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진료비 미납 이유로 진료거부 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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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진료비 미납 이유로 진료거부 해선 안 돼”
  • 안혜숙 기자
  • [ 164호] 승인 2019.11.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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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가 시급한 반려동물을 시술했지만 진료비가 없다며 비용을 내지 않는 보호자들을 간혹 만날 수 있다.

이때는 핸드폰 번호나 주민등록번호를 알면 이를 토대로 경찰서에 고발해 보호자의 주소로 내용증명서를 보내 압박을 가할 수 있다.

대부분은 내용증명을 보낸 후 비용을 입금하거나 합의를 하자는 연락이 온다. 그러나 이때도 해결이 되지 않으면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해 통장이나 재산 등을 가압류 할 수 있다.
만약 미납 진료비를 받아낼 수 있는 방법을 시도해 보지 않고서 진료를 거부해 동물이 죽는다면 수의사가 처벌을 받을 수 있어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판례 1  진료비 미납해도 진료는 해야
서울의 모 병원 원무과에 근무하는 소모씨는 복통 등을 호소해 응급실로 실려 온 환자 A씨에게 “이전에 진료비 1만7,000원을 미납한 적이 있다”며 진료 접수를 거부했다.

치료를 받지 못한 A씨는 응급실 방문 당일 의식 불명에 빠졌으며, 이틀 뒤에 숨을 거뒀다. 이에 유족들은 소모씨의 진료 거부로 인해 A씨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소모씨는 당시 A씨의 상태가 응급 상황인지 확인할 수 없었으며, 사망에 이를 것도 예견하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2016고단5902)는 “응급 환자에 대한 판단은 의사의 진단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치료 기회를 박탈한 소씨의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금고 1년을 선고했다.

또한 재판부는 “설령 피해자의 모습이나 피해자가 호소했던 증상 등이 응급환자로 인식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스스로 신체의 이상을 호소하며 응급치료를 받기 위해 찾아온 이상, 응급환자 여부의 판단은 의사의 진단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며 “피고인과 같은 접수창구 직원이 섣불리 판단하여 진료접수를 거부함으로써 응급환자의 진료와 치료 기회를 차단한 것은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없다는 점”을 판결에 인용했다.

과거에 환자가 진료비를 미납한 사례가 있더라도 응급진료에 대한 판단은 의사에게 있으며, 원무과 직원이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수의사법도 ‘수의사가 진단서나 처방전 등의 발급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진료비 미납을 이유로 동물 치료를 거부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판례 2  의료사고 치료비 청구 못해
수의사의 실수에 의해 수술 과정에서 후유증이 생겼고, 이를 오랫동안 치료하다 동물이 결국 사망했다면 이에 대한 치료비는 어떻게 할까?

대법원에 따르면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시술한 환자의 치료비는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례가 있다.

서울의 모 병원에 입원한 박모씨는 폐절제술을 받았으나 수술 직후 폐렴이 발생해 중환자실로 옮겨져 기관절개술을 받았다. 그러나 사지 마비, 신부전증, 뇌병변 등의 장애를 앓다가 5년만에 사망했다.

이에 병원 측은 9,400만 원 상당의 미납 의료비를 납부하라며 유족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의사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탓으로 오히려 환자의 신체기능이 회복 불가능하게 손상 되었으며, 이후의 치유는 더 이상의 악화를 방지하는 치료만을 계속해 온 것”이라며 “의사의 치료행위는 진료 채무의 본질에 따른 것이 아니거나, 손해전보의 일환으로 행해진 것에 불과해 환자에게 수술비와 치료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며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파기 환송했다.

의료진의 과실에 따른 후유증으로 인해 치료가 진행된 만큼 그에 대한 시술비를 환자에게 청구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에는 ‘진료비 미납을 이유로 진료기록 사본 발급을 거부할 수 없다’는 정부 지침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미납 진료비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처리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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