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반려견은 살기 위해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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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반려견은 살기 위해서 먹는다
  • 개원
  • [ 177호] 승인 2020.06.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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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나 개 모두 먹기 위해서 산다. 아니 살기 위해서 먹었던가?

먹지 않으면 살지 못하니 사람이나 개나 배고픔을 느끼게 하여 먹고 생명을 유지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배가 고파도 맛이 없으면 먹기 싫어 점점 야위어 간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거움을 느끼면 또 먹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사람들은 참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먹는다. 음식으로부터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그리고 감칠맛을 느끼며, 음식의 물리화학적인 특성에 따라 부드러운 맛, 쫄깃쫄깃한 맛, 끈적끈적한 맛, 폭신폭신한 맛, 뜨거운 맛, 시원한 맛, 떫은 맛, 매운 맛, 쇠붙이 같은 맛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맛을 혀로 느낀다.

여기에 음식의 소리 형태 등으로부터 귀와 눈이 음식에 대하여 또 다른 느낌을 받는다. 어디 이뿐인가? 콧속의 비갑개를 덮고 있는 후각상피세포는 세상에 존재하는 3,000만종의 화학물질의 향과 혼합되어 생기는 향중에서 실체와 연관되어 기억되는 향을 느낄 수 있다.

음식은 감성과도 관련이 있다. 음식 중에는 과거에 먹어본 기억 속에서 별로 좋지 않았거나 또는 종교적인 이유에서 기피하는 것도 있다.

17년 전에는 소고기 같은 육식을 하였지만 지금은 페스코 베제터리언이 된 나는 고기의 맛과 향을 기억함에도 불구하고 동물의 생명에 대한 경외심 때문에 포유동물의 고기를 먹지 않게 되었다.

식사를 하면서 이러한 맛과 향을 각각의 음식에서 느끼며, 또한 음식에 기억과 감성까지 연관되어 있으니 먹는 즐거움이 이만저만하지 않다. 그러니 먹기 위해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가 일 년 동안 먹는 다양한 음식을 모두 믹서에 갈아 고압멸균을 한 다음 펠렛을 만들어 매일 그것만 먹으면 어떨까?

각각의 음식에 있던 모든 향과 맛은 사라지고 오직 단백질과 탄수화물, 지방, 그리고 비타민, 무기질 등이 있을 것이다. 살기 위해서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개의 조상인 야생의 늑대는 야생에서 먹이를 선별하여 맛있는 먹이만 골라 먹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반려견에게 매일 똑같은 맛과 모양, 그리고 음식으로부터 나는 소리까지 변함이 없고, 거기에 향도 매일 같은 펠렛 사료를 주는 것은 개보고 살기 위해서 먹으라고 하는 것이다. 질리지 않고 먹는 것이 대견스럽다. 

개는 후각이 잘 발달 되어 있다. 개는 사람보다 방향성 화학물질 등을 훨씬 더 적은 량도 탐지한다. 개는 사람보다 초산은 10의 8승배, Hexanoic산은 5x10의 6승배, Ethyl mercaptan은 2,000배 더 잘 탐지한다.

그리고 개에게도 각각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이 있다.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으며, 감성이 있는 반려견을 위해 살아가는데 중요한 음식의 질을 개선하여 먹는 즐거움을 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박재학 교수
(서울대 수의과대학 실험동물의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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