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울릉도 여행에서 만난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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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울릉도 여행에서 만난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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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2호] 승인 2021.06.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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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시작하기 전에 울릉도를 다녀오고 싶어 일박이일 코스로 여행길에 올랐다. 저동항에 내려 점심을 먹고 짐을 호텔에 맡긴 후 바로 관음도를 보러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관음도를 잇는 다리 위에서 아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바람을 타고 나는 갈매기들을 구경하였다. 관음도에는 부지갱이, 후박나무, 동백나무 같은 초목이 무성하고 전망대에서는 죽도가 바로 눈에 들어온다. 관음도는 깍새(슴새)가 산란을 하는 섬으로 잘 알려져 깍새섬으로도 불렸다는데 슴새는 없고 갈매기가 섬을 차지하고 있었다. 
 

천부 검둥이

섬을 나와 버스를 타고 천부를 거쳐 울릉도 분화구인 나리분지를 보고 천부로 다시 돌아왔다. 저동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데, 정거장에 순하게 생긴 강아지가 한 마리 다가온다.

같이 간 아들이 강아지를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누워서 배까지 보여준다. 옆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할머니가 강아지에 관해 설명해 주었다. 

이름은 검둥이로, 몇 년 전 어린 강아지였을 때 정거장 옆에 사는 총각네 트럭 위에 유기되었단다. 총각네 옆집에 강아지를 한 마리 데리고 살던 한 아주머니가 그 강아지를 입양하여 중성화 수술도 해주고 잘 키워 지금은 동네에서 귀염 받는 강아지가 되었다고 한다.

검둥이와 같이 놀다가 버스가 와서 강아지보고 집에 돌아가라고 하니 자기 집으로 슬슬 걸어간다. 검둥이가 사람 말을 잘 알아듣는 것 같았다. 

다음날 새벽 네 시에 일어나 40년 전에 한번 올랐던 성인봉을 다시 오를 준비를 하고 KBS 중계소까지 택시를 타고 5시 10분부터 산행을 시작하였다.

성인봉을 넘어 나리분지 버스 정류장에서 8시 35분 버스를 가까스로 타고 호텔로 돌아오니 너울성 파도가 심해서 육지로 가는 배 운항이 정지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덕분에 하루 더 여유 있는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어 좋았지만, 아들은 일정이 있었다며 툴툴거린다. 
 

이장희 씨 댁 라코

아침 겸 점심을 먹고 택시를 한 대 불러 섬 일주 관광을 하기로 하였다. 천부를 지나 송곳산과 성불사를 보고 송곳산 뒤쪽 현포리 쪽으로 방향을 틀어 가수 이장희씨가 사는 집과 아트센터 울릉천국을 보러 갔다. 넓은 정원으로 들어서니 청동 강아지 한 마리와 ‘정월대보름 아침’이라는 비명(碑銘)이 눈에 띈다. 비문에 따르면, 유기견 보호소에서 한 살 때 데려온 ‘라코’와 16년을 같이 살다 그해 정월 대보름날 무지개다리를 건너서 집의 언덕에 라코를 묻어주었다고 한다. 

“늘 나를 기다리던, 날 주인으로 생각하던 또 다른 나”였던 라코, “면으로 만든 침대시트에 먼저 몇 번인가를 감고 그 위에 하얀 수건을 덮고 먼저 삽으로 추억을 덮었다. 근처의 눈이 무덤으로 떨어져 눈을 덜어내었다” 

분신처럼 생각했던 강아지를 떠내 보내고 마음 아파하는 이장희씨의 집을 뒤로하고, 몇 군데관광지를 더 돌고 나서 펜션을 예약한 도동항에 도착하였다.
 

도동항 소년과 강아지
도동항 소년과 강아지

항구에는 또 한 마리의 청동 강아지가 있었다. 어물전을 하는 엄마 손을 잡아끄는 아들과 그 아들과 놀자고 조르는 강아지 동상이 정겨웠다.

 

박재학 교수
서울대 수의과대학

실험동물의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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