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시론
[시론] 수혼비(獸魂碑)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152호] 승인 2019.05.22  20:38:09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우리나라의 연구소에 있는 오래된, 동물의 영혼을 위한 비석은 1922년 11월 18일에 건립되어 농림축산검역본부 영남지역본부에 있는 축혼비(畜魂碑)와 1929년 3월 23일 만들어져 현재 식약처에 있는 ‘동물공양지비’(動物供養之碑)가 있다.

해방 후에는  안양에 있던 가축위생연구소에 축혼비가 처음 만들어졌다. 그 비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열 목숨 얻기 위해, 한 목숨 바친 그대 희생 빛내리, 넋이여 고이 잠들라, 1969. 10. 20일“

이 축혼비는 고 박근식 소장의 발상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축혼비 건립의 동기와 계기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설명을 했다고 한다.

“실험실에서 내가 닭하는데 닭하는 곳에서 연구하는데 병아리 있잖아 요만한 거 무슨 병이 걸렸는지 가르쳐 달라고 하는 거야. 그럼 그것을 죽여 가지고 피를 채혈을 해가지고 혈청검사도 해야 하고 피를 혈관을 찾아가지고 뽑고, 나중에 목에 있는 경추를 분리시키면 죽어요. 그런데 눈은 말똥말똥 해가지고 나를 쳐다본다고… 그 애처롭기가 짝이 없어. 이것이 하루에 한두 마리가 아니고 수백 마리씩 그렇게 하는데… 이건 안 되겠다. 이건 우리가 아무리 사람이 권력을 가지고 그 짐승들의 목숨을 거둔다고 하더라도 내가 해부하는 사람으로 봤을 때는 가슴이 굉장히 아팠어. 그래서 이것을 내 죄를 사하는 방법이 없겠느냐? 그러고 고민을 하고 있는데… 나는 그 당시에 예수도 안 믿었다고… 크리스천은 아니었다고… 아니었지만도… 해부를 하고 가져다 놓고 딱 앞에 서가지고는 묵념을 했다고… 그때 항상 생각하는 게 너는 네 목숨은 여기에서 희생되지만 너의 동료들을 위해서 한다. 항상 마음을 기도하는 자세로 그렇게 했는데… 이건 나 혼자만 기도 할 것이 아니고… 여기 많은 실험실에서 동물들이 쥐도 죽고 돼지도 죽고 소도 죽고 죽이는데… 이거는 안 되겠다. 우리연구소에 있는 사람들이 동물에 대한 생명을 존경을 하는 마음자세를 과학자들이 가지고 있지 않으면 그 실험 결과가 아무리 좋은 것이 나오더라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박근식 박사와의 인터뷰(2009. 5), 한국사회의 동물위령제를 통해 본 동물의 죽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 *Veldkamp, Elmer, 비교문화연구 제17집 2호, (2011) pp. 87~124)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동물병원과 본관 사이에는 1978년에 제작된 수혼비(獸魂碑)가 있다.  본교 해부학교실의 고 윤석봉 교수께서 비석에 비문을 다음과 같이 쓰셨다. 

   

“慰魂
 獸禽之靈 稟性各異 靈魂如一.
 可惜生命 義死不避.
 爲人類福祉 同類保健 不怨天不怨人.
 可憐其靈 爲靈默念 祝願冥福 幸須群靈 更進明界”
“영혼을 위로하며
 동물들의 영혼에 있어서  품성은 각각 다르지만 그 영혼은 모두 같다.
 어찌 생명이 가엽지 않은가? 
 선한 죽음을 피할 수가 없구나. 인간의 복지를 위해, 또한 같은 동물의 건강을 위해 
 하늘을 원망하지 말고 인간을 원망하지 말거라.
 그 영혼을 어찌 불쌍히 여기지 않을 수 있을까?
 그들의 영혼을 위해 묵념하고 명복을 빈다.
 바라건대 모름지기 모든 영혼은 다시 밝은 세계로 나아가기 바란다”

우리나라의 많은 실험동물시설과 수의학관련 기관에서는 동물위령제를 매년 개최한다. 그 자리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평소에 본의 아니게 동물에게 가한 고통에 대해서 동물로부터 복수를 받지 않도록 기원하는 사람부터, 가한 고통에 대한 참회를 하며 마음을 달래려는 사람들, 또한 동물이 영혼을 가지고 있어서 동물의 넋을 위로하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수혼제를 개최하는 기관의 입장에서는 연구자가 동물을 이용하면서 부딪치는 갈등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도록 하면서 연구자나 학생들에게 동물에 대하여 생명존중과 철저한 윤리의식을 고취시키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최근에 수의학과 관련된 동물윤리의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수혼비를 생각하며 다시 한 번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는 수의사로서의 자세를 가다듬을 때이다.

 
개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오시는 길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04156) 서울시 마포구 독막로 331, 마스터즈타워빌딩 1305호   |  대표전화 : 02-6959-9155  |  팩스 : 070-8677-6610  |  ISSN 2636-0470
등록번호 : 서울, 아52200  |  발행처 : 제이앤에이치커뮤니케이션  |  발행인 및 편집인 : 김지현  |  청소년 보호 책임자:김지현
등록일자 : 2014년 4월 24일  |  창간일자 : 2014년 5월 5일
Copyright © 2019 데일리개원.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aewon@dailygaew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