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의학 전문가 인터뷰 ①] 설채현(놀로 행동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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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의학 전문가 인터뷰 ①] 설채현(놀로 행동클리닉) 원장
  • 이준상 기자
  • [ 251호] 승인 2023.07.0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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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행동 시 질병부터 확인해야”

로컬병원에서 행동치료를 시행하는 것은 지역사회 내 반려동물의 정신건강을 증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하지만 행동치료를 하려면 행동의학 진단과 치료계획을 세울 수 있어야 하고, 행동 약물과 트레이닝 관련해서도 이론적 지식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에 설채현(놀로 행동클리닉) 원장과 인터뷰를 갖고 로컬병원에서 어떤 식으로 행동치료에 접근하면 좋을지, 현실적인 어려움은 무엇인지 물어봤다.

 

Q. 행동치료 하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한가.
저는 미네소타대학교에서 익스턴십 코스를 받긴 했으나 동물행동의학 관련 정식 학위를 취득하지는 않았다. 대신 외국의 동물행동의학 전공 교수님들의 세미나와 웨비나를 열심히 들으며 공부를 많이 했고, 공신력있는 동물 트레이너 양성기관 KPA(Karen Pryor Academy)에서 트레이너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이후 실제로 진료를 통해 행동치료에 관한 많은 노하우가 생겼다. 이렇게 행동의학에 관심 갖고 공부 한다면 충분히 임상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사실 저희 때만 해도 행동의학을 다루는 분은 김선아 박사님 정도밖에 안 계셨지만 이제는 행동의학적 지식을 갖춘 수의사가 여럿 생긴 만큼 조언을 구하기도 수월해졌다.

 

Q. 행동치료 시 현실적 어려움은 없나.
행동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행동수정 트레이닝, 환경관리로 나뉘는데, 가벼운 질환의 경우 약물치료는 큰 어려움 없이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차를 탔을 때 불안해하는 아이에게는 항불안제를 라이트하게 처방해 볼 수도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행동수정인데, 원장님들 입장에서 보면 메리트가 있는 치료 분야는 아니다.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진료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수의사는 진단 및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실제 행동 수정은 전문 트레이너에게 맡기는 게 가장 좋은 방향이 아닐까 한다.

현재 국내에 많은 트레이너들이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행동 수정이 필요한 환자가 발생했을 때 프리랜서 트레이너랑 연결하면 좋을 것 같다.

 

Q. 병원보다 훈련소 찾는 보호자들이 많은데.
반려동물이 문제 행동을 보였을 경우 가장 먼저 다른 질병에 의한 것이 아닌지를 확인해 봐야 한다. 예를 들면 갑상선 호르몬 분비의 이상일 때도 문제 행동을 보일 수 있다. 그런데 트레이너들은 이런 부분을 간과하고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보호자들은 행동의학적 지식을 갖춘 수의사를 먼저 찾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Q. 행동치료 시 사용하는 약물은.
강박행동을 보일때는 ‘플루세틴’, ‘파록세틴’ 등 SSRI 계열의 약물을 많이 사용하고, 분리불안이나 차 타는 것을 두려워하는 아이에게는 ‘트라조돈’을 처방하고 있다. 트라조돈이 효과가 없을 시에는 ‘알프라졸람’을 사용하기도 한다. 

뇌수두증이나 후두골이형성증을 앓고 있으면서 공격성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행동 약물과 함께 증상에 알맞은 약들을 처방하고 있다. 

 

Q. 전문병원 리퍼는 언제 하면 좋을까.
우선 행동 약물치료를 두 달 정도 시행해보고 30%의 치료효과도 보지 못했다고 판단이 들면 전문적으로 행동치료를 시행하는 병원으로 보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일반 병원보다는 조금 더 많은 옵션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Q. 보호자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다.
행동치료에 있어 약물치료와 행동수정은 수의사가, 관리는 보호자가 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보호자들에게 관리법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백색소음을 들려주면 분리불안과 스트레스에 도움이 된다.’ ‘현관 중문을 설치하면 방음이 돼 안정감을 줄 수 있다’ 등의 방법이다.

 

Q. 보호자에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오랫동안 행동치료를 해오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점은 치료의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강아지와 고양이도 타고난 유전적인 기질은 바꾸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보호자들은 타고난 기질까지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보호자 상담 시 가장 먼저 타협할 것을 제안한다. 어느 선까지는 좋아져도 180도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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