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가치사슬’ 보호자가 치료계획 ‘신뢰’하는 것부터
의료지식의 존재를 인식하는 단계에서 이는 단지 아이디어에 불과합니다.
확장(expansion)과 평가(evaluation) 단계에서의 의료지식은 동기를 부여하는 도구일 뿐입니다. 의료지식이 적용(application) 단계에 도달하게 되면, 비로소 가치를 창출하는 도구가 됩니다.
우리는 ‘어떤 의료지식을 알고는 있다’든지, ‘그런 지식이 있다는 것을 들어 보았다’는 단계를 넘어 ‘내가 직접 활용해보았다’는 단계에 이르러야 합니다.
저는 의료지식의 활용 단계에 도달하기 전, 아이디어 단계나 확장 단계와 같은 정체기에 고착된 많은 동물병원들을 상담해왔습니다.
이 병원들이 가진 문제는 “단지 아이디어나 확장된 지식 단계에 머물러 있는 의료지식을 어떻게 활용 단계로 전환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었습니다.
의료지식은 왜 중요한가?
더 이해하기 쉽게 몇 가지 예를 들고자 합니다. 저는 지난 30여 년 동안 동물병원 경영에 ‘가치사슬 시스템’(Value Chain System: 경제용어로 기업활동에서 부가가치 창출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련된 일련의 활동·기능·프로세스의 연계를 의미-두산백과)을 구축해 왔습니다.
동물병원에서의 ‘가치사슬’이란 환자와 보호자의 케어를 위해 모든 직원이 함께 참여하는 표준화된 업무 흐름(work flow)을 이야기 합니다.
접수 담당자가 테크니션과 임상가에게 환자의 케이스를 인계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구조화된 업무-주도 항목(약 18가지 정도)을 모두 검토하고 이를 실행하는 팀 기능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치료계획(Treatment Plan, TP)’입니다.
치료계획은 확실하게 교육받은 직원이 환자 관리에 필요한 의학적 요소에 초점을 맞춰 작성하는 것으로 견적서나 가격안내서와 같이 비용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형태가 아닙니다. 이렇게 하면 보호자에게 더 전문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습니다.
치료계획(또는 치료계획서)의 목적은 전문 보조인력이 보호자에게 이를 설명하여 궁극적으로 보호자의 ‘신뢰(adherence)’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신뢰’는 보호자의 믿음과 지지를 얻는 것이며, 수동적으로 따르는 순응(compliance)과는 다릅니다.
설명된 치료계획 항목들의 가치를 이해하게 되면 보호자는 즉시 이를 ‘신뢰’하게 됩니다. 치료계획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거나 치료계획을 저평가할 때 보호자는 이를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치료계획은 전반적인 추천 항목들을 나열하여 이를 실시할 수 있도록 보호자의 허락을 받기 위한 것입니다. 치료계획을 설명하는 직원은 이 치료계획이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음을 자신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치료계획을 설명하는 직원이 보호자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교육시키는 가에 따라 보호자의 ‘신뢰’ 비율을 높 일 수 있습니다.
만약 직원이 치료계획을 자신감 있게 설명하지 않는다면, 보호자는 추천된 치료 과정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못하며, 이를 ‘신뢰’하지 않을 것입니다.
보호자에게 ‘무엇을 설명하는가’가 아닌, ‘어떻게 설명하는가’가 보호자가 치료계획을 선택하고 ‘신뢰’하게끔 하는데 큰 차이를 만듭니다.
따라서 의료지식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는 보호자의 치료계획 ‘신뢰’도 따라올 수 없으며, ‘가치사슬’은 결국 이 단계에서 멈추게 됩니다.
‘가치사슬’의 모든 행동은 보호자가 치료계획을 ‘신뢰’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며, 보호자가 치료계획을 ‘신뢰’해야 동물병원에서의 모든 행위가 실행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보호자에게 의료지식에 대해 적절하게 설명하지 않거나 환자를 배려하는 처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의학은 단순 판매업으로 전락할 것입니다.
보호자의 치료계획 ‘신뢰’의 기반은 경험이 많은 직원이 의료지식과 관련된 내용을 설명하고, 보호자가 이를 이해하는 단계로부터 비롯됩니다.
‘가치사슬’ 중 ‘신뢰’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다이어그램이 있습니다[표]. 좌측에 있는 모든 실행 항목들은 최종적으로 치료계획의 ‘신뢰’를 유도해내기 위한 것이며, 우측의 모든 항목들은 치료계획의 ‘신뢰’가 이루어진 뒤 실행될 업무들입니다.
의료지식 활용에 팀을 참여시킬 수 있는 방법
1. 의료지식 확인: 양질의 수의진료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 병원에서는 어떤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지 확인합니다.
우리 병원이 이 의료지식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지, 아니면 위기 상황에서 지식의 일부만 활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평가한 뒤, 의료지식의 활용을 극대화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 봅니다.
2. 의료지식의 목적: 팀 전체가 의료지식을 동일한 수준으로 이해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의료지식을 활용하여 환자에 대한 배려심을 향상시키고, 진단과 치료의 정확성을 높임으로써 모든 직원에게 지식활용의 목적을 보여주세요. 이 특별한 의료지식이 선사하는 품격 있는 환자 관리 및 환자 배려 가치를 전 직원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합니다.
3. 적용과 실행: 의료지식의 진보적인 사용 증례를 간단한 항목부터 작성해 봅니다.
예를 들어 6주령의 어린 강아지가 병원에 내원했을 때 특별한 임상증상이 없더라도 CBC 검사를 적용하여 잠복기의 파보 바이러스나 다른 바이러스혈증에 의한 호중구 감소증을 확인하거나, 빈혈, 백혈구/호중구의 수를 확인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또 다른 증례로 환자의 정서적, 육체적 불편함이나 진단, 치료과정에서의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근이완제와 진정제의 사용을 극대화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감염된 귀를 세정하거나, 척수나 근골격계 통증이 있는 환자에서 방사선 촬영을 하는 과정에서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팀의 다른 구성원들과 논의해야 할 많은 사안들이 있습니다. 통증이나 고통, 정서적 불편함이나 불안 등의 요소들은 환자 관리 전, 중, 후에 우리가 경감시켜야 할 것들입니다. 이 이외에도 더 많은 의료지식 활용의 증례가 있지만 지면 관계상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4. 모델 선택의 중요성: 지난 30년 동안 동물병원 운영 자문가였던 제 경험 상, 대부분의 집단은 작은 변화도 원치 않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집단의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결코 직원 개개인에게 변화를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구성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델 직원을 선정하여 그가 무엇을 하는지, 환자 관리의 질을 얼마나 쉽게 향상시키는지 보여줌으로써 다른 구성원들을 격려하는 것입니다(이 방법은 초반에만 적용할 것을 권장합니다).
성공적인 모델을 정하고 이를 통해 의료지식의 활용 방법을 보여주면서 나머지 구성원들에게는 단순히 새지식의 가치를 목도하는 증인의 역할만 부여하는 것이 변화의 첫 단계이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전 직원이 의료지식의 활용에 참여하도록 만들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단계입니다.
새로운 의료지식 활용 및 실행의 예
a. 6주령 강아지와 새끼 고양이를 위한 기본 혈액검사, 매년 실시되는 건강검진 및 노령동물 관리. SDMA와 BNP, CPL
b. 진료나 치료 과정이 단순하든 복잡하든, 환자의 정서적 고통이나 불편함, 통증을 경감시킬 수 있는 근이완제나 진정제를 사용(예: Dexmedetomidine과 Atipamezole)
c. 진단 및 보호자 상담에 단 5분이 소요되는 AI 방사선 판독 기술은 환자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
d. 예방을 위해 내원한 환자나 종양 의심 환자에서 종양의 조기 진단과 장기적인 환자 모니터링을 위해 실시하는 TK-1과 CRP, Vit D 검사
e. 치아 방사선은 대부분의 치과 케이스에서 치조골 소실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이나 치과질환의 합병증을 악화시킬 수 있는 치명적인 요인을 놓치지 않게 함
f. 필요할 경우 합법적인 줄기 세포의 사용
g. 수술 및 치료용 레이저의 사용
h. 전문병원에 의뢰하기 전 전문의가 조기에 병변을 볼 수 있도록 망막이나 다른 신체 일부의 선명한 사진을 전송할 수 있게 하는 장치나 원격진료 의뢰. 전문의에게 의뢰하기 전 조기에 이루어지는 양질의 진료와 상담은 환자가 더 나은 건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함
결론
동물병원에서 행하는 모든 서비스 절차들은 ‘가치사슬(Value Chain)’ 내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접수 담당자와 테크니션, 수의사가 하는 모든 행위는 궁극적으로 보호자가 치료계획을 ‘신뢰’하고(Adherence) 동의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므로 가치사슬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보호자의 ‘신뢰’입니다.
보호자가 치료계획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이 단계 전후로 실행해야 하는 직원들의 업무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치료계획을 ‘신뢰’하게-순응(complience)이 아님- 만들기 위해 보호자에게 설명하는 모든 항목들을 살펴보면, 이 ‘치료계획’ 항목들은 모두 의료지식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치료계획의 세부항목을 설명하는 직원은 ‘이 의료지식이 환자에게 필요한 이유’나 ‘이 지식을 환자에게 적용하는 방법’ 또는 ‘예상되는 지식의 효과’와 같은 전반적인 지식의 소개와 설명에 익숙해져야 하며,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치료계획의 각 항목에 대한 의료지식을 테크니션(직원)에게 제대로 교육해야 더 많은 보호자들이 이 계획을 ‘신뢰’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의료지식을 충분히 학습한 준비된 테크니션과 접수 담당자는 병원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테크니션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보호자 교육을 통해 더 많은 보호자가 환자 관리 방법 및 치료 방법을 ‘신뢰’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完>
Henry K. Yoo
DVM, MSc, MBA
Infinity 의료컨설팅 최고자문위원
미국 Western University 병원 경영‧관리 외래교수
henryyoo@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