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호 교수의 책이야기⑲] 도시일상(박현우,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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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호 교수의 책이야기⑲] 도시일상(박현우,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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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85호] 승인 2024.12.0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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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읽는 작가의 글

「도시일상」은 박현우 작가가 지난 13년 동안 서울을 비롯한 국내외 35개 도시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과 그에 맞는 짧은 글을 함께 기록한 사진집이다. 

아니, 사실 정확히 사진집이라고 하기보단 사진으로 쓴 일기 내지는 에세이가 적합할 듯 하다. 

출판사 대표가 쓴 소개 글에 의하면 해당 출판사가 예전에 출간한 책을 보고 본인의 사진을 책으로 출간하고 싶다고 직접 연락해서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해당 내용은 이 책의 에필로그에 작가가 직접 언급하기도 하였다.

사진의 제목, 배치순서, 페이지 레이아웃을 모두 작가가 직접 편집하고 다듬었다고 하니 기획·촬영·편집을 모두 저자가 한 셈이다.

사실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작가가 올해 봄부터 초가을까지 부산타워에서 ‘시티 오브 모먼트(City of moment)’라는 제목으로 열었던 자신의 열 번째 사진 전시회에서 선보였던 사진이 다수이다. 

필자 또한 6월 말 부산 모빌리티쇼를 관람하러 갔던 길에 잠시 부산타워에 들러 그의 작품을 감상하였었다. 물론 작가에 대한 사전 정보를 알고 있기도 했고, 마침 모빌리티쇼를 참가하기 위해 부산을 가는 길이었기에 겸사겸사 들러본 전시회였지만 여러 도시의 소박한 일상을 카메라에 담은 그의 사진 한 장 한 장은 비가 추적추적 내렸던 당시 용두산공원의 분위기와도 매우 잘 어울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막상 전시회에서는 도록이 없어 좀 아쉬웠는데 이번에 이 책을 구입하고 책장을 펼치는 순간 초여름 비 내리는 부산에서의 기억이 떠올라 반가웠다. 

움직이는 영상이 활자를 집어삼키는 시대이고 누구나 휴대폰 하나로 멋진 사진을 소셜 미디어 상에 공유하고 그 사진이 의미하는 바를 맛깔 나는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묵직한 책을 펼쳐야 보이는 사진과 그 사진 주위 어느 한 구석에 활자로 인쇄된 글을 읽는 것은 디지털 기기로 보는 동영상이나 사진 및 거기 달린 댓글을 읽는 과정과는 사뭇 다른 자극을 선사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다녀온 전 세계 여러 도시의 일상을 담았다고 하지만 막상 책을 펼치면 꼭 도시의 외관을 주로 담은 책은 아니다. 무작위로 책을 펼쳐보면 때로는 세제가 진열된 슈퍼마켓 진열대를, 또는 쪽빛 바닷가를 볼 수도 있고, 보령을 담은 사진에선 예상과 달리 머드 축제가 아닌 잉어가 헤엄치는 수족관인지 연못인지 불분명한 피사체를 확인할 수도 있다. 표지를 보면 호텔 방에서 당황했을 찰나의 순간을 어떻게 담았나 싶기도 하다.

각각의 사진에 딸려 있는 글의 배치 또한 이질적인데 어떤 의도가 있는 지 무척 궁금하다. 어떤 글은 한국어와 영어로 작가의 생각을 자세히 써 놓기도 했지만 아무 설명 없이 사진을 찍은 년도와 장소만 툭 던져놓은 경우도 있는데 아마도 사진을 카메라에 담을 당시 또는 책을 편집할 당시 그 느낌을 날 것으로 그냥 남긴 것 아닌가 싶다. 

첫 장부터 사진 하나하나 감상하며 저자의 글을 읽는 것도 책을 즐기는 방법이겠지만 그저 책상이나 거실 한 켠에 툭 던져두고 눈에 들어올 때 즉흥적으로 아무 페이지나 펼쳐보고 순간을 느끼는 것도 이 책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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