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호 교수의 책이야기⑦]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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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호 교수의 책이야기⑦]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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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37호] 승인 2022.12.1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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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신호와 단서를 알아보는 법”

 

필자의 젊은 시절을 생각해 보면 아는 사람 또는 식당 등 사업장의 전화번호를 족히 수십 개 이상 외웠던 것 같다. 우체국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던 시절에는 전국의 거의 모든 우편번호도 다 외웠던 기억이 있다. 그 뿐인가, 대학에 들어간 80년대 말 운전을 배운 직후에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길 이름과 남들보다 빨리 갈 수 있는 이면도로도 지도를 보며 척척 머리에 담아두고 다녔던 생각이 난다.

지금은 어떨까? 나이가 들어서 이기도 하지만 스마트폰이라는 훌륭한 휴대용 보조기억장치 내지는 저장장치로 인해 아무 것도 외우거나 반복하여 기억하지 않는다. 대체로 남아있는 많은 기억들은 다 젊은 시절의 장기 기억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젠 스마트폰이 나침반과 시계, 지도와 검색엔진 역할도 다 하고 있으니 휴대전화 신호가 잡히는 한 처음 가는 산에서 산행을 할 때도 딱히 긴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만일 신호가 안 잡히거나 스마트폰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면 혼자건 여럿이건 도시문명이 아닌 야생의 자연 속 혹은 도시와 물리적 거리가 상당한 외딴 어느 곳에 노출되어 있다면 그 땐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트리스탄 굴리가 쓴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The Walker’s Guide to Outdoor Clues and Signs)’은 책의 부제에 나와있듯이 ‘우리 주변에 널린 자연의 신호와 단서들을 알아보는 법’을 영국에서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쓴 글이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늘의 해와 달과 별, 시간에 따른 바람의 방향, 야생화 및 나무가 자란 형상, 모래와 물의 흐름 등 다양한 자연의 지표들을 가지고 자연 속에서 다른 도구 없이 판단하는 방법을 실제 그 상황이 눈 앞에 있는 듯 현장감 있게 가르쳐 준다. 

그렇다고 시험을 위해 지구과학을 공부하듯 머리 아프게 공부해야 하는 책은 아니다. 자연과 담 쌓고 사는 사람이 아니고 그저 일년에 몇 번이라도 산이나 바닷가, 계곡을 방문하여 자연을 느끼고 거기서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운동화와 산책에 걸 맞는 옷이 무엇인지 정도는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차분히 읽어 내려가며 느끼고 학습할 수 있는 책이다.

물론 참고문헌 포함하여 5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책이라 단숨에 읽을 수는 없다. 대신 그만큼 다 읽었을 때의 성취감은 대단할 것이라 자신할 수 있다. 책의 볼륨에 비해 가격 또한 크게 부담 가지 않는다.

이 책과 동일한 저자가 쓴 후속작품이 있다. 주로 물과 관련한 이야기로 한글 제목은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2’이지만 원제는 ‘How to Read Water’로 제목이 주는 느낌은 앞서 소개한 책과 살짝 다르다. 이 또한 450페이지 가량으로 제법 만만치 않은데 두 권 다 읽으면 가장 좋겠지만 꼭 한편을 고르라고 하면 앞서 소개한 1편을 더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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