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치과는 무엇이 특별한가요?’ 종종 동료 수의사 선생님들로부터 받는 질문이다.
치과의사로서 동물치과만 진료하다 보니 대단한 비기가 있을 걸로 생각하시지만 보통의 병원과 크게 다른 점은 없다. 다만 치과 치료의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원의라면 모든 치료의 기본은 환자(보호자)가 후회하는 치료를 제공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다음은 제가 생각하는 치과 치료 후 보호자를 후회하게 만드는 다섯 가지 방법이다. 아래 내용과 반대로 치료한다면 그것이 기본을 지키는 치료가 아닐지 생각해 본다.
하나, 치과 엑스레이를 찍지 말고 치료하세요.
사람과 마찬가지로 치과 엑스레이는 동물치과 치료의 시작과 끝을 차지한다.
치과 엑스레이를 찍지 않고 진행하는 스케일링은 자동차 보닛도 열어보지 않고 차량 정비를 마치는 격이며, 치과 엑스레이 없이 이빨을 뽑는 것은 눈을 가리고 고속도로를 운전하는 것과 같다.
겉보기에 이빨이 깨끗하다고 치료가 끝난 것이 아니다. 치과 치료의 핵심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잇몸 속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 치과 엑스레이 없이 받는 치과 치료는 돈을 낭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둘, 이빨 뿌리를 남기고 발치하세요.
동물 이빨은 한 개에서 세 개까지의 뿌리를 갖고 있다. 정상적인 이빨 뿌리는 치조골에 단단하게 박혀있지만 치주염이 심하거나 치아흡수성병변이 있는 이빨의 뿌리는 경계가 불분명하게 녹아내리기도 한다.
정상적인 이빨과 달리 뿌리가 녹아내린 이빨의 발치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작은 뿌리 하나를 완벽히 제거하는 데 수십 분이 걸릴 때도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이빨 뿌리 정도는 그냥 둬도 괜찮을까요? 작은 뿌리에 의한 염증으로 재발치를 해야할 수도 있다.
셋, 치은연하치석을 남기고 스케일링하세요.
치석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이빨 위에 쌓인 치석인 치은연상치석과 잇몸 아래에 있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치은연하치석이 그것이다. 우리가 마취를 불사하고 스케일링을 하는 이유는 잇몸 속 치은연하치석을 제거하기 위함이다.
치은연하치석은 심한 입냄새의 이유이며, 치주염을 악화시키는 주요한 원인이다. 치은연하치석을 제거하기 위해선 특수한 치과 기구가 필요하며, 때에 따라 잇몸을 열고 들어가는 잇몸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만약 스케일링에서 치은연상치석만 제거했다면 스케일링 후에도 입냄새는 여전할 것이며, 운이 나쁘면 치주염으로 발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
넷, 파절된 열육치를 레진으로만 마무리하세요.
레진(Resin)은 이빨을 되살리는 좋은 방법이지만 크라운(Crown)에 비해 분명한 단점이 존재한다. 레진을 시술하기 위해선 신경치료가 필수적인데, 이빨의 신경을 모두 죽인 신경치료를 마친 이빨은 푸석한 고목나무처럼 변해 버린다.
신경치료 후의 이빨은 원래보다 강도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씹기에 특화된 이빨인 열육치는 레진으로만 마무리할 경우 추가적인 파절 가능성이 있다(각주: 열육치라도 파절된 치아의 형태와 상황에 따라 크라운 시술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다섯, 양치질 대신 매년 스케일링해 주세요.
동물치과를 망하게 하고 싶다면, 매일 정확한 방법으로 양치질해 주면 된다.
제대로 된 양치질은 거의 모든 치과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양치질은 치약보다 칫솔질이 중요하다. 치약만 짜서 입에 발라주기보다 힘들더라도 아이에게 맞는 칫솔로 꼼꼼히 칫솔질 해주는 것이 좋다.
혹시 나는 매년 스케일링을 해주니까 양치질은 패스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1년은 우리 아이 이빨을 망가뜨리기에 충분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