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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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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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4호] 승인 2021.07.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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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9일 민법 98조를 개정하는 법무부 입법예고가 다음과 같이 고시되었다. “제98조의2(동물의 법적 지위) ①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②동물에 대해서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법무부는 본 조항이 신설되면 장기적으로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이나 동물피해에 대한 배상 정도가 국민의 인식에 보다 부합하는 방향으로 변화되고, 동물보호나 생명존중을 위한 다양하고 창의적인 제도들이 이 조항을 토대로 추가로 제안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보다 근본적으로는 사법(私法)의 기본법이라는 민법의 지위를 고려할 때 본 조항이 신설됨으로써 동물보호가 강화될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동물과 사람을 막론하고 생명을 보다 존중하게 됨으로써 사회적 공존의 범위가 더욱 확장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입법 효과를 설명하고 있다. 

민법 98조에서는 ‘물건’을 ‘有體物 및 電氣 其他 管理할 수 있는 自然力’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면 동물이 물건이 아니라면(非物件) 무엇이란 말인가? 생명을 가진 동물 그 자체로 인정한다는 것으로 생각된다. 물건과 달리 생명체는 생장, 물질대사, 에너지의 변환, 번식을 할 수 있다.

생명체 중에 동물은 세포, 조직 기관 기관계로 구성되어 개체를 이루며 감각과 고통을 느끼고 도덕심을 보이기도 한다. 동물을 모사한 로봇이나 줄기세포를 이용한 인체 기관계의 구축도 생명체와 유사하지만 이들을 생명체라고 보지는 않는다.

로봇이 감각을 느끼도록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고통을 느끼도록 설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인체 기관계도 감각적인 반응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될 수 있지만 고통을 느끼며 다른 생명체를 배려하는 도덕적 능력을 갖추도록 할 이유는 없다. 

동물성 생명체는 해면동물부터 파리나 모기 같은 곤충, 어류 그리고 포유류까지 수백만 종이 존재하고 있다. 지금껏 만물의 영장이라고 생각해온 대한민국 사람들이 고릴라나 침팬지부터 호랑이, 개, 말, 소, 돼지, 닭 등을 물건 취급해오고 있었던 것을 이제 동물에 대해서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아마도 반려동물이 우선으로 포함될 것으로 생각되는데)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물건이 아닌 생명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사람들 중 일부는 반려동물을 학대하고 유기하며, 살아 있는 곰으로부터 쓸개액을 채취하여 먹고, 잔혹한 동물실험을 하며, 개를 식용으로 하고, 소와 돼지, 닭을 잡아 먹는다. 또한 파리나 모기처럼 유해 곤충이라고 생각되는 동물은 가차 없이 생명을 빼앗는다.

하지만 모든 동물이 비록 사람과 도덕적 가치 기준이 다르지만 사람과 같은 생명체라고 생각한다면 이렇듯 잔인한 행위를 마음 편히 할 수 없을 것이다. 

세상에는 동물원 동물을 해방하고, 동물실험을 중지하고, 모든 사람이 채식주의자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동물들이 주는 이익을 더 많이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듯 생명체를 존중하는 마음과 인간이 필요로 하는 동물 자원을 얻기 위해 동물의 생명을 무자비하게 뺏는 행위 사이에서 느끼는 갈등의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며, 그 해결 기준을 제시하기도 매우 어렵다.  

잔인한 행위를 막고자 하는 사람들과 동물을 과소비하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 해결 기준은 한 사회의 문화적 수준으로 결정될 것으로 생각된다.

동물을 생명체로 보고 심지어 도덕적 행위를 보이는 동물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동물로부터 얻는 이익을 포기할 수는 없을지라도 동물에게 고통을 주지 말고 동물을 최소한도로 이용하며 동물 대신 다른 대안을 찾는 것이 ‘현재’로서의 답일 것으로 생각한다.

민법 98조가 예고된 바처럼 개정된다면 동물보호법이나 동물원수족관법, 야생생물법 등의 개정도 이루어져 많은 동물의 생명이 물건처럼 취급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박재학 교수
서울대 수의과대학

실험동물의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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