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바람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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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바람의 자리
  • 개원
  • [ 207호] 승인 2021.09.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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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등 뒤의 빈자리는
남겨 준 정마저도 먼지 되어
바람결에허공으로휘날리네

세월 따라 흐르는 물결은
떠나는 자의 몸부림이 되어
한 맺힌땀과 눈물방울이 되고

한을 안고 도는 물레방아는
인생무상의 메아리로 되돌아오고
정처 없이 나섰던 유랑 길도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새로 오는 바람들의 안식처인
빈자리에 변함없이 돌고 도네

아침 햇살이 영롱히 비칠 때
이슬 알이 열린 거미줄이 없도록뛰다가
삶의 여정에 지쳐 앉았던 빈자리는
복날 산 언저리 느티나무 아래 누워
길게 내뿜고 사라져 간 담배 연기처럼

앙상한 뼈 등골 마디 사이로 누비는
곰방대가 지날 때마다 진동하는 선율이
말려 올라간 모시 적삼 사이를 지나
축 처진 똥 뱃살 너머로 흘려 든 것이
차가운 솔 향을 품은 안식의 바람이라면
이 세상의 빈자리를 모두 남겨 놓고
홀가분히 떠나는 멋진 나그네 길인 것을



우리가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숱한 인연을 맺는다. 태어났기에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죽게 되고, 또 만남이 있다면 언젠가는 헤어지기 마련이다. 이와 같이 태어나지 않았다면 죽지도 않고, 만나지 않았다면 헤어짐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이게 삶이라고 생각하면서 서로 아픔을 안고 견디면서 받아들이면서 살아가고 있다.

항상 운명처럼 만났다 헤어지는 삶 속에서 쌓여진 미운 정(情), 고운 정 때문에 늘 허전한 빈자리는 남아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남겨진 먼지 같은 흔적조차도 일상(日常)의 수레바퀴에 치여 허우적거릴 때 바람결에 모두 사라져 버리게 된다.

우리들은 살기 위해 가장 먼저 ‘의식주(衣食住)’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심신(心身)을 혹사(酷使)시키게 되는데, 결국은 죽기 위해 살아온 것처럼 비춰지게 된다. 죽음과 삶, 만남과 이별 등의 뒤에 남은 빈자리는 누군가에 의해 다시 채워지는 바람 같지만, 인연과 정(情)의 깊이는 새삼 다르다. 

필자도 구름과 물처럼 흐르는 세월 따라 몸을 맡기고 앞만 보고 피땀 흘렸던 삶의 현장을 세월이 지난 후에 되돌아보면 난 그동안 무엇을 위해 이토록 죽기 살기로 일에 파묻혀서 살아왔는지를 스스로 반문(反問)하는 메아리로 되돌아오고 있다.

이제는 나그네 인생길처럼 안식의 바람이 부른 곳에서 삶을 되새김하면서 좀 더 보람차고 아름답게 멋진 인생을 가꾸어 보았으면 하는 심정으로 쓴 것이라고 이야기 드리고 싶다.    

 












心湖 문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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