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인의치과 중앙회인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가 ‘개원 질서 확립 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전국 단위의 내부 감시 체계를 본격 가동했다.
800건이 넘는 제보가 접수된 가운데 599건(72.7%)이 불법 의료광고였고, △환자 유인 및 알선 59건 △과잉진료 48건 △무자격자 위임진료 25건 △사무장치과 및 1인 1개소법 위반 24건 △무면허 진료 및 기타 위법행
위 69건 등 다양한 유형이 적발됐다. 치협은 각 지부와 연계해 사례를 조사하고, 필요시 형사 고발 및 징계를 진행하는 등 자정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 같은 불법 광고, 과잉진료, 면허 대여, 사무장병원, 무자격 수술 등은 동물병원에서도 빈번히 발생한다. 그럼에도 수의계에는 이를 걸러낼 규제나 제도적 장치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수의사법 위반이나 윤리적 일탈이 드러나더라도 단발성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제는 수의계도 자체적인 기준을 세우고, 이를 점검할 수 있는 자정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때다.
■사무장병원·무면허 진료ㅣ흔들리는 신뢰
동물의료 현장에서도 무면허 진료와 불법 운영이 발생하고 있다. 2023년 10월에는 자격도 없는 남성이 개의 성대 수술을 집도하다가 58마리 중 30마리를 폐사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명백한 무면허 진료 행위로서 동물보호법과 수의사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됐다.
같은 해 6월에는 수의사 명의를 빌려 개원한 사무장 동물병원의 실소유주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해당 병원에서는 허위 진료기록 작성과 항생제 불법 유통까지 드러나면서 불법 운영의 민낯을 보여주었다. 또 다른 사건에서는 수의사 면허를 대여한 인물이 벌금형을, 병원 실운영자는 징역형을 선고받으며 불법 면허 거래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수의미래연구소는 “현 제도 아래에서는 공문 외에 수의사 면허 진위 여부를 확인할 방법조차 없다”고 지적하며, 국가 차원의 통합 자격관리 시스템 도입을 제안했다. 무면허 진료와 수의사 사칭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규제없는 병원 광고ㅣ보호자는 무방비
동물병원 광고는 사실상 아무런 규제 장치 없이 운영되고 있다. 제도적 장치가 없는 사이 보호자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와 자극적인 문구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일부 병원은 블로그, 홈페이지, SNS, 카카오톡 채널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가격, 약품명, 성공률을 임의로 표기한다. ‘수술 90% 성공률 보장’, ‘전국 최저가 중성화’, ‘타 병원 대비 절반 가격’과 같은 문구가 여과 없이 홍보되고 있으나 이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장치는 없다.
의료계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 뚜렷하다. 현행 의료법은 모든 병·의원 광고에 대해 사전심의제를 적용한다. 의료광고심의위원회가 방송, 인쇄, 인터넷 매체 전반에 걸쳐 진료과목·시술 사례·의료인 정보를 관리한다.
반면 수의사법에는 광고의 자유만 규정되어 있을 뿐 사전 심의나 윤리 검토 조항이 없다. 이 때문에 허위·과장 광고는 물론 경쟁 병원을 겨냥한 비방성 광고나 허위 댓글 동원까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실제 한 동물병원은 ‘마취 사고가 발생했다’는 허위 댓글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수주간 예약 취소 피해를 입었다. 해당 댓글 작성자는 경쟁병원 원장의 친족관계로 드러났으나 댓글 작성자가 수의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현행법상 처벌은 불가능했다. 법적 공백이 그대로 드러난 사례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25년 3월 서삼석 의원은 수의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동물병원 광고 사전심의제 도입과 함께 거짓·과장·비방 광고를 금지하는 조항을 담았다.
한국동물병원협회도 “보호자 피해를 막기 위한 윤리적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과잉진료ㅣ기준 없는 불신
과잉진료 역시 꾸준히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 5월까지 접수된 동물병원관련 피해 신고는 2,163건으로 계속 늘고 있는 가운데, 진료비 과다청구와 과잉진료 관련 민원이 41.3%에 달했다.
불필요한 진단과 치료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으며, 보호자들은 ‘이 진료가 과연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증거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같은 질병이라도 병원마다 진단 항목과 검사 범위가 달라 진료비 차이가 크게 난다. “A병원은 20만 원, B병원은 90만 원을 청구했다”는 불만이 반복되는 이유다. 문제는 어떤 검사가 반드시 필요한지, 어떤 치료가 선택 사항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어 이런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치과계는 이러한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제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치과 내부 퇴사자의 제보도 적극 수렴해 내부 고발 문화를 제도화하고 있으며, 협회 홈페이지에 ‘신고센터’를 마련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후 제보를 바탕으로 지부와 중앙회가 연계 조사하며, 필요 시 징계와 법적 조치까지 이어가는 구조다.
동물병원 진료는 반려동물의 생명과 보호자의 신뢰와 직결된다. 무면허 진료, 불법 광고, 과잉진료가 반복된다면 그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타 의료계가 내부 감시와 자율 규제로 대응하듯 수의계도 자체적인 감시와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