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젊은 수의사’라는 허상
상태바
[독자투고] ‘젊은 수의사’라는 허상
  • 개원
  • [ 234호] 승인 2022.10.24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 전 대한수의사회에서 조사한 결과, 활동 수의사 중 6년제 수의대 출신이 4년제 수의대 또는 농대 수의학과 출신의 비율을 넘어섰다는 내용을 보았다. 마치 변호사 사회에서 사법고시와 로스쿨 출신을 나누는 것과 유사하다는 느낌을 준다. 면허 또는 자격을 얻기 위해 지나온 불가변적인 태생적 뿌리, 즉 시작점부터 다르다는 설정이다.


대한민국 어디에나, 조금 더 넓게 보자면 전 세계 어디에나 세대 갈등은 존재한다. 특히 우리나라로 한정 지어보자면 과거 호남과 영남의 지역 갈등, 이후 여성과 남성의 젠더 갈등을 거쳐 지금은 청년과 장년의 세대 갈등이 가장 큰 사회적 문제 중 하나로 지적될 만큼 세대 간의 분열과 혐오는 수의사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흔히 ‘젊은 수의사’라고 하면 수의대 입학 성적은 소위 SKY라고 불리는 대학교의 일반학과 중간 정도라서 그런지 정이 없고 어딘가 뻔뻔하며, 남성의 경우 공중방역수의사나 수의장교라는 제도를 활용해서 아주 편하게 병역의 의무를 지며, 할 줄 아는 것도 없으면서 저년차 페이닥터로서 급여와 환경에는 불만이 많고, 수의사회 회비는 납부하지도 않으며, 수의사의 집단적 미래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개인의 이익만 찾으려고 하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정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가 위원장으로 있었던 대한수의사회 청년특별위원회에서 올 초 진행한 ‘백문벳답(100가지 문항에 대한 약 1,000명의 2030 수의사의 응답)’이라는 설문조사는 수의과대학 교육이나 수의사 국가시험에 관련된 질문들부터 전공수의사(석박사)나 페이닥터 또는 동물의료계 일반 등 전반적인 영역에 대한 질문들로 구성되어 위에서 언급된 ‘젊은 수의사’의 공통의 특이성을 도출하는 데에 주력했다(다만, 해당 조사의 결과가 세상에 공개되지 못한 것은 상당히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부디 다가올 대한수의사회 회장 선거에서 해당 자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1,000명 이상의 젊은 수의사들이 응답한 결과를 통계적으로 정리하다 보니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면 ‘젊은 수의사’라고 하나의 범주로 묶어 버리기에는 그 안에서도 너무 다양한 특징적 결과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예를 들어 20대와 30대가 다르고, 수의대생과 수의사가 다르고, 남성과 여성이 서로 다른 결과를 보이는 경우가 실제로 매우 많았다. 


즉, 젊은 수의사는 한 명의 개인이 아니기에 하나의 특징으로 표현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글의 도입부에서 정의했던 그러한 특징들도 그러한 개인들이 존재할 수 있지만 모든 이를 표현할 수는 없다.


예를 들자면 ‘수의전문의(전문 수의사)’의 도입에 진심인 집단은 ‘젊은 수의사’들 중에도 미래 수의사(수의대생)일 것이다. 왜냐하면 본인들은 직접적으로 해당 제도의 수혜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장년 수의사들은 국가에서 자격을 공인한 ‘전문의’와 지역에서 경쟁할 생각을 하니 막막하기도 하고, 본인들의 제도의 직접적 적용을 받을 수도 없을 것이기 때문에 일부 교수나 전문의를 고용할 수 있는 수준의 대형동물병원의 원장이 아니라면 굳이 해당 사안에 대해 반대를 하지는 않지만 적극적인 논의와 추진을 하려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수년 전 정립된 치과의사 전문의 과정의 설립 중에서도 ‘통합치의학과 전문의’라는 특이한 제도에서 거의 유사하게 나타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예는 ‘수의사의 주무부처 이관 이슈’를 들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마 ‘젊은 수의사’들 중 특히 공중방역수의사로 복무를 하였거나 복무 중인 남성 수의사들의 목소리가 가장 클 것이다. 반려동물을 진료하고 치료하기 위해 수의대에 왔는데 면허부터 보건복지부 장관이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명의로 나오고, 수의대를 졸업하자마자 3년 동안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공무원으로 일해보니 이곳은 수의사에 대한 존중도 없고 동물 정책에 대한 깊이도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아버린 탓일 것이다. 


일반적인 수의사들이 ‘옮기면 좋지’라는 막연한 생각의 수준이라면 아마 그들은 ‘옮겨야지’라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담으로 다음 정부부처의 개편에서는 보건복지부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기능을 흡수한 ‘보건식품부’와 ‘인구가족복지부’로 나뉠 가능성이 높을 텐데 이러한 변화 속에서 동물의료계는 ‘보건식품부’ 산하의 ‘동물청’ 등과 같은 구체적인 내용을 미리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


즉, ‘젊은 수의사’라는 것은 집단적인 관점에서 보나 세대적인 관점에서 보나 허상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MZ세대라는 단어를 MZ세대들은 공감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문득 떠올랐다. 이제는 개인이 모여 집단을 이룬다고 해서 개인의 존재가 사라지는 세상이 더는 아니다. 부디 모든 수의사들이 개인의 가치를 간직하며 수의사로서 사회적인 역할을 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수의사의 집단적 효용성도 점차 증가할 것이라 소망해본다.

 

 

 

 

 

 

 

 

 

조영광(수의미래연구소) 공동대표


주요기사
이슈포토
  • ‘부산수의컨퍼런스’ 후원 설명회 4월 18일(목) 오후 5시 리베라호텔
  • 제일메디칼 ‘제3회 뼈기형 교정법' 핸즈온 코스 5월 19일(일)
  • 동물병원 특화진료 ‘전문센터’ 설립 경쟁
  • [연자 인터뷰 ㉟] 김하정(전남대 수의내과학) 교수
  • [클리닉 탐방] VIP동물의료센터 동대문점
  • 현창백 박사, V-ACADEMY ‘심장학 세미나’서 심근증 다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