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27대 대한수의사회장 후보 1번 최 영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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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27대 대한수의사회장 후보 1번 최 영 민
  • 김지현 기자
  • [ 239호] 승인 2022.12.29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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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수의사 인식 바꾸는 데 집중할 것
미디어 전략팀 구축 대국민 홍보 역량 강화

 “수의사 존재가치 증명하는 자리, 할 수 있다는 확신 있다”

 

1번 최영민 후보
1번 최영민 후보

최영민 현 서울시수의사회장이 제27대 대한수의사회장 선거 후보로 공식 등록하고, 기호 1번을 받았다. 2017년부터 서울시수의사회를 이끈 최영민 회장을 만나 지난 6년간 서울시수의사회 활동과 대한수의사회장에 도전하는 각오를 들어봤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 12월 15일 미리 진행됐으나 29일 선거운동 시작일에 맞춰 게재한다.

 

Q. 서울시수의사회장직을 연임하며 6년 동안 회장직을 지냈다
처음엔 연임에 관한 생각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일해보니 욕심이 생겼다. 잘했다고 평가받은 일조차 더 잘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컸다. 수의사회의 체질을 바꾸기에 3년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서울시회장 연임을 자처한 이유다. 지난 6년의 세월은 서울이라는 크고 복잡한 지부의 회장으로서 능력을 증명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Q. 제27대 대한수의사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이유는
서울시수의사회장에 도전했을 때의 마음과 같다. 이 일을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고, 수의계를 위해 할 일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대한수의사회장을 수행하기 위해선 현재 운영 중인 동물병원을 정리해야 한다. 평생을 임상의로 살아오며 지금도 아침마다 병원 가는 길이 행복하다. 하지만 내 병원과 서울을 넘어 전체 수의계를 위해 이바지할 수 있는 지점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대한수의사회장 출마는 고민의 끝이 아닌 시작이다. 앞으로 대한민국 수의계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만 생각하고 있다.

 

Q. 최근 서영석 의원이 동물병원에서 쓰는 인체약을 수의사처방관리시스템에 의무 입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어쩌면 수의사 과잉 배출 문제보다 협회가 지금 가장 집중해야 하는 문제가 이것이다. 내일 당장 임상 현장에 직격탄이 될 수 있는 문제라서 그렇다. 사실 약사와 수의사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서수회장으로 일하면서 약사의 동향을 면밀하게 주시해 온 이유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려면 보건복지위 의결만으론 부족하다. 반드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쪽은 수의사의 의견 개진 기회가 많아 법안 통과를 저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만에 하나 개정안이 통과돼 법사위로 넘어가더라도 양측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은 법안심사 제2소위로 넘어가게 된다. 다행인 것은 제2소위에 계류된 법안이 너무 많고, 국회의원 임기가 1년 반이 채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모든 수의사가 관심을 두고 격렬한 반대 의사 표시와 더불어 막후에서 소통을 이어 간다면 반드시 저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국회의 법안 처리 프로세스에 매우 밝은 느낌이다. 이를 위해 따로 공부하는게 있나
안타깝지만 수의사는 여전히 메인스트림이 아니다. 약사는 당연하고, 미용사조차 존재하는 국회의원이 수의사는 한 명도 없다. 가만히 있으면 누구도 수의사를 위한 법안을 만들어주지 않는다. 잘못된 법률 하나가 수의사의 삶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국회에서 어떤 이야기가 들리는지 큰 관심을 두는 이유다. 다행히 주변의 좋은 분들이 국회의 여러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덕분에 남들보다 영민하게 법안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듯하다.

 

Q. 6년의 서울시수의회장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회장으로서 해 온 모든 활동이 기억에 남는다. 굳이 하나를 꼽자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장사상충 구제제를 약국에도 공급하라고 내린 시정명령에 대해 모 다국적 대기업이 법적인 승소 가능성이 작다며 수의사와 신의를 저버린 적이 있다. 자칫하면 심장사상충 구제제의 약국 구매가 공식화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시차를 거슬러 가며 미국 본사 CEO를 비롯한 전 세계 주요 책임자에게 서한을 보내고 물밑 협상을 진행한 끝에 결국 공식 사과를 끌어냈다. 그때의 승리가 수의사도 뭉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사건 이후 해당 기업에서 수의사와 관계 개선을 위해 16억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그 돈은 지금도 수의사 전체를 위한 공익광고 등의 활동비로 사용되고 있다.

 

Q. 미국 수의사를 대거 초청한 지난 9월 서울수의임상컨퍼런스는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회원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양질의 컨퍼런스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이었다. 임기 중 마지막 컨퍼런스인 만큼 수의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싶었다. 이수교육 시간을 채우기 위해 억지로 참석하는 자리가 아니라 강사 라인업과 강의 목록만을 보고도 열 일 제쳐두고 참석하는 컨퍼런스를 만들고 싶었다. 검증된 강사가 새로운 학술 주제로 양질의 강의를 할 수만 있다면 분명히 반응이 올 거로 생각했다. 물론 미국 전문의를 한데 불러 모아준 임원진의 공이 절대적이다. 그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 정도로 성공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Q. 대중에게는 동물농장 수의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미디어 출연은 일부러 챙기는 편인가
미디어 출연은 우연한 계기였다. 방송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작가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을 해주니 계속해서 자문을 요청해왔다. 그렇게 동물농장 수의사라는 타이틀이 붙을 때쯤 일본의 사례를 듣게 됐다. 일본 역시 수의계에 극심한 불황이 찾아온 적이 있지만 미디어를 영리하게 활용해 위기를 이겨냈다고 한다. 그때부터 일부러 미디어 활동에 집중하는 편이다. 덕분에 방송계 인맥도 많이 쌓였고, 도움도 많이 받았다. 특히 대중에게 수의사가 하는 일을 효과적으로 알릴 때 도움이 많이 된다.

 

Q. 대한수의사회장이 된다면 미디어를 통해 무엇을 알리고 싶은가
미디어를 활용해 ‘동물병원은 비싼 곳이고 수의사는 폭리를 취하는 사람’이라는 잘못된 프레임에서 탈피하겠다. 친분이 있는 국회의원이나 주요 정책담당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반응이 똑같다. ‘말씀은 다 좋은데, 동물병원비가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 많아서 수의사 의견을 들어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동물병원비가 비싸다는 그릇된 프레임에 갇힌 이상 대한민국 수의사는 영원히 고립될 수밖에 없다.

 

Q. ‘비싼 병원비’ 프레임을 깨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데 특별한 전략이 있나
30~40년 전 미국에서도 비싼 동물병원비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그때 미국 수의사회가 들고나온 슬로건이 ‘동물은 가족입니다’였다. 동물병원비 논쟁의 핵심은 반려동물의 존재를 어떻게 볼 것이냐에 있다. 동물이 가족의 위치로 올라가는 순간 프레임이 바뀐다. 어떻게 하면 병을 고칠 수 있을지를 고민하지, 병원비가 비싸다는 얘기부터 하지 않는다. 최근 미국에선 ‘gentle vet’이라는 말이 널리 퍼져있다. 수의사는 단순히 동물을 치료하는 사람이 아니라 gentle하게 동물, 인간, 환경, 자연을 사랑하고 치유한다는 의미가 담긴 조어다. ‘수의사는 훌륭한 사람’이란 생각을 대중에게 심어주기 위한 미국 수의사회의 전략적 접근이다. 이런 단어가 널리 쓰이는 나라라면 진료비 이슈가 크게 번질 이유가 없다.

 

Q. 그래도 병원비는 비싸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있을 것 같다. 그것에 대응해야 하지 않나
그렇지 않다. 병원비가 비싸지 않다는 근거부터 나열하는 건 하수의 전략이다. 조지 레이코프가 쓴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Don’t Think of an Elephant!)’를 보면 어떤 논쟁을 할 때 상대의 단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진료비가 비싸지 않은 게 사실이라 해도 진료비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기존에 형성된 동물병원은 비싸다는 프레임에 튕겨 나간다. 지금 중요한 건 대중을 가르치는 일이 아니다. 반려동물과 수의사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집중해야 한다. 우리에게 유리한 개념을 잡고 단어를 생산하고 영리하게 알려야 한다. 그래서 수의사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좋은 사람’ ‘훌륭한 시민’이어야 한다. 진료비 이슈에 대한 논리적 대응은 그 다음 일이다.

 

Q. 핵심은 미디어 전략인 것 같다. 현실적으로 대수회에서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다만 이런 일은 수의사 혼자서는 하기 어렵다. 대한수의사회 산하에 수의사, PR 전문가, 언론사 담당자 등이 포함된 별도의 미디어 전략팀을 구축할 생각이다. 단순히 협회의 SNS 관리 차원을 넘어 의사협회나 약사협회 수준으로 대국민 홍보 역량을 강화하겠다. 단언컨대 수의사 중 이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저라고 확신한다.

 

Q. 대한수의사회장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당연히 능력이다. 그중에서도 뛰어난 협상력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한다. 대한수의사회는 여느 지부와는 그 역할이 다르다. 정부 부처 담당자나 각기 다른 이익단체와 맞닿아 있고, 매일같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아쉽게도 아직은 수의사의 힘이 의사나 약사에 비하면 약하다. 나보다 힘이 센 상대에 맞설 때 무턱대고 정면충돌은 위험하다. 우리의 우군을 활용해 세련된 협상력을 발휘할 때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서울수의사회장에 재임하며 다양한 활동으로 증명했듯 정관계 인사들과의 소통과 협상력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한다.

 

Q. 최근 소동물 임상에 대한 위기론이 드세다. 이를 타개할 핵심 공약 하나만 소개해달라
동물병원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불어넣겠다. 가령 부산대 수의대 신설 문제를 보자. 이미 한국에 수의사는 너무 많고 더 많은 수의사가 필요치 않다는 건 모두 안다. 하지만 수의대 신설을 막는 것만으로 우리의 미래가 보장될까? 어차피 매년 600명의 수의사가 나오고 300개의 동물병원이 새로 오픈하고 있다. 시장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모든 산업의 흥망은 시장의 크기가 결정한다. 결국 동물 의료시장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 이건 수의사 전체 생존이 달린 문제다.

 

Q. 어떻게 동물 의료시장의 파이를 늘릴 수 있을까? 생각해 둔 방안이 있다면
시장이 커지려면 더 많은 반려인구를 만들어 내고, 반려동물의 생존 기간을 늘리고, 동물을 떠나보낸 반려인이 다시 동물을 들일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흔히 보호자는 반려견이 나이가 들면 퍼피를 입양하길 꺼린다. 노령견이 스트레스를 받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수의학적으로 노령견이 퍼피와 함께 지내는 건 건강한 자극이 될 수 있다. 대한수의사회 차원에서 노령동물의 동생을 만들어주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진행하겠다. 이렇게 되면 더 많은 반려동물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노령동물이 사망했을 때 보호자가 펫로스의 충격에서도 쉽게 벗어날 수 있다. 또 유입된 반려인구의 질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병원비가 아까워 가족 같은 동물을 유기하거나 몇 년에 한 번 병원을 찾는 사람이 다수여선 곤란하다.

 

Q. 반려인구의 질이 중요하단 이야기에 공감한다. 어떡하면 진성 반려인을 유입할 수 있을까
핵심은 보호자 교육에 있다. 보호자 교육에 수의계의 미래를 걸 생각이다. 특히 생애 처음 반려인이 될 사람에 대한 선제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가 발표한 ‘동물복지 강화 방안’에 따르면 2024년부터 입양을 원하는 반려인은 독일처럼 입양 전 의무교육을 받아야 한다. 보호자 교육을 어느 집단에서 맡느냐에 따라 수의료 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이 교육만큼은 반드시 수의사가 중심이 돼 주도적으로 해나가겠다. 제도적으로는 보호자가 비용 때문에 꼭 필요한 검사를 생략하지 않도록 수의 친화적인 펫보험 도입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

 

Q. 반려동물 외에 다른 직군을 위한 공약도 소개해 달라
각 직군의 전문가들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소동물 임상뿐만 아니라 비임상 수의사, 공무원 수의사, 산업동물 수의사 심지어 대체복무를 대신하는 공중방역수의사와 수의장교에 대해서도 매일 밤을 새워서 공부하고 있다. 자세한 공약은 ‘수의미래 2023’ 정책집을 참고해달라.

 

Q. 만약 27대 대수회장에 당선된다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할 것인가
지금은 말보다 실천이 필요한 때다. 잠을 반으로 줄여서라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부산대 수의대 신설, 진료비 공시제 등과 같이 새해부터 해결할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니다. 회장 혼자서 모든 일을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겠다. 중앙에서 모든 것을 관리하기보다 각 지부에 자율권을 주고 지부가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겠다. 뛰어난 식견을 가진 선생님이 있다면 전국 어디라도 달려가 의견을 듣고 능력을 구하겠다. 그것이 수의사에게 이익이 되는 길이라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과감하게 실행하겠다.

 

Q. 전국 수의사들에게 대한수의사회장에 출마하는 각오를 전해달라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의 말을 인용하고 싶다. 그는 세상에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했다. 단순히 어떤 일이 일어나길 바라는 사람, 그 일이 일어나길 바라며 기도하는 사람, 마지막으로 그 일이 일어나게끔 만드는 사람이다. 대한민국 수의사를 대표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마지막 사람이어야 한다. 이 자리는 단순히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다. 능력을 보여주고 이익을 얻어내고 수의사의 존재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자리다. 제가 감히 그럴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이 자리에 섰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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