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C형 간염과 침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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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C형 간염과 침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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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85호] 승인 2020.10.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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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노벨 생리의학상은 C형 간염을 연구한 세 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A형 간염은 환자의 배설물 등을 통하여, B형 간염은 주사기나 수혈 등 비경구적 감염 경로로 사람들에게 감염된다.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일했던 Harvey J. Alter는 A형과 B형 간염 바이러스 검사를 하고 수혈을 한 환자들에게서 예상 밖의 간염이 관찰된 것을 연구하였다. 그는 감염 환자의 혈청이 침팬지에서 간염을 일으킨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non-A, non-B’ 간염으로 명명하였다.

Michael Houghton은 간염 환자로부터 분자생물학적 기법을 이용하여 바이러스 유전자를 확인 하였다.

그는 감염된 침팬지의 혈액에 있는 핵산으로부터 DNA를 클로닝 하였다. 대부분이 침팬지의 유전체 유래의 cDNA지만 그 중 일부는 바이러스 유래 cDNA일 것으로 생각하고, cDNA로 구성된 라이브러리로부터 단백질을 만들고 간염환자의 혈청을 이용하여 바이러스 관련 단백질을 찾아냈다. 그리고 이 cDNA가 RNA virus로부터 전사된 것을 확인하고, C형 간염 바이러스로 명명하였다. 

Charles M. Rice는 C형 간염 바이러스만으로도 간염이 유발될 수 있는지 확인하였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클로닝 된 바이러스가 복제하여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지 조사해야 했다. 그는 바이러스 복제에 중요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C형 간염 바이러스 게놈 끝에 있는 특정화되지 않은 영역에 주목하여 유전 공학기법을 통해 변종 C형 간염 바이러스의 RNA를 생성하였다.

이 RNA를 침팬지의 간에 주입했을 때 혈액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어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병리학적 변화를 관찰하게 되었다. 이 연구로부터 C형 간염 바이러스만으로도 수혈 매개 간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최종 증거를 얻게 되었다. 

1901년부터 2020년까지 노벨 생리의학상은 111번 수여되었다. 1915, 1916, 1917, 1918, 1921, 1925, 1940, 1941 그리고 1942년 총 9회 수상식이 없었다. 

노벨 생리의학상이 수상 된 111회 중 99회는 동물을 이용한 연구로서 1901년 독일 과학자 Emil Adolf von Behring는 기니픽, 말 등을 이용한 동물실험을 통해 디프테리아 백신을 개발하였고, 1934년 개를 이용하여 빈혈 치료제의 개발하였으며, 1944년 고양이를 이용한 신경세포의 특정 기능 연구, 1990년 개를 이용한 장기 이식 기술 개발, 2003년 마우스, 개, 침팬지, 돼지, 토끼, 개구리 등을 이용한 자기공명영상장치 개발, 2005년 돼지를 이용한 헬리코박터의 연구, 2008년 마우스, 원숭이, 침팬지를 이용한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의 발견, 2015년 마우스, 개, 양, 소, 닭, 원숭이를 이용한 새로운 말라리아의 치료법을 개발 등이 대표적이 사례다.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들이 연구에 사용한 동물들은 종류가 다양하여 초파리부터 꿀벌, 선충, 성게, 게, 조개, 오징어, 개구리, 두꺼비, 뱀, 랫트, 마우스, 햄스터, 토끼, 개, 고양이, 돼지, 양, 소, 닭, 비둘기, 칠면조, 원숭이, 침팬지 등 온갖 종을 대상으로 하였다. 과학적 연구에 이바지하며 희생된 동물의 명복을 빈다.  

최근 침팬지를 이용한 동물실험을 미국의 NIH에서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 미래에는 침팬지 대신 인간의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만든 장기로 실험을 대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병원체는 숙주의 면역체계와 작용하여 질병을 일으키기 때문에 침팬지를 대체 할 수 있는 동물 모델이 필요하며, 사람의 면역체계를 가진 마우스에 인간의 간장이 자라는 키메라 실험동물을 개발한다면 침팬지 같은 유인원을 실험동물로부터 사용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박재학 교수
(서울대 수의과대학 실험동물의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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