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하는 외국 수의과대학 졸업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수학 능력과 임상 역량을 검증할 제도적 장치는 미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수의미래연구소(이하 수미연)가 최근 14년간(제56~69회) 수의사 국가시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외국대학 출신 응시자는 최근 4년 새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며 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미연의 분석에 따르면, 제56회부터 65회까지 10년간 총 51명이었던 외국대학 출신 응시자는 최근 제66회부터 69회까지 4년 동안에만 34명이 응시했다. 특히 올해 제69회 시험에서는 16명이 응시하며 단일 회차 기준 최다 인원을 기록했다.
이들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살펴보면, 최근 4개 회차 합격자 20명 중 95%(19명)가 여성이었으며, 20~30대가 85% 이상을 차지했다. 국적별로는 미국인 1명을 제외한 전원이 한국 국적자로, 해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국내 면허를 취득하려는 유학파가 대부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 밖 대학 출신도 프리패스
문제는 경과규정으로 인해 응시자들의 출신 대학 간 교육 수준 편차가 큰 데도 불구하고 이를 걸러낼 검증 절차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응시자들의 출신 학교는 독일 베를린자유대, 호주 시드니대 등 선진국 대학부터 헝가리 부다페스트대, 중국농업대, 필리핀 밀라그로사대 등까지 약 20개 대학에 달한다.
특히 중국농업대(67회)와 밀라그로사대(69회) 출신 응시자의 경우 현행 인정 기준이 아닌 과거의 ‘수의사법 경과규정(법률 제5953호 부칙 제4항)’을 적용받아 응시 자격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엄격해진 수의학 교육 기준과는 동떨어진 처사라는 것이 수미연 측의 설명이다.
수미연 관계자는 “의사와 치과의사의 경우 의료법 제5조 제3호에 따라 해외 대학 졸업자가 국내 면허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1차 검증 관문인 ‘예비시험(필기/실기)’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며 “반면 수의사 국가시험은 이러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없어 외국대학의 학제나 임상 교육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 수의대 출신 지원자를 평가하기 위한 ‘예비시험’은 국내 수의대생들에게도 실제 국가시험과 동일한 형태의 사전 평가로 기능해 교육의 질 제고와 국가시험 대비 역량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험관리 인력 단 2명
이처럼 제도 개선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뒷받침할 정부의 관리 인력과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수의사 국가시험을 전담하는 인력은 사무관 1명과 주무관 1명, 단 2명뿐이다. 이들이 응시 자격 검토, 출제 보안, 시험장 운영, 부정행위 방지, 합격자 관리, 각종 법적 대응까지 도맡고 있어 물리적인 업무 과부하가 심각한 상태이다.
예산 구조 역시 경직돼 있다. 2025년도 수의사 국가시험 예산은 2억 2,351만 원으로 2022년 대비 약 36% 증가했으나 증가분 대부분은 물가 상승에 따른 시험장 임차료와 출제 수당 등 고정비용에 투입됐다. 문항의 질적 개선이나 실기시험 인프라 구축, 외국대학 학력 검증 시스템 개발 등 제도 선진화를 위한 투자는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수미연은 “수의학 교육의 국제화 흐름에 맞춰 예비시험 도입, 컴퓨터 기반 시험으로의 전환, 실기시험 도입 등 수의사 국가시험 체계를 전면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기형적인 인력·예산 구조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전담 조직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수의사 면허제도는 대한민국의 국가 위상에 걸맞게 보다 엄정하고 투명한 검증 절차를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정비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 동물의료 및 복지의 증진, 그리고 공중방역·보건 체계 강화로 직결된다”고 피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