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물병원 진료기록부 공개 의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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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동물병원 진료기록부 공개 의무 아냐
  • 개원
  • [ 183호] 승인 2020.09.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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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들이 진료기록부를 요구한다면 발급해 주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동물병원에서는 진료기록부를 발급해줄 의무는 없다. 

사람 병원에서는 환자 본인이나 가족이 요구할 경우 의료법에 따라 의무기록을 내주어야 한다. 보호자들 역시 진료기록부가 필요할 경우 당당하게 요구하고 있어 수의사 입장에서는 이를 거부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표면적인 면만 보면 수의료와 의료 구조가 같은 형태로 보여 의료법 수준의 잣대를 들이 대는 경우가 많지만 의료와 달리 수의료는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수의료는 ‘자가진료’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때문에 동물 진단이나 처방 정보가 포함된 진료기록이 공개될 경우 당장 자가진료 조장이라는 위험에 놓이게 된다.   

진료기록을 공개했을 때 본인 확인이 어렵고 정보누설 금지 등의 법적인 안전장치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의료와 달리 수의료는 수의사처방전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다보니 처방 없이도 누구나 동물약국에서 동물용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다. 따라서 진료기록을 통해 약물 제품명이나 성분명 또는 용법이 공개될 경우 처방 없는 약물 오남용은 불 보듯 뻔한 일이 될 것이다. 

수의료가 의료와 같을 수 없다는 점은 건강보험제도 시행 여부에서부터 근본적인 차이가 난다. 의료는 건강보험제도로 인해 정부가 기본적으로 진료기록 시스템 운영을 지원하고 의료정보를 엄격하게 법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

반면 수의료는 정부로부터 공공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진료기록부 공개가 곧 지적재산권의 침해가 될 수 있다. 

이런 수의료의 제반 환경들을 수의사들도 제대로 인지하고 있다면 보호자들의 진료내역 요구에 좀 더 합리적으로 당당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수의사회가 제시한 동물병원 진료부와 처방내역 공개 관련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수의사법 상 진료기록부는 발급 의무가 없어 진료기록부 대신 진단서나 진료항목이 기재된 영수증으로 대체 발급해 주면 된다. 

수의사법 시행규칙에는 진단서에 치료 명칭과 주요 증상 등의 항목을 추가하도록 돼 있어 진단서와 영수증만으로도 충분하다. 

최근 늘어나는 수의료 분쟁과 펫보험 청구 등 진료기록에 대한 요청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진단서와 진료항목이 적힌 영수증만 있으면 펫보험 청구도 가능하다. 

특히 진료 시 많이 사용하는 인체용 의약품의 경우는 수의사가 처방전을 발급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약물 처방내역 공개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   

국회에서는 동물진료기록 발급 의무를 골자로 한 수의사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수의사들을 옥죄고 있다. 이처럼 수의사에 대한 규제들이 계속해서 강화되고 있고 보호자들의 요구사항 또한 크게 늘어나고 있어 대응 방식에 고심하는 수의사들이 많다. 

당장은 대수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보호자들에게 합리적으로 대처하고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계속되는 규제 강화에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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