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와 구제역이 일파만파 전국을 뒤덮고 있다.
지난해 12월 3일 충북 진천에서 시작된 구제역은 지금까지 충북, 충남, 경기, 경북까지 4개도 10개 시군, 32개 돼지농장에서 발생했다.
지난 5일에는 경기 용인 양돈농가 및 경기 안성 소농가가 구제역 양성으로 확진된 데 이어 6일에는 전남 무안 소재 육용오리 농가에서 AI 의심축이 신고됐다.
올 겨울 들어 최근 2주 동안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를 철새에서 확인한 것만 전국에서 5번째다. 특히 겨울에는 철새 이동이 활발한 만큼 확산 우려도 크다.
기존에 AI는 42일에서 최대 139일 사이에 모두 종료됐으나 이번에는 1년 가까이 이어지는 역대 최장을 기록하고 있다. 구제역도 확산 일로에 놓여 있어 방역체계가 뚫렸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방역당국 뒷북대책 탓만
구제역은 긴급 예방 접종과 방역 조치에도 불구하고 매일 계속해서 의심 신고가 들어오고 있어 백신 효능에 대한 의구심마저 커지고 있는 상황. 충북 진천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한 달 새 전국 10개 시군을 덮친 만큼 1차, 2차 예방 접종을 마친 농민들도 불안감에 떨고 있다.
하지만 방역당국인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전국적인 대규모 확산 가능성이 낮다며, 현 상황을 ‘심각’단계로 격상하지 않고, ‘경계’단계 유지로 결론 내렸다.
농식품부는 “농장내로 유입된 바이러스로 인해 백신접종이 미흡한 돼지에서 발병한 것으로써 최근 발생 건은 구제역 바이러스에 교차오염된 차량을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전국적인 백신을 통해 항체형성률이 상승하고 있고, 2010∼2011년 상황처럼 전국적인 대규모 확산 가능성이 낮다”면서 “역학조사를 통해 축산차량 및 도축장 오염 등에 대한 전파경로를 파악하고 있는 만큼 추가 확산차단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역 당국의 안이한 대응에 불만의 목소리만 커져 가고 있다. 농식품부는 대부분의 농가에서 백신을 접종했다며 더 이상의 확산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구제역은 한 달 새 충남, 경기, 경북까지 번졌다. 또 구제역 진원지인 충북 진천 농가도 애초 항체 형성률이 20%에도 못 미쳤고, 경북은 80%가 넘었는데도 발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신만 키우고 있다.
사전예방 가축방역시스템 절실
지난해 9월 말부터 최근까지 매몰 처분된 가금류만 53만여 마리로 알려지면서 집적피해만 4조원이 날라 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피해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농식품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단은 단기적으로 AI와 구제역을 진정시킬 수 있는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실정에 맞는 구제역 매뉴얼 설정과 함께 사전예방 가축방역시스템과 같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시급하다.
대한수의사회 김옥경 회장은 지난해 연말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기회에 사전예방 방역시스템을 반드시 정착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매번 반복될 수밖에 없다. 매번 정부에 요구해 왔지만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다”면서 “축산정책국으로부터 방역기능을 분리해 방역정책국을 신설함으로써 방역전문 컨트롤타워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방역체계는 사전예방 중심으로 반드시 개편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AI나 구제역이 발생할 때마다 전국이 초토화 되며 몇 조에 달하는 혈세를 낭비하는 상황에서 이번에야말로 방역체계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