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석(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동물병원에 판매된 인체용 의약품의 84%가 약국 소재지와는 다른 시·도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영석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동물병원에 판매된 인체용 의약품만 300만 개 이상이었으며, 그 중 약 84%에 달하는 인체용 의약품이 타지역 동물병원에 공급된 것으로 밝혀졌다.
5년 전인 2020년 3,413개소이던 거래 동물병원 수는 4년 만인 지난해에만 5,603개소로 64.2%나 증가했고, 이 중에서 85.7%가 타 시·도 동물병원에 공급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인체용 의약품 유통이 지역 단위의 관리망을 벗어나 변질되거나 불법 조제 및 오남용의 위험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인체용 의약품의 판매부터 처방, 사용까지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점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복지부가 전국의 약국 개설자로부터 취합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인체용 의약품을 동물병원에 판매한 것으로 조사된 약국이 전국에 19개소에 불과한 반면 이들이 공급한 동물병원 수는 5,603개소에 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거의 도매상과 유사한 방식의 비정상적인 유통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서울 2곳과 경기 3곳, 불과 5곳의 약국이 지난해만 가장 많은 4,074개소의 동물병원에 인체용 의약품을 공급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극히 일부 약국에서 동물병원 93%를 점유하는 독점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지난해 동물병원에 공급된 인체용 의약품 판매량이 전년도 264만개에서 364만개로 38%나 증가한 것 역시 이런 비정상적인 유통 방식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
현행 약사법에 따라 동물병원은 인체용 의약품 구입 시 약국에 직접 방문해서 구매해야 하며, 도매상을 통해 구입하는 것은 불법이다. 약국 역시 약국이나 점포 외의 장소에서는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게 돼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조사 결과는 도매상과 같은 불법적인 방식의 배송이 보편화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동물병원에는 약사법을 핑계로 인체용 의약품은 약국에서만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도매상 구입은 하지 못하도록 제동을 걸면서 오히려 약국들은 약사법을 어기고 도매상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비현실적인 규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건지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동물병원의 인체용 의약품 사용에 대해 제동을 걸고 있는 약사들이 되레 도매상을 자처하며 인체용 의약품을 동물병원에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은 결국 자신들의 영역을 넓히겠다는 것 외에 다른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정부의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로 인해 불법과 편법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동물병원도 도매상에서 인체용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현실에 맞는 규정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동물병원의 약값이 정상화 될 수 있고, 정부가 주장하는 인체용 의약품 처방과 사용 과정에 대한 투명한 점검과 기록도 가능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