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유입 전략적으로 설계해야…고양이 진료 및 장기 관리형 모델로 ‘관계’ 집중할 때

이러한 변화는 단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반려동물 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가 시작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수의업계에는 ‘신규 환자 수 감소’라는 현실적인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줄어드는 반려견, 사라지는 초진
반려견 수 감소는 동물병원 경영 전반에 구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체 환자 기반이 줄어든다는 것은 곧, 병원이 장기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시장의 크기 자체가 축소된다는 의미다. 아무리 충성도 높은 보호자가 남아 있더라도 전체 환자 수가 줄어들면 일정 수준의 매출을 유지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신규 반려견 등록 수까지 줄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병원이 보호자와 처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접점 자체가 함께 사라지고 있음을 뜻한다. 과거에는 첫 방문 시 건강검진, 백신 접종, 중성화 상담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진료가 이뤄졌지만 신규 반려견이 줄어들면 이러한 기회 자체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해외에서도 감지된다. 미국수의학협회(AVMA)는 최근 보고서에서 “walk-in 즉, 자연 유입에 의존하던 병원들이 구조적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병원 문을 열어두기만 해도 환자가 찾아왔지만, 이제는 유입 자체를 전략적으로 설계해야만 환자를 확보할 수 있는 시대라는 것이다.
늘어나는 반려묘, 진료 인프라 확충 필요
반면 반려견 감소 흐름과는 달리 반려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반려묘 수는 217만 마리로 전년대비 18만 마리 증가했다. 특히 고양이는 아직 등록 의무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신규 등록 수가 1만 5천 마리였다는 점에서 실제 유입 규모는 이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고양이는 실내 생활에 잘 적응하고 상대적으로 관리 부담이 적어 1인 가구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반려묘 증가세는 단기적 유행이 아닌 지속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수의업계도 고양이 환자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아직 현장에서는 고양이 보호자의 수요 증가에 비해 진료 인프라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고양이 전용 진료 공간, FELV·FIV 등 특화 질환에 대한 예방 시스템, 고양이의 스트레스와 마취 리스크에 최적화된 진료 체계 등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병원이 많다. 새로운 환자 층이 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과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면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고양이 진료는 이제 단순한 선택지가 아니라 병원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전략적 요소가 될 것이다. 시장 흐름이 바뀌고 있는 지금, 고양이 환자를 위한 진료 환경을 제대로 갖춘 병원만이 다음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
보호자 지출은 오히려 증가
흥미로운 점은 반려동물 수는 줄고 있지만 이에 반해 보호자의 지출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2년간 반려동물 치료비는 평균 146만 원에 달했고, 월 양육비 역시 평균 19만 4천 원으로 집계되며 전년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피부과, 치과, 영상 진단 등 고가 진료 항목에 대한 지출이 두드러졌다.
이는 환자 수가 감소하더라도 진료의 깊이와 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면 충분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에 본지는 두 가지 전략을 제안한다.
첫째, 기존 환자의 재방문율을 높이는 체계적인 관리 전략이다. 주기적인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연 2~3회 정기 내원을 유도하는 ‘웰니스 패키지’를 구성할 수 있다. 백신 리마인드, 식이 및 체중 변화 추적, 고령 반려동물 전용 검진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면 보호자는 예측 가능한 비용에 안심하고, 병원은 반복적인 진료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둘째, 신규 유입을 대체할 수 있는 장기 관리형 진료 모델을 강화하는 것이다. 특히 만성질환, 피부 알레르기, 구강질환처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환자군에 대해 월 단위 또는 분기 단위로 구성된 진단, 상담, 추적 모니터링 패키지를 도입하면 진료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관계’를 설계하는 방식의 진료로 환자당 객단가와 보호자 만족도를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
즉, 핵심은 ‘많이 오는 병원’이 아니라 ‘다시 오는 병원’을 만드는 전략이다. 환자 수가 감소하는 시장 속에서 앞으로는 환자의 ‘수’가 아니라 ‘관계’가 병원의 생존을 결정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