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상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AI 사태가 장기화 되는 가운데, 최근 경기도 포천에서 고양이 2마리가 AI 바이러스에 감염돼 폐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람에게까지 AI 바이러스가 감염되는 것이 아니냐는 근거 없는 소문으로 시민들이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고양이에서 AI 감염 사례가 나온 것은 2014년 개에서 AI 항체가 발견된 이후 이번이 처음. 여기에 ‘길고양이가 사람에게 AI를 감염시킬 수 있다’는 비전문적인 오보까지 나오면서 애꿎은 길고양이와 반려동물 기피까지 언급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길 고양이를 없애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정부는 “동물보호 차원에서 길고양이에 대한 살처분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우선 정부는 살아 있는 나머지 새끼 고양이 3마리를 포획하고, 주변 길고양이 포획 및 정밀검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질병관리본부도 “H5형 AI에 감염된 고양이 사례는 있지만, 이들 고양이가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한건도 없으며, 이번 건은 AI에 감염된 조류를 먹는 과정에서 코로 다량의 바이러스가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번 AI 바이러스의 인체감염 확률은 매우 낮다”며 전이 가능성을 전면 부인했다.
중국은 사스보다 높은 사망율
현재 퍼지고 있는 H5N6형 고병원성 AI는 중국에서 인체감염 및 사망자 발생을 일으켰던 혈청형이기도 하다.
몇 년 전 중국에서 AI의 고병원성 H5N6형 감염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는데, 중국 내에서 17명이 감염돼 그 중 10명이 사망했을 정도로 큰 피해를 주었다.
때문에 중국에서는 사스보다 더 무서운 AI로 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부는 “AI의 고병원성 H5N6형 바이러스의 인체 감염사례는 현재까지 중국에서만 보고됐다”며 “사망자 10명 중 9건이 닭을 잡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분진 등으로 인한 직접적인 접촉에 의해 감염된 사례였다”고 밝혔다.
H5N6형 감염 동물과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않는 이상 피해가 없다는 것.
이는 곧 동물과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을 검사하는 수의사는 H5N6형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셈이다.
수의사 감염사례 보도
지난 해 미국 뉴욕의 동물보호센터에서 근무하던 수의사도 H7N2형 저병원성 AI에 감염된 사례가 있다. H7N2형 바이러스는 국내에서 검출되고 있는 H5N6형 바이러스에 비해 증세가 심각하지 않아 입원치료 없이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I가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에게 전이될 수 있다는 사실은 당시 미국 수의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중국과 미국에 이어 국내 수의사도 AI에 감염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따라서 AI 인체감염 방지를 위해 동물병원과 동물보호센터 등 관련 종사자들의 철저한 감염예방이 요구되고 있다.
동물병원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할 예방책은 가운, 장갑, 마스크 등 개인보호장비의 착용이다. 현재 H5N6형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로부터 수의사와 스탭이 전염될 가능성이 있지만, 보호장구 착용을 하고 진료하는 동물병원은 찾기 어렵다.
중국과 미국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AI에 감염된 조류와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감염의 위험도가 높은 만큼 보호장구 착용은 필수다.
이번에 폐사된 고양이 중 한 마리는 집고양이이었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H5N6형 바이러스에 감염된 만큼 제2, 제3의 포천 고양이가 발견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동물병원의 수의사뿐만 아니라 스탭들도 보호장구가 필요한 이유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전국의 동물병원과 각 자치구의 동물보호센터 및 길고양이 중성화사업 기관들을 대상으로 AI 인체감염 방지를 위한 감염예방 수칙을 전달하고, AI 감염예방 교육을 통해 철저히 지킬 것을 독려하고 있다.
수의사 전이 가능성 있어
메르스나 에볼라 같은 전염병도 동굴에서 주로 서식하는 야행성 박쥐와 낙타를 통해서 인간에게 전염되면서 많은 인명을 앗아갔다. 이번 H5N6형 AI 바이러스도 인체친화적 변이가 이뤄진다면 국내에 미칠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동물과 가장 먼저 접촉하는 수의사들이 먼저 보호장비를 갖추는 등 감염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더 이상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적절한 검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동물방역을 전적으로 담당하는 ‘방역국’을 설치해 전문인력 확충과 철저한 방역이 필수다. 여기에 수의계의 실천과 지혜가 더 이상 AI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