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정신건강이 위험하다”
상태바
“수의사, 정신건강이 위험하다”
  • 박진아 기자
  • [ 270호] 승인 2024.04.18 15: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체적·정서적 스트레스 지수 높아…적극적 치료와 상담 필요해

최근 연구에 따르면, 수의사들이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국립보건통계센터에 따르면, 1979년부터 2015년까지 약 400명의 수의사가 자살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연구에서도 수의사들은 일반인보다 자살 생각을 2배 이상 더 하고 있으며, 실제 시도 비율도 2.7배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 조사 결과 수의사들의 약 60%가 심각한 업무 관련 스트레스, 불안 또는 우울증을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국내 연구에서도 수의사의 직무스트레스는 평균 98.36점으로 매우 높은 수준임이 밝혀졌다. 이는 일반인이나 다른 의료전문가에 비해서도 높은 수치다.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번 아웃
수의사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는 많은 근무량으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다.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수의사의 절반 이상이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답한 바 있다. 일반적인 근무시간을 초과해 긴 시간을 근무하며, 응급상황에 대비해 대기하는 등의 업무 환경은 만성적인 피로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여러 환자를 관리하고, 생사를 결정하는 등의 업무로 인해 정신적·육체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시간과 재정적인 제약 속에서도 최상의 치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기도 한다. 

지난 2020년 12월에는 국내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수의사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오기도 했다. 업무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이 발병해 악화되었으며, 이로 인해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현저히 저하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서적 피로와 도덕적 고통 
수의사는 반려동물과 보호자 모두의 고통에 장기간 노출됨에 따라 정서적 피로도가 높다. 

수의사는 업무 중에 다양한 죽음을 경험한다. 치료 도중 동물의 죽음을 맞이해야 할 때도 있으며, 보호자에게 나쁜 소식을 전달하며 슬픔을 목격한다. 동물을 안락사시키는 데 따르는 고통도 크다. 동물의 생명을 끝내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고, 슬픔 및 죄책감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정신건강이 점차 나빠진다. 수의사이자 정신 건강 상담사인 Taylor Miller는 이를 ‘도덕적 고통’이라 표현했다. 

한 수의사는 “동물에게 치료를 해주고 싶지만 의학적 한계에 부딪힐 때면 너무 안타깝다.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데도 보호자가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거나 안락사를 요구할 때 죄책감, 자기 회의, 우울증을 경험한 적 있다”고 고백했다. 

전문가는 “환자가 예상치 못하게 죽음을 맞이했을 때 수의사가 충격받고 슬픔을 느끼는 것은 정상적인 반응”이라며 “스스로 회복될 수 있도록 자신에게 관용을 베풀고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객으로부터의 부정적인 평가도 문제다. 일부 캣맘들의 무리한 진료비 할인 요구나 온라인 카페 및 커뮤니티에서의 동물병원에 대한 악성 댓글를 비롯해 최근 늘어나는 수의료 분쟁 등 모든 상황이 수의사들의 스트레스와 정신건강을 헤치고 있다. 


문제 인식 후 적극적 치료 필요
문제의 해결을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수의사들이 직면한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인식하는 것이다. 지속적인 슬픔이나 공허감, 활동에 대한 흥미 상실, 피로, 집중력 저하, 식욕 및 수면 패턴의 변화 등이 중요한 지표다.

이런 증상을 인식했다면 휴식을 취하고 취미 활동, 마음 챙김 및 이완 기술 연습, 규칙적인 운동 등으로 일과 삶의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 정신적, 정서적 회복에 필요하다. 

이후 신뢰할 수 있는 동료, 친구 및 가족과 열린 대화도 필수다. 교육 프로그램과 워크숍 등도 열린 대화를 촉진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심각도가 높아진다면 치료나 상담과 같은 전문적인 도움을 구하는 것도 우울증을 관리하고 극복하는 방안이다. 

지부나 학회 차원에서도 수의사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프로그램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에는 경기도수의사회가 연수교육에서 ‘수의사 삶의 질’ 강의를 진행했는가 하면, 지난해 8월에는 한국동물병원협회가 온라인 학술대회에서 조을아(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우을증과 자살-수의사들의 건강한 정신건강’ 강의를 진행했다. 조 교수는 정신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하기 △거리 두고 내 상황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기분과 생각, 사실 구별하기 등의 예시를 들었다. 또한 △6개월마다 정기 정신건강 검진 △우울증이 의심된다면 일단 전문가와 상담하기 △자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적극 대응하기 △내 감정 잘 다스리기 등을 명심하고 실행에 옮길 것을 당부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부산수의컨퍼런스’ 후원 설명회 4월 18일(목) 오후 5시 리베라호텔
  • 제일메디칼 ‘제3회 뼈기형 교정법' 핸즈온 코스 5월 19일(일)
  • [연자 인터뷰 ㉟] 김하정(전남대 수의내과학) 교수
  • “동물병원 신규 개원 단계별로 공략하라”
  • 동물병원 특화진료 ‘전문센터’ 설립 경쟁
  • 현창백 박사, V-ACADEMY ‘심장학 세미나’서 심근증 다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