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심의, 승인하며, 27년만에 의대 정원을 증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40개 의과대학은 2025학년도부터 1,509명이 증원된 4,567명의 신입생을 모집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에 의사 및 의학 종사자들의 파업이 이어지며 정부와 의사 집단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어 수의계 종사자들의 불안감도 가중되고 있다.
수의사 공급 포화 상태
의과대학은 현재 총 40개로 매년 3,058명의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으며, 치과는 11개 대학에서 약 750명을 모집하고 있다. 수의대의 경우 총 10개로 약 500여 명의 인원을 모집 중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치대와 수의대의 정원 차이다. 2023년 기준 반려동물을 양육한다고 답한 사람은 1,410명으로, 전체 인구 5,127만 명 대비 약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 그럼에도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치대와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수의대의 정원 차이는 250명 정도밖에 나지 않는다.
지난해 기준 국내 수의사 면허를 보유한 인원은 총 2만 2,292명이고, 이 중 현업종사자는 1만 4,123명이다. 이 가운데 60.3%인 8,515명이 동물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반려동물 수는 인구 수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에다 동물병원 내원 동물을 감안하면 의료계와 단순 비교만 해봐도 수의계는 이미 공급 포화 상태에 놓여 있다.
매년 500명 이상의 인원이 수의사 면허를 따고, 올해는 532명이 시험을 쳐 515명이 합격하는 등 합격률도 높아지고 있어 지금 같은 추세라면 공급 포화 상태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매년 임상수의사가 늘어나는 반면 수의직 공무원의 비율은 감소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가 의과의 경우처럼 수의대 증원을 고려할 수도 있겠지만 수의사 역시 의과와 마찬가지로 인기과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의과와 같은 인력 배분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부족한 분야의 수의사를 늘릴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서 무작정 증원을 시행한다면 인기 분야로의 쏠림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수의분야 정책연구원 활성화 필요해
이런 가운데 의과는 2002년부터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환경에서 의료정책에 대한 능동적인 대안 제시와 생산적인 정책 형성을 위해 ‘의료정책연구원’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의료정책연구원은 현실 의료상황에 기초한 의료정책연구의 이론과 실증적 분석, 현장 중심의 조사사업을 토대로 실천적 정책 대안을 개발해 제시하고 있다.
수의계 또한 한국동물보건의료정책연구원을 설립했으나 수의정책에 근거가 될 기초 연구 등이 아직 활성화되지 못해 정부의 정책에 대해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의대 증원이 이뤄진다면 수의대 증원도 현실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미래에 닥칠지 모르는 수의대 증원이라는 비합리적인 정책을 막기 위해서는 동물보건의료정책연구원을 활성화시켜 정확한 연구 자료 및 수치를 기반으로 한 정책 근거를 제시하는 실행력이 필요하다.
대학 증원 문제는 수의계 역시 자유롭지 못한다. 따라서 수의직 공무원 등 부족한 분야의 인력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마련과 더불어 수의사가 포화 상태라는 정확한 수의료 현황 조사와 연구 결과를 도출해 합리적인 정책 대안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