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상 견빙지(履霜 堅氷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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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상 견빙지(履霜 堅氷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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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60호] 승인 2019.09.1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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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의 괘사와 효사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할 수 있는 많을 상황을 알려주고 있기 때문에 주역은 단지 점을 쳐서 운명을 예측하는 점서와는 다른 경서(經書)라고 한다.

주역의 64괘 중 두 번째인 중지곤(重地坤)은 땅을 뜻하는 ‘坤(☷)’이 내외로 중첩된 형상으로, ‘坤’은 괘명(卦名), ‘重地’는 괘상(卦象)을 나타낸다. 坤卦의 여섯 개 효(爻) 중 첫 효인 초육(初六)의 효사(爻辭)는 ‘이상 견빙지(履霜 堅氷至)’로, “서리를 계속 밟으면 단단한 얼음에 이른다” 또는 “서리를 밟을 때가 되면 얼음을 밟을 때도 곧 닥친다”라는 뜻으로 어떠한 징후가 보이면 머지않아 큰일이 일어 날 것을 비유하고 있다.

각 괘의 여섯 개 효는 점을 쳐서 얻는데, 노양과 노음이 나오면 노양은 양효가 음으로 변하고 노음은 음효가 양으로 변하는 동효(動爻)가 되며, 그에 해당하는 효사를 가지고 점을 보게 된다.

여섯 개의 효가 모두 음인 重地坤은 부드러움의 상징이다. 초육(初六)이 극에 달한 노음으로 되면, 음이 양으로 변하면서 음으로 꽉 찬 坤卦에 어떤 일의 시초가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 할 수 있다.

효사에 “서리를 밟을 때가 되면 얼음을 밟을 때도 곧 닥친다”라는 것은 조그만 선행이라도 나중에 큰 선행이 될 수 있고 작은 악행이라도 나중에 큰 재앙이 될 수 있는 일의 시작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 점괘를 얻으면 조그마한 일로부터 큰일을 볼 수 있는 상상력과 예지력을 바탕으로, 선(善)을 더욱 선하게 이끌고, 악은 더 큰 재앙이 되지 않도록 미리 방지해야 할 것이다.

《주역》의 〈문언전〉은 주역의 건괘(乾卦)와 곤괘(坤卦)에 대한 공자의 해설서이다. 곤괘를 해설하는 글 가운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선을 쌓아온 집안은 반드시 나중에 경사가 남아있고, 선하지 않은 일을 쌓아온 집안에는 반드시 나중에 재앙이 남는다. 신하가 그의 임금을 시해하고, 자식이 그 아비를 죽이는 것은 하루아침과 하루 저녁의 일이 아니라, 그 유래가 점진적이었던 것이니, 분별하기를 일찍이 분별하지 않았기 때문에 말미암은 것이다(積善之家, 必有餘慶, 積不善之家, 必有餘殃, 臣弑其君, 子弑其父, 非一朝一夕之故, 其所由來者漸矣, 由辯之不早辯也)”

이것은 서리를 밟을 때가 되면 얼음을 밟을 때도 곧 닥친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재앙이 뒤따르게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경고한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 일을 할 때 욕심에 눈이 멀어 앞으로 일어날 일을 볼 수 있는 눈을 잃기 쉽다. 최근에 대학 입학과정에서 불투명한 선발과정이 많이 있다고 생각되어 제도개선을 시작하고 있다.

그동안 대학의 수시 입학기준이 너무 복잡하여 선발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명확하게 정의 할 수 있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었다.

입시준비생들의 각종 상장, 연구실적 그리고 봉사활동 등이 그들의 재능과 자의적인 헌신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아니면 부모가 모두 해준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는 고등학교 교사와 학생이 대학이나 연구소와 협력하거나 또는 자체적으로 융합인재교육 연구교육과제를 시행하여 과학에 소질이 있는 영재를 발굴하여 미래의 과학자를 양성하는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과제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열정을 가지고 자기가 계획한 연구를 실현해보고 또한 그 결과를 가지고 대학의 입시자료로 제출한다.

연구를 지도한 교수나 교사는 학생들의 과학적 능력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나중에 훌륭한 과학자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고 있다.

그런데 자식의 대학입학에 눈먼 부모 중에는 과학적 소질이 없는 자식에게 입시자료로 사용할 가짜 연구 결과를 만들어 주어 버젓이 명문대에 입학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부모가 만들어준 떳떳하지 못한 기회를 잡은 학생은 그러한 일에 길들여져 떳떳하지 못한 행위로부터 헤어 나올 수 없게 되어 장차 큰 재앙을 맞게 된다. 그와 같은 떳떳하지 못한 학생들이 기득권을 차지하는 사회가 된다면 미래는 선하지 못한 행동과 이기주위가 만연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부모는 자기 자식이 사회에 공헌하고 자기를 존경하기를 바라지만, 인생의 시작부터 그렇게 달콤한 맛을 본 학생들은 쉽게 그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서 부모가 바라는 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서리를 밟을 때가 되면 얼음을 밟을 때도 곧 닥친다는 효사(爻辭)의 의미가 와 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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