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아픈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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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아픈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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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38호] 승인 2018.10.1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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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극존칭어가 있다. 폐하(陛下)는 큰 궁전의 섬돌 아래에 있는 신하를 말한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황제와 태후에게 폐하라고 하였고, 제후국의 왕은 殿下(전하)라고 하였다.

조선시대에서도 신하가 왕을 지칭할 때 殿下라고 하였다. 殿은 궁궐이니 殿下는 궁궐 아래 있는 사람이다.

왕세자와 왕세자빈에게 사용하는 경칭으로는 邸下(저하)가 있다. 합하(閤下)라는 존칭은 왕세손을 호칭할 때 붙이는 존칭이다. 邸(저)나 閤(합)도 역시 집을 뜻한다.

지금은 가끔 충성을 보이기 위하여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지만 한때 대통령을 閣下(각하)라는 존칭으로 모셨던 시대도 있었다.

각(閣)은 문설주, 관서, 궁전을 뜻한다. 聖下(성하)는 교황의 존칭어로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왕이나 대통령에 대한 존칭으로서 왜 궁궐의 섬돌아래 또는 대궐이나 문설주아래에 있는 아랫사람을 뜻하는 下를 사용 하였는가?

그것은 신하로서 황제나 제후국의 왕 또는 대통령에게 직접 말을 하는 것이 무례하여 궁궐 아래에서 그들에게 말을 전달 할 수 있는 사람을 통하여 자기의 뜻을 전달하고자 황제나 왕, 대통령을 폐하나 전하 또는 각하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아랫사람이라는 下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女史(여사)라는 존칭어를 사용하여 사회적으로 지위를 얻은 여자를 높여 이르는 말도 있다. 女史는 지위 높은 사람의 기록과 문서를 맡아보던 여자를 지칭하고 있어서 지위 높은 여자에게 례를 범하지 않기 위하여 그 아래에서 일하던 여사를 지칭하여 지위 있는 여자에 대한 존칭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최근 동물병원에서는 내원하는 반려동물에 대하여 인격화하여 사람처럼 부르는 경우가 있다. 아파서 병원에 내원한 동물을 영어로는 veterinary patients 또는 patients라고 한다.

우리나라 말로는 소나 돼지는 가축이므로 患畜이라고 하지만 아파서 병원에 내원한 모든 동물을 환축이라고 하지 않는다. 

개와 고양이처럼 아픈 반려동물을 동물병원에서는 患者(환자)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이 있다. 患者는 아픈 사람이다. 者에는 사람이나 앞에 한 말 등을 받아 그러한 것이라는 의미로 쓰이며 때로는 동물을 지칭하기도 한다.

者는 나이든 사람이(耂) 아랫사람에게 말한다는(白) 뜻이니 者는 놈이나 사람을 뜻하는데 많이 쓴다. 따라서 환자는 일반적으로 아픈사람을 말하는 것으로 아픈 동물에 적용하기에는 어색함이 있다.

때로는 반려동물을 사람처럼 인격화하여 존중해주려는 따뜻한 수의사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픈 동물을 患者와 혼동하는 사람들도 있게 마련이다. 그럴 경우에는 患犬(환견) 또는 患猫(환묘)처럼 한자를 쓰기가 거북하다면 ‘아픈 강아지’ 또는 ‘아픈 고양이’로 부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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