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인간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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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인간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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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57호] 승인 2019.08.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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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ure 7월 26일자 뉴스에 따르면, 일본의 문부과학성 전문위원회가 살아있는 인간의 세포를 포함하는 동물의 배아를 대리모에 이식시켜 키우는 실험을 승인하였다고 보도하였다.

동경대와 스탠포드대에서 키메라 동물 작제 연구진을 이끌고 있는 히로미츠 나카우찌 교수는 인간의 세포가 자라는 마우스와 랫트의 배아를 각각의 대리모 동물의 자궁에 이식하여 인간동물 키메라를 탄생시킨다는 계획을 제출하여 승인을 받은 것이다. 2013년에 유사한 실험을 하려고 시도하였으나 문부과학성은 그 실험을 거부했었다.

일본은 금년 3월까지 인간 세포가 내부에 섞인 동물 배아는 14일 이상 배양하지 못하며 대리모 자궁으로의 이식도 금지했다. 그런데 같은 달에 문부과학성은 인간동물 키메라 배아를 대리모 동물에게 이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나카우찌 교수팀은 지금부터 2년 전 유전자 조작을 통하여 췌장을 생산할 수 없었던 랫트의 배아에 마우스의 체세포유래의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주입하여 태어난 키메라 랫트로부터 마우스 세포로만 이루어진 췌장이 형성된 것을 확인하였다.

이들은 랫트에서 만들어진 마우스 췌장을 당뇨병이 이환되도록 유전자 조작된 마우스에 다시 이식했더니 혈당 수치가 조절되어 당뇨병 마우스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었다고 Nature에 보고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연구로부터 나카우찌 박사는 궁극적으로 인간 세포로 이루어진 장기를 생산하는 동물을 만들어 결국 사람에게 그 장기를 이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제 나카우찌 교수팀은 돼지에서 인간돼지 키메라 배아를 최대 70일까지 키울 수 있도록 정부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편 돼지나 양의 배아에 주입된 인간줄기 세포가 인간장기로 분화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나카우찌 교수팀은 췌장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작된 양의 배아에 인간 줄기세포를 주입하였는데, 28일 동안 자란 키메라 배아에는 인간 세포가 거의 없었으며 췌장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고하였다. 이것은 인간과 유전적으로 유사하지 않은 동물에서는 키메라 기법으로 인간의 장기를 만드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돼지나 양의 장기는 인간의 장기 크기와 유사하며 또한 식용으로 사육되기 때문에 키메라 기법을 이용하여 인간의 장기를 돼지나 양에서 만드는 것이 윤리적으로 수용되지만, 원숭이 또는 침팬지를 그러한 목적으로 이용한다면 윤리적인 문제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부 생물윤리학자들은 동물의 배아에 주입된 인간의 줄기세포가 표적 장기 이외에 뇌나 감각기관으로 분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1920년대에 Vornoff라는 프랑스 외과의사는 사람들의 수명을 연장하고 활력을 되찾게 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원숭이의 고환을 박절하여 사람들의 고환에 이식하여 명성을 얻고 많은 돈을 벌었다.

Vornoff 박사는 사후에 고환을 이식 시술할 때 면역거부 반응이나 원숭이로부터 전염될 수 있는 질병 등을 고려하지 않았고 시술 후 생각만큼 효과가 좋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나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동물의 고환은 면역 반응이 미치지 못하는 곳으로 이종장기의 이식 후에 조직편이 장기간 생존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Vornoff 박사에 대한 과학적 비판이 수그러들고 있다. 

돼지에 인간의 장기를 만들어 이식을 기다리는 많은 환자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나카우찌 교수의 신념이 Vornoff 박사의 시술처럼 비판을 받을지 아니면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희망이 될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를 이종 동물 사이에서 수행하여 그 결과를 본 다음 인간에게 적용할 데이터를 축적할 필요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된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연구가 시작될 전망이다. 부작용과 윤리적인 측면에서 충분한 사전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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