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호 교수의 책이야기⑥] 『미생물에 관한 거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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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호 교수의 책이야기⑥] 『미생물에 관한 거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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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33호] 승인 2022.10.0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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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훨씬 먼저 지구의 주인이었던 생명들

 

우리는 많은 미생물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 지구 상에 있는 모든 생명체의 조상이 바로 미생물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비록 눈에 보이진 않지만 서로에게 적응해 왔고 때로는 인류의 역사를 바꾸기도 했다. 그 존재가 알려진 이후에는 사람들에게 어떤 미생물은 동반자로, 다른 것들은 침입자로 여겨지며 과학자들의 주요 관심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최근 인류는 팬데믹의 고통을 수 년간 경험하면서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나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지 몸소 체험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는 미생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점점 더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원 제목이 ‘March of the microbes’ 인 「미생물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은 2010년에 세계적인 미생물 학자인 존 L. 잉그럼이 쓴 책으로 국내에는 2014년에 번역되어 소개되었다. 왜 역자는 이 책의 제목을 미생물에 관한 '거의' 모든 것으로 번역을 했을까? 아마도 미생물에 대한 전문가인 저자가 과학자로서의 전문성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일반인들이 미생물에 대해 쉽게 이해하도록 그러나 일상생활을 포함, 가능한 많은 영역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책은 서문 이후에 ‘미생물이 있는 풍경’이라는 소제목으로 시작하는데 여기서 미생물의 정의와 분류를 잘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후 7장까지는 주로 박테리아, 즉 세균을 중심으로 우리의 일상생활과 연결하여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의 활동과 그 결과물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생선의 썩은 비린내가 나는 이유, 미생물에 의해 얻을 수 있는 와인과 치즈 등 현장감있는 이야기들을 하면서 그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미생물학 공부가 되도록 이끌어내고 있는데, 글 하나하나에서 저자의 미생물학에 대한 진지함과 전문성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이 때까지는 미생물의 유용함을 통해 우리에게 좀 더 미생물을 친근하게 느끼고 이해하도록 저자가 유도하였다면 이후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미생물의 민낯을 보여준다. 


무려 400페이지가 넘는 책의 중반을 넘어가 8장에 이르면 우리가 잘 접하기 어려운 극한 환경에서 서식하는 미생물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초고온, 초저온에서도 생존하는 미생물, 극히 건조한 환경에서 트리할로스라고 하는 당류를 만들어 자신을 보호하는 미생물 등에  대한 소개와 이론적 설명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리고 9장에서는 미생물이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인류에게 적대적으로 다가온 경우를 설명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최근에 관심을 갖고 있는 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사람의 건강에 치명적인 박테리아 및 항생제의 발견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진다. 


책의 종반에 이르러 저자는 지구의 지층에 거대한 흔적을 남긴 미생물들의 활동 및 결과물에 대해 다양한 지역의 사례를 들어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으며그 다음 장에서는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가 아닌 미생물인 편모충을 중심으로 일상에서 쉽게 접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풀어나간다. 그리고 마지막에 저자는 우리보다 훨씬 더 먼저 존재했던 미생물이 나중에는 우리를 포함한 다른 많은 생명체들이 사라진 이후에도 존재할 것이라는 명제를 남기며 글을 마무리한다.


미생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수 밖에 없는 현재 상황에서, 그리고 좋던 싫던 인류가 존재하는 한 미생물과  함께 살아야 하는 현실에서 이들에 대해 좀 더 쉽게 잘 이해하기에 이 책만큼 좋은 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 일선의 수의사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노상호(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교수)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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