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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연말정산과 朝三而暮四(조삼이모사)서울대 수의과대학 실험동물의학교실 박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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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 승인 2015.02.05  13: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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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莊子)의 제물론(齊物論)에 朝三而暮四(조삼이모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 努神明爲一(노신명위일)이나: 정신을 수고롭게 하면서 한가지인 것을 추구하지만,
- 而不知其同也(이부지기동야)하니: 그것이 같음을 알지 못하니(道의 많은 현상들의 본질이 道인 것을 알지 못하니)
- 謂之朝三(위지조삼)이라: 이것을 일러 조삼(朝三)이라 한다.
- 何謂朝三(하위조삼)고: 무엇을 “조삼”이라고 하는가?
- 狙公賦?曰(저공부서왈)이라: 원숭이를 키우는 사람이 상수리를 주면서 말하였다.
- 朝三而暮四(조삼이모사)라 하니: “아침에 세 개씩 주고 저녁에 네 개씩 주겠다” 라고 하니
- 衆狙皆怒(중저개노)라: 많은 원숭이들이 모두 화를 냈다.
- 曰(왈)하여: (그래서) 말하기를
- 然則朝四而暮三(연즉조사이모삼)이라 하니: “그렇다면 아침에 네 개씩 주고 저녁에 세 개씩 주겠다"라고 하니,
- 衆狙皆悅(중저개열)이라: 많은 원숭이들이 기뻐하였다.
- 名實未虧(명실미휴)나: 명칭과 실상이 손상되지 않았는데도(일곱 개라고 하는 명칭과 일곱 개인 실상)
- 而喜怒爲用(이희노위용)하니: 기뻐하고 성내는 것이 작용하니
- 亦因是也(역인시야)라: 역시 이(그것이 같음을 알지 못함) 때문이다.
- 是以聖人和之以是非(시이성인화지이시비)하여: 그러므로 성인은 시비를 조화시켜
- 而休乎天釣(이휴호천균): 천균(도의 견지에서 본 동일함)에서 쉬니
- 是之謂兩行(시지위양행): 이를 “양행”(시와 비를 포용함으로써 상대적인 일체를 인정하는 경지, 즉 물아일체의 경지)이라고 한다. (장자, 을유문화사 김창환 옮김)

많은 현상들의 본질이 道임을 알지 못하고, 겉으로 나타난 현상들에 대하여 사람들은 기뻐하고 화를 낸다. 또한 위정자들은 우매한 백성을 조삼모사로 통치하곤 한다. 원숭이가 조사모삼에 기뻐한다면 사람은 어떨까? 사람들은 아침에 네 개의 도토리를 주었다가 저녁에 세 개를 주면 네 개의 권리 중에서 한 개를 빼앗겼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아침에 세 개를 주었다가 저녁에 네 개를 주면 세 개의 권리보다 한 개가 늘어났다고 좋아 할 것이다.

리처드 탈러 저 “넛지” (안진환 옮김)에서 사람들은 “손실”을 싫어한다고 하였다(loss aversion). 저자는 간단한 실험을 통해 그것을 증명하였다. 어느 반의 학생들 절반에게 그들의 대학심벌이 찍힌 머그잔을 나누어 주었다. 머그잔을 못 받은 학생들에게는 옆 학생이 가진 머그잔을 살펴보라고 요구했다. 그런 다음 머그잔을 가진 학생들은 머그잔을 팔고 머그잔이 없는 학생들은 머그잔을 사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다음 질문에 답하게 했다. “다음 중 어떤 가격에 기꺼이 머그잔을 구매할/판매할 것인가?” 그 결과, 머그잔을 가진 학생은 머그잔이 없는 학생들이 기꺼이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의 두 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머그잔을 갖게 되면 내놓고 싶어 하지 않지만, 머그잔이 없다고 해서 당장 머그잔을 가져야 한다는 욕구를 느끼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는 곧 사람들이 어떤 물건에 대해 특정한 가치를 할당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포기해야 할 때, 동일한 것을 얻었을 때 느낌의 기쁨보다 두 배로 큰 상실감을 느낀다. 즉, 사람들은 조사모삼보다는 조삼모사를 더 좋아할 것이다. 같은 세금을 거두면서 평소에 많이 거둔 세금을 연말정산에서 많이 되돌려주는 것이 조삼모사이고, 평소 적게 걷고 연말정산에서 적게 되돌려주거나 오히려 더 내라고 한다면 이는 조사모삼이다.

이렇게 하면 납세자들은 상실감이 크게 된다. 사람은 원숭이처럼 조사모삼를 좋아하지 않는다. 연말정산을 해보니 월급 중 상당부분을 세금으로 내야할 것 같다. 상실감이 이만저만하지 않다. 또한 올해는 세금이 작년보다 증가한 것이 확실하다.  적정하게 세금이 사용되어 납세의 의무를 다했다는 보람을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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