 연간 평균 2회 이상 임신·수유를 반복하기 때문에 임신기간은 연간 130일이며, 수유기간은 연간 14~16주에 달한다. 수유 중인 길고양이의 중성화수술을 금지함으로써 1년 중 1/3에 달하는 기간 동안 중성화수술이 불가능하여, 길고양이의 개체 수는 급격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번 개정 고시에 농식품부는 동물진료 전문가인 수의사의 의견은 무시한 채 실효성 없는 TNR 정책을 수립했다. 애초 ‘고양이 중성화사업 실시 요령’ 개정 과정에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제기준에 맞춰 2kg 미만·임신·수유묘도 수의사 판단 하에 중성화할 수 있도록 초안이 마련됐지만, 고시된 규정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따라서 협의회는 TNR 정책이 바로 설 수 있도록 다음 3가지 개선점 △중성화수술 몸무게 2kg 제한 규정을 수정 또는 삭제 △수유묘의 중성화수술 금지 규정 삭제 △군집별 집중 TNR 병행 시행을 농식품부에 공식 요구했다.

협의회는 “현행 중성화사업은 TNR의 본질적 목적에 반하고, 수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결과적으로 예산만 낭비하는 실효성 없는 사업으로 전락했다”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TNR 규정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길고양이의 복지와 사회적 공존을 위해 수의사 의견이 반영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정부가 계속 외면한다면 수의사회 차원의 보이콧을 불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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