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일 원장 칼럼] 동물병원에서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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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일 원장 칼럼] 동물병원에서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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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80호] 승인 2024.09.2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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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동물진료비 공시 권고에 대하여

최근 국무총리 주재 소비자정책위원회에서 발표된 동물진료비 공시 권고는 수의사들과 동물병원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해당 권고에 따르면, 동물병원은 진료비를 병원 내부뿐만 아니라 홈페이지에도 게시해야 합니다. 이 조치는 보호자들이 진료비를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여 동물병원 비용의 투명성을 높이고, 보호자들이 다양한 동물병원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히며, 보호자와 수의사 간의 무너진 신뢰를 증대시키기 위한 취지로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권고가 수의사와 동물병원 운영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진료비 공개는 분명히 보호자들에게 병원 선택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보호자들은 진료비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병원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보다 다양한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는 일부 병원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과도한 진료비 청구 문제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까지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부 보호자들이 진료비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며 갈등을 빚는 사례가 많이 있었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진료비 공개가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료비 공시가 수의사들에게 무조건 긍정적인 효과만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동물병원의 진료비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동물의 상태, 치료의 난이도, 사용되는 약물 및 장비 등이 각 진료마다 병원마다 달라지며, 이에 따라 진료비에도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진료비를 일괄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오히려 병원 운영에 큰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소규모 동물병원에서는 개별 환자별 맞춤형 진료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표준화된 진료비 공개가 불가능하며,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또한 진료비 공개는 병원들 간의 경쟁을 촉진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이는 보호자에게는 이점이 될 수 있겠으나 과도한 경쟁은 수의사들간의 출혈적 경쟁을 불러올 것입니다. 수의사들이 가격 경쟁에 휘말리게 되면 최적의 치료보다는 저렴한 치료를 우선시하게 될 것이며, 이는 결국 진료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는 동물병원 업계 전체에 매우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이에 대해 미국수의사협회(AVMA)에서도 유사한 우려를 제기한 바 있습니다 .

따라서 진료비 공개라는 새로운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수의사들은 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표준진료 항목과 기본적인 진료비는 공개하되, 상황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추가 비용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대수회 등 수의사를 대표하는 기관들은 협력하여 공시된 진료비가 현실적으로 운영 가능한 수준에서 이루어지도록 정부와의 협상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진료비 공개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진료비 공개 권고는 수의사들에게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변화를 잘 이겨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대응하는 것을 넘어 보다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대응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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