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2024년 1월 9일) 개 식용 금지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었습니다. 이 법은 3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7년부터 전면 시행될 예정입니다. 이는 한국 사회가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고, 반려동물과 공존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출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이 통과되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식용 목적의 사육견 처리 문제와 유기동물 급증이라는 더 큰 현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비판처럼 정부가 내놓은 “46만 마리의 식용견을 입양으로 해결하겠다”는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이상적 구호에 불과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보호소는 이미 한계에 도달한 상태이며, 수용 능력을 넘어서도 계속해서 구조 요청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대형 믹스견이 주를 이루는 식용견은 건강 상태가 좋지 않고, 일반 가정이 입양을 고려하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큽니다. 그 결과, 이 개들의 돌봄과 치료는 민간 보호소와 현장의 수의사들에게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기동물을 보호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의학적 지원과 자원봉사의 활성화가 매우 중요합니다. 지역 수의사회나 자원봉사 등 수의사 단체들은 중성화 수술과 예방접종, 기초 건강검진 등 유기동물의 건강을 책임지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마당개 사업 등 유기동물 중성화수술이 체계적으로 활성화된다면 유기동물의 수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성화 수술은 번식을 방지해 유기동물의 증가를 막고, 적절한 수의학적 치료는 입양 가능성을 높여줄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일반인 유기동물 자원봉사를 사회적으로 활성화하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여러 지역에서 봉사자들이 보호소에서 동물의 돌봄과 청소, 사회화 교육을 돕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이 전국의 보호소로 확산된다면 유기동물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호소의 부담도 줄어들 것입니다. 이렇게 보호소와 수의사, 그리고 지역사회가 서로 협력한다면 보호소의 환경 개선과 입양 활성화를 동시에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첨예한 대립 속에 있습니다. 대한육견협회는 법의 시행에 반발하며 헌법소원을 청구하고 나섰고, 식용 목적의 사육견 문제 해결을 위한 보상안 마련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협회 측은 “정부와 국회가 농가의 생계 대책은 마련하지 않은 채 의무만 강요하고 있다”며, 개 한 마리당 5년간의 손실 비용을 최소 200만 원으로 책정해 보상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더해 협회는 법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준비하며 “생계 위기에 처한 농장주들의 권리를 지키겠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동물보호단체들은 이 상황을 동물학대의 심각성을 알리는 기회로 삼으며, 무엇보다 식용 목적 사육견 46만 마리를 보호할 현실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대규모 폐업이 현실화될 경우 많은 사육견들이 방치되거나 유기될 가능성이 높기에 동물보호단체는 “정부가 폐업 시점을 분산하고, 유기동물을 관리할 수 있는 시설과 시스템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들의 주장처럼 대량의 사육견들이 보호소로 몰리게 된다면 유기동물 문제는 지금보다 훨씬 심각해질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의 경기도수의사회의 ‘유기동물 건강바우처 지원사업’은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사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입양된 유기동물에게 기초 건강검진과 중성화 수술, 예방접종 등을 지원함으로써 보호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 입양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델은 개 식용 금지법 시행 이후 대량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유기동물 문제의 해결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변화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대책이 뒤따라야 합니다. 정부는 보호소 환경 개선과 예산 확보에 집중해야 하고, 지역 수의사회나 수의사 단체들은 동물의 건강을 책임지는 전문가로서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동시에 지역사회에서도 유기동물 자원봉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입양을 통해 동물을 책임지는 문화를 확산시켜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