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호 교수의 영화이야기④] 헤어질 결심(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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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호 교수의 영화이야기④] 헤어질 결심(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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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28호] 승인 2022.07.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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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은 결코 헤어질 수 없기에 필요하다”

처음에 이 영화 예고편을 보고 제목과 함께 짐짓 이야기를 유추해 보았었다. 그리고 ‘사랑에 빠지는 건 불가항력이지만 헤어질 때는 결심이 필요한 법이다’라는 이야기겠지?하고 그럴듯한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어긋나게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랑을 영원히 봉인하려고 사랑하는 이와 헤어질 결심을 하는 아주 잔인한 멜로물이었다.
 
이야기는 부산 구소산에서 일어난 기도수의 추락사 사건을 중심으로 사망자 기도수의 젊은 아내인 탕웨이(송서래 역)를 잠재적 피의자로 두고, 박해일(장해준 역)의 관점에서 펼쳐지는 전반부와 이들이 헤어진 후 이포에서 다시 만났을 때 일어나는 송서래의 두 번째 남편 박용우(임호신 역)의 살해사건을 중심으로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이다.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에서는 송서래와 장해준 두 사람 모두의 관점을 따라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상징물 두 가지가 인상적이다. 먼저 드레스 색깔이다. 송서래가 장해준과 서로에게 관심을 보일 때 장해준이 송서래에 대한 의심 속에서 오락가락 할 때는 청록색의 드레스가 등장한다. 

영화에서 파란색은 첫 인상과 연결되어 있고, 녹색이 극 중 주로 죽음 또는 구원과 연결된 상징이라고 본다면 청록색의 드레스는 그 사이 어딘가의 모호함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피나 붉은 색 드레스는 폭력을 상징한다. 

다음은 산인데 전반부의 구소산과 후반부의 호미산은 서래의 남자를 상징한다. 서래는 구소산에 올라가고 싶어하지 않지만 남편은 함께 오르기를 강요하고 갈등이 유발된다. 

반면 호미산은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외할아버지가 물려준 산이라고 서래는 알고 있다. 그러나 소유할 수 없다. 즉 구소산은 사랑하지 않지만 남편 기도수를 상징하는 산이고, 호미산은 자신의 남자라고 믿지만 정작 실제로는 소유할 수 없는 산이다. 

서래가 구소산과 호미산에서 각각 그 두 남자에게 어떠한 행위를 했나를 보면 이는 너무나 명확하게 보여진다.

영화는 일반적인 중산층을 상징하는 정안(이정현)과 해준의 관계를 가장 불안하고 어색하게 그린다. 반면 해준의 파트너 수완(고경표)과 해준은 서로에게 (유사) 동성연인과 같은 관계처럼 보이고, 김신영이 연기한 연수는 남성과 여성의 경계에 서 있는 사람처럼 묘사되는 데, 이는 조선족으로 나오는 서래와 함께 전작 아가씨에서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감독의 관심과 배려를 보이는 것 같아 좋았다.

사랑이 어긋나는 대부분의 이유는 내게 사랑이 다가왔지만 상대방도 정말 나와 같은 지 확인하기 어려워서이다. 그리고 그 어긋남은 감정의 시차뿐만 아니라 서로가 생각하는 관계의 높낮이 차이에도 기인한다. 

서래는 상대를 위해 그 사랑을 영원히 봉인하는 선택을 했다. 박 감독과 정서경 작가는 헤어지지 못하기에 헤어질 결심을 하는 서래를 일체의 선정성과 잔혹한 장면 없이도 독하게 묘사하였다. 필자에게는 이번 영화가 그의 작품 중 가장 잔인했다. 탕웨이는 역시 표정 연기가 일품이었고, 박해일은 정말 간만에 잘 고른 작품이라 말해주고 싶다. 


 

 

노상호(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교수)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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