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신축년 흰 소(白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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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신축년 흰 소(白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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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91호] 승인 2021.01.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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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색 소띠의 해인 2021년 신축년(辛丑年)이 밝았다. 

십간(十干)의 갑(甲)·을(乙)은 청색, 병(丙)·정(丁)은 적색, 무(戊)·기(己)는 황색, 경(庚)·신(辛)은 백색, 임(壬)·계(癸)는 흑색이니, 올해 신축년은 하얀색의 소띠 해다. 

현재는 한우의 대표가 누렁소가 되었으나, 조선시대의 말과 소의 질병에 대한 수의학 서적인 신편집성마의방우의방≪新編集成馬醫方牛醫方≫에 흰 소(白牛)가 소개되어 있다. 

“백우가 머리가 누런 것을 우왕(소의 신)이라고 한다. 그것을 잘 기르면 주인을 부귀하게 하고 자손이 잘되며 모든 가축이 잘 자라고 소의 먹이가 더욱 풍부하게 되며 이천석의 콩을 수확하리라. 白牛頭黃名曰牛王若養令主人富貴子孫六畜資生更多牛食相得二天石大豆. 閑山 金昌煥 譯” 

소는 고기와 우유를 제공하고 간혹 실험동물로도 사용된다. 소는 방아도 찧고 농사일도 도우며 가족의 구성원처럼 살던 때도 있었다. 방과 후 꼴을 베어 소에게 주던 아이는 소가 팔려 갈 때 한없이 울었다. 

중국에서는 제물로서 소를 제단에 바쳤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제선왕(齊宣王)은 제물로 바치기 위해 끌려가던 소에 측은지심이 발동하여 소 대신 불쌍한 모습을 보고 들은 적이 없는 양을 사용하게 하였다 ≪맹자≫ 粱惠王章句上의 6章. 

소는 서로 접촉하며 사회적 유대관계를 가지기를 좋아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사람보다 고주파들 잘 들을 수 있으며 시각이 넓어서 뒤쪽에서 움직이는 물체에 쉽게 놀라서 반응을 보인다. 사료를 먹지 않을 때도 되새김질을 하지만 이를 가는 행위는 고통이 있거나 불편할 때 나타난다. 

소는 사람보다 염색체가 16개나 많은 60개를 가지고 있지만 유전체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약 30억 개의 염기쌍으로 이루어져 있고 유전자는 사람보다 적은 22,000여개로 이루어져 있다. 품종에 따라 다르지만 4개월에서 18개월 사이에 임신이 가능하며, 두 살 된 소의 몸무게는 약 500kg이나 된다.  

하얀색 소면서 검은색 반점이 있는 홀스타인 젖소는 14개월 령이 되면 젖을 생산하기 위해 인공으로 수정이 유도된다. 소의 임신 기간이 270~292일이므로 생후 두 살이면 송아지를 분만하게 된다. 태어난 송아지는 초유만 먹고 바로 분리되어 인공 포유를 하고 4~7주 후 이유를 하게 된다. 

암송아지는 어미 소와 같은 길을 걷게 되고 수송아지는 도축되거나 비육우로 길러진다. 어미 소로부터 분비되는 우유는 분만 후 1개월에 최고치에 이르고 나서 서서히 감소한다. 사람들이 송아지 대신 마시는 우유를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암소가 송아지를 낳은 후 두 달이 지나면 인공수정으로 소를 또 임신 시키고 우유를 대량 생산하도록 유도한다. 

소는 임신기간을 포함하여 일 년에 300여 일 동안 우유를 생산하게 된다. 소는 번식계절에 한번 발정을 보이는 개와는 달리 발정 주기가 18~24일로 일 년 연중 발정기를 보인다. 25년 정도의 천수(天壽)를 누릴 수 있지만 젖소는 5~6회의 출산 후 7살이 되면 체력소모가 심해 더 이상 버티지 못한다. 

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메탄가스를 대량 분출하는 주범이 소라고 의심 받고 있다. 소가 뀌는 방귀가 대기권을 덮어 지구의 온난화를 일으키는 것은 소를 많이 길러 식용으로 하고자 하는 사람의 탓임에도 불구하고 엉뚱하게 소 탓으로 돌리고 있다. 

태어나서 원치 않는 인공수정을 통해 평생 젖만 생산해내다가 사지로 몰리는 소를 생각해보면서 흰 소띠의 해에 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박재학 교수(서울대 수의과대학 실험동물의학교실)
박재학 교수
(서울대 수의과대학
실험동물의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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